연재ㅣ최이선의 ‘부모 연습장’
Q. 3살 남아와 이번 8월에 태어난 동생을 돌보고 있습니다. 아이의 외할머니가 가끔 오셔서 도와주고 계십니다. 아빠인 저는 퇴근 뒤 첫아이와 놀아주고 있습니다. 아이가 좀 예민한 편이기는 합니다만, 외할머니를 보고도 반가워하지 않고 어린이집 등원도 거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다른 사람들이 아는 척해도 불편해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A. 우리 나이로 3살이면 아직 태어난 지 24개월이 안 된 아이네요. 엄마의 입장과 아이의 입장을 한번 생각해보기로 해요.
세상의 문을 나서서 가장 가까운 엄마와 사랑에 빠진 지 24개월이 안 되었는데 동생이 태어났어요. 게다가 엄마의 임신 기간에 첫아이는 걸음마도 하고 의자에도 올라가보는 등 여러가지 발달 및 탐색의 모습이 활발하게 일어났을 거고요.
누구나 만삭의 몸으로 아이를 돌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엄마는 최선을 다했을 테지만 아이는 엄마의 힘든 감정들을 고스란히 받았을 거예요.
또한 엄마의 호르몬 변화에 의한 감정 기복이 어린아이에게 불안감도 느끼게 하죠.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고 새로운 상황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을 텐데 이 아이가 많은 것을 이해하기는 어려웠을 거예요.
엄마의 배를 만져보게 하고 달력에 표시하고 아기 물건들을 보여주면서 동생을 맞을 준비를 시키고 그리고 출산 시 엄마와 떨어져 있어야 하는 날에 대해서 미리 준비시키는 게 필요해요. 엄마가 둘째 아기를 데려오는 날에는 더더욱 첫아이가 예민해지는데요. 아이 입장에서는 질투심도 생기고 자신의 자리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지는 날이지요. 거기다가 주변 친척들이나 할머니, 할아버지 등 오면 자신을 먼저 반기던 사람들이 모두 다 둘째 아기를 궁금해하는 모습을 보이니까 소외감도 많이 느끼게 됩니다.
첫째 아이에게 자신이 처리하지 못하는 감정들이 쌓이는데요. 그것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엄마, 아빠와 주변 분들의 노력이 필요해요. 위의 질문에서는 아빠가 일찍 퇴근해서 아이랑 놀아주려고 하시는데 아주 잘하시고 계신 부분이고요.
여기다 더 도움이 될 만한 팁을 드리자면, 아빠랑 할 수 있는 놀이의 대부분이 ‘도전’ 형식이거든요. 아빠들은 좀 신나는 놀이를 많이 해주시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런데 위의 첫아이는 아직 감정 상태가 불안하고 좀 편하지 않고 세상과 신뢰가 탄탄하기 전이라 아이를 좀 더 편하게 안정시켜주는 상호작용이 필요해요. 그래서 야외에서 아빠랑 활동적인 놀이들을 하더라도 집으로 들어와서는 양육적인 놀이를 꼭 해주실 필요가 있어요. 시간을 내서 엄마가 해주면 좋겠지만 둘째 아이를 보느라 힘들다면 아빠가 하셔도 좋아요.
아빠가 아기 놀이 한다고 아이를 아기 안듯이 편하게 꼭 안아주셔도 좋고요. 아이랑 마주 앉아서 아이 손에 로션으로 별 그림을 그려주셔도 좋아요. 발가락 하나하나에 첫번째 발가락, 두번째 발가락 하면서 아빠만의 리듬으로 아이의 발가락에 로션 약간을 콕콕 찍어서 발라주면서 맨질맨질 스며들게 해주셔도 좋아요.
이렇게 눈을 마주하고 아이에게 집중하면서 부드러운 터치가 일어나는 놀이들은 모두 양육적인 놀이로서 아이를 편하게 이완시켜주고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듬뿍 들게 하거든요. 자는 시간이 아직 아니라면 로션을 듬뿍 짜서 마주 앉아 아이 손을 잡고 미끌미끌 놀이를 해도 좋지요.
그리고 첫아이가 사랑하는 엄마와 새로운 아기(둘째)를 집에 두고 어린이집으로 떠나기는 참 힘든 문제여요. 어떤 아이는 씩씩하게 어린이집에 가서 즐겁게 놀고 올 수도 있지만 예민함이 있는 아이들이 아직 이 불안한 감정 처리가 안 된 상태에서 엄마와 분리하기가 어려울 수 있어요.
엄마와 동생이 있는 이 상황에서 자신이 집을 떠난다는 것이 좀 불안하고 질투가 나는 그런 감정을 처리하고 감당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되어요. 막상 어린이집으로 들어가면 잊어버리고 잘 놀기도 하지만 가는 그 순간이 어렵고 발 떼기가 힘든 거죠.
엄마 혹은 세상과 조금 더 신뢰가 쌓이면서 자신이 집을 나섰다가 와도 괜찮다는 경험을 해야 돼요. 할머니가 오실 수 있으면 집에서 봐주시면서 당분간은 어린이집을 쉬었다가 가는 것도 한 방법이고요.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당분간은 엄마가 데려다주시는 방법을 찾으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어떻게 선택을 하더라도 일단은 부모님이 아이의 이런 감정을 이해하시고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해요. 우리 첫째는 왜 이럴까 형아인데 형아 역할을 못하네, 아기가 되었네 이런 부정적인 말은 피하시고 할머니께도 이런 표현들보다 긍정적인 말을 해달라고 요청하셔야 하고요. 아이의 물건을 함부로 동생에게 주는 것도 당분간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첫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 과정이라고 생각됩니다. 나머지는 아이의 성장과 심리적 발달에 따라서 해결되므로 일관성 있게 지켜보시면 어느새 멋진 형이 되어 있을 거예요.
최이선 ㅣ 닥터맘힐링연구소 소장·교육학(상담 및 교육심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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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아이의 감정 상태가 아직 불안하고 세상과 신뢰가 탄탄하기 전이라면 아이를 좀 더 편하게 안정시켜주는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야외에서 아빠랑 활동적인 놀이를 하더라도 집으로 들어와서는 양육적인 놀이를 꼭 해줄 필요가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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