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중랑구 원묵고등학교 운동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이 학교 학생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로 등교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올해 대입에서 고3이 불리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때문에 2021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재학생이 재수생에 견줘 불리해졌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대학들이 이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교육당국은 7월 중 각 대학별로 관련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다만 이미 짜놓은 입학전형에 함부로 손을 대기 어려운 데다, 재학생들이 불리한 지점만 짚어내 이를 ‘보정’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올해 1학기 대부분이 원격수업으로 진행되면서, 교육 현장에서는 “2021학년도 입시에서 고3 재학생이 불리해졌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대입에서 어떤 집단이 다른 집단에 견줘 불리한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재난 속에서 재학생들이 예년에 견줘 학교 생활을 충실하게 하기 어려워졌다는 사실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특히 학교 안팎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기회가 줄어들어, 3학년 1학기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가 부실해질 가능성에 대한 지적이 높다.
게다가 올해 대입 전형의 변화도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 그동안 재수생들은 정시 위주로, 재학생들은 지역균형선발(학교장 추천)을 포함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학생부교과전형(교과) 등 수시 위주로 지원을 해왔는데, 올해에는 재수생들의 수시 지원이 이전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주요 15개 대학 기준 올해 재학생만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은 학종인 경희대 고교연계와 서울대 지역균형선발 2개 뿐이다. 고대와 연대는 올해 수시에서 재수생 지원자격을 완화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고3 학생이 입시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고, 급기야 9일에는 언론 인터뷰에서 “7월 중 확정된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방안’을 마련하는 일은 교육부가 아닌 개별 대학들에게 맡겨져 있다. 지난 9일 연세대는 대학들 가운데 처음으로 “3학년 1~2학기 비교과 활동 기록 가운데 수상경력, 창의적체험활동, 봉사활동 실적을 평가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대의 경우, 학교장 추천 성격의 지역균형선발전형에서 수능최저기준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학들이 고심하고 있는 것은, 어떤 방안을 내놓느냐에 따라 자칫 재수생에 대한 역차별 등 형평성과 공정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1년 10개월 전에 발표한 대입전형 세부사항에 손을 대야하는 상황인데, 한 곳을 손보면 그 영향으로 다른 곳에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예컨대 올해 3학년 1학기의 비교과 활동을 평가하지 않는다면, 내년과 내후년에 현재 1학년과 2학년의 1학기 비교과 활동을 어떻게 반영할지 등이 논란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전국대학교입학관련처장협의회는 지난 9일 입장문을 내어 “과도한 불안감과 이에 따른 전형운영 방법 변경은 수험생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공정성과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학의 입학처장은 “정성평가 방식 자체가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이대로도 코로나19 영향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사실 대학에서 어떤 방안을 내놓더라도 학생·학부모의 불안감을 씻어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일각에서는 각 대학별 조처에만 맡겨둘 경우, 더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교육당국이 큰 틀에서의 방향성을 제시해주지 않으면, 수험생들의 불안이 해소되긴커녕 오히려 더 커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3학년 1학기 비교과 활동을 반영하는 대학과 반영하지 않는 대학들이 나뉘면, 수험생 입장에서는 비교과 활동을 준비해야 하는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유성룡 에스티유니타스 교육연구소장은 “예상되는 혼란을 최소화시키는 방안으로 고3 수험생과 졸업생을 구분하여 선발토록 하고, 그 비율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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