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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정년 앞둔 해직교사, 몇 달만이라도 아이들과 있게 해줘야”

등록 2020-09-03 15:32수정 2020-09-03 18:35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 인터뷰

“박근혜 정권 ‘노조 파괴’, 사회 전체에 갈등·손실 유발
노조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조는 할 수 있는 일 제한,
사법부에 문제 해결을 떠넘긴 정부에는 실망과 분노”
권정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 선고를 마치고 법정을 나와 구호를 외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권정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 선고를 마치고 법정을 나와 구호를 외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참교육 실현에 오롯이 쏟았어야 할 에너지를, 7년 동안 ‘법외노조’ 문제 해결에 쏟았어야 했던 것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학교 현장은 물론이거니와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도 겪지 않았어도 될 손실을 겪은 셈입니다.”

3일 대법원 판결에 따라 ‘법외노조’ 상태에 있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7년 만에 ‘합법 노조’로 돌아갈 계기가 마련됐다.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은 2~3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판결에 기뻐하는 한편 ‘노조 파괴 공작’과 다름없는 지난 정부의 잘못 때문에 우리 사회가 7년 동안이나 불필요한 손실과 갈등을 겪었어야 했다는 사실을 안타깝게 되새겼다. 그 스스로가 ‘법외노조’ 처분에 따라 해직된 교사인 데다 자신이 위원장일 때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게 되어, 권 위원장은 감회가 특히 새롭다고 했다.

권 위원장은 지난 7년을 돌이켜보며 다섯 가지 중요했던 국면들을 하나씩 꼽았다. 현재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의 첫 단추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9월 고용노동부가 교원노조법에 어긋나는 전교조 규약을 시정하라는 명령을 내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을 문제삼으며 실질적인 압박을 가해온 것이다. 당시 노조 안에서 규약 시정 여부를 두고 온갖 의견이 나왔는데, 최종적으로는 총투표를 통해 ‘거부’(68.5%) 결론을 내렸다. 권 위원장은 “정부의 명령이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할 뿐 아니라 그 뒤엔 전교조 깃발을 내리게 하려는 음모가 있다고, 조합원들 스스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것이 그 뒤 7년 동안의 시련을 버티게 해준 힘이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3년 10월 팩스 한 통으로 ‘노조 아님’ 통보를 했고, 전교조는 이에 맞서 소송으로 공방을 벌인다. 이 두 번째 국면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했고, 여론 지형의 갈등도 뚜렷이 드러났다. 해를 넘기며 이어지던 법정 공방은, 2016년 1월21일 서울고등법원이 1심에서 패소했던 전교조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전교조는 법외노조’라는 일차적인 결론을 맺게 된다.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정부는 전교조 전임자들에게 복귀를 명령하고 전교조와의 단체협약을 해지하는 등의 후속 조처에 나서는데, 이것이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게 된” 세 번째 국면이었다. ‘촛불’의 힘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 기대를 걸었다가 실망하게 된 것이 네 번째, 결국 대법원 판단에 기대게 된 ‘법원의 시간’이 다섯 번째 국면이라 했다.

권 위원장은 “법외노조 처분에 따라 실질적인 피해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던 세 번째 국면이 그 어느 시기보다 힘들었다”고 돌이켰다. 무엇보다 해직자들이 발생한 것이 가장 큰 피해였다. 법원 판결이 나오자, 교육부는 곧장 전교조 전임자들에게 현장 복귀를 명령했다. 당시 전임자는 전국적으로 80여명이었는데, 이들이 모두 복귀했다가는 조직 자체가 무너질 우려가 컸다. 결국 선출직을 중심으로 복귀 명령을 거부하기로 했고, 울산지부장이었던 권 위원장을 포함해 34명이 해직되기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사무실에서도 퇴거해야 했고, 교육청들과 맺은 단체협약도 해지됐다. 교육 관련한 각종 위원회에서 전교조에서 추천한 위원들이 해촉됐다. 권 위원장은 “가장 큰 교원 노조인데, 교육당국과 교섭 테이블에도 앉을 수 없고 공문마저 시행되지 않았다. 교육환경 개선과 교권 확보 등을 위해 해야할 일은 태산인데, 노조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조가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없었다”고 했다.

비록 박근혜 정부 때 시작된 시련이지만, 전체 7년 가운데 3년 이상이 문재인 정부 시기에 속한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에만 해도, 조합원들은 ‘촛불’ 정신에 따라 새 정부가 법외노조 문제를 곧 해결할 것이라 기대했다. 문 대통령 스스로 후보 시절에 그러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러나 별다른 조처 없이 시간만 흘렀고, 급기야 2018년에는 청와대가 “법외노조 처분을 직권취소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기에 이른다. 행정부는 직권취소에 나서지 않고 입법부에선 문제의 근원인 교원노조법 개정에 진전이 없는 상황 속에서 결국 이번 대법원 판결, 곧 사법부 판단이 문제 해결의 물꼬를 먼저 틔우게 한 셈이다.

권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게 아니라 ‘안한’ 것”이라며, “처음에 가졌던 기대에 견줘 실망과 분노가 크다”고 말했다. 정부 출범 초기, 2018년 지방선거 승리, 2019년 전교조 출범 30주년, 2020년 총선 승리 등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할 ‘정치적’인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권 위원장은 “정부가 나설 경우 받게 될 보수층 중심의 여론과 비난을 두려워한 것”이라며, “뚜렷한 철학과 노선 없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여론조사 결과로 중요한 일들을 판단하고 정하려 하는 것이 이번 정부의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번 대법원 선고에 따라 소송은 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된다. 고등법원에서 다시 판결이 날 때까지는 몇 달을 더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권 위원장은 “여전히 ‘촛불 정부’임을 자임한다면, 정부는 더이상 사법부 판단에 기대지 말고 빠른 해결을 위해 즉각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는 즉각 법외노조 처분을 취소하고, 교육부는 전임자 현장 복귀 명령 등 4대 후속조처를 철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 위원장은 “해직된 34명 가운데 1명은 이미 정년을 맞았고, 3명은 내년에 정년을 맞는다. 적어도 이들이 단 몇 개월만이라도 학교에 돌아가서 아이들과 함께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이 ‘법외노조’ 사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이 ‘법외노조’ 사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 ‘법외노조’ 7년은 전교조의 전체 역사에서 어떤 시기로 자리매김하게 될까. 권 위원장은 “지난 7년 동안 시련만 있는 것이 아니라, 투쟁을 통해 우리 사회 전체가 거둔 성과도 있다”고 했다. 그는 “전교조가 법외노조 문제 해결을 위한 투쟁을 벌이는 동안 많은 시민, 학부모, 노동자들이 연대와 지지를 보여줬는데, 그런 에너지가 시대적 흐름에 맞는 새로운 노동기본권에 대한 요구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놓고 그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벌어지는 등 우리 사회 노동기본권이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할 정도까지 확대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해고자·실업자의 노조원 자격을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노조법·교원노조법 개정안을 국회에 내놓은 상태다.

다만 권 위원장은 “교원·공무원들에겐 단결권만 주어져 있을 뿐 여전히 ‘노동 3권’이 온전히 보장되어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교원·공무원에게 적어도 공익 사업장 수준의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는 단계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1999년에 이은 전교조의 두 번째 합법화는 노동기본권을 더욱 확장하려는 시대적 흐름과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7년 동안 전교조 법외노조 투쟁에 보내준 연대와 지지에 무한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 그 뜻을 합법화 이후 학생·학부모가 행복해하는 학교 현장을 만들고 참교육을 실현하는 과정으로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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