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이선ㅣ닥터맘힐링연구소 소장·교육학(상담 및 교육심리) 박사
심리학 용어 중에 ‘자기이해’(self-understanding)란 말이 있다. 자기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아는 것을 말한다. 이는 행복한 삶을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대학원 강의에서 ‘자기이해’라는 주제로 과제를 내준 적이 있다. 리포트를 읽다 보니 열심히 살았음에도 자신을 부족한 사람으로 인식하고 위축되어 있는 학생이 상당히 많았다.
늘 다른 집 아이와 비교당하거나 입시에 시달리며 정서적 영역에서 균형이 깨진 탓이다. 사람은 여러 가지 경험이 쌓여서 자기만의 담론을 갖게 된다. 나는 누구이고 타인은 어떤 사람인지 다양한 관점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녀의 성장에 바람직한 부모의 역할은 무엇일까? 어떤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자녀에게 도움이 될까?
첫째는 안전이다. 안전에는 물리적 측면과 심리적 측면이 모두 포함된다. 자녀의 물리적·심리적 안전은 부모로부터 비롯된다. 부모는 가정의 환경이며, 자녀에게선 모든 세계관의 환경이다. 부모가 펼쳐주는 환경이 안전해야 자녀가 부모를 믿고, 나아가 타인을 믿고 세상에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둘째는 안정이다. 안전한 장소에서 안전한 관계를 맺다 보면 마음의 안정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래야 타인을 신뢰할 수 있는 건강성도 생긴다. 이러한 것이 마련되기 위해서 필요한 부모의 자질은 무엇이 있을까? 다른 많은 요소도 필요하지만 감정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
감정 조절을 위해서는 일단 부모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먼저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자녀 간에 싸움이 잦아 화가 난다는 아빠의 하소연과 육아가 힘들어 짜증이 난다는 엄마의 이야기도 듣게 된다.
이미 이런 일을 경험하고 있다면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갑자기 감정이 폭발하는지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폭발이었는지 스스로 숫자로 체크해본다. 그런 날들이 일주일에 몇번 있었는지 헤아려보는 것도 좋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알아차리는 순간에 잠시 멈추어 심호흡을 하는 것이 감정을 조절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알아차리는 과정은 뇌의 상태가 감정의 영역에서 평가의 영역으로 연결 회로를 만드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심호흡을 통해 감정적으로 대응하던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조금은 다른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알아차리는 연습으로 감정이 진정되면, 짜증·분노·폭발이 아니라 단호함이나 조언하는 정도로 부모의 뜻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부모가 폭발하며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자녀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특히 아이가 어릴수록 부작용은 더욱 심각하다. 자녀는 그런 부모의 모습에 대응할 만한 처리 기능이 아직 미숙하기 때문이다. 자녀는 점점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담론을 키워나갈 수 있다. 그러니 이제라도 감정을 조절하는 연습을 해보자. 그래야 자녀가 정서적 균형과 ‘자기이해’를 바탕으로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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