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과 뇌의 관계를 알아본 연구들은 독서가 공감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을 말해준다. 공감은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어가 타인을 이해하고 그의 관점으로 바라볼 줄 아는 힘을 말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소설을 읽을 때 우리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다음은 메리앤 울프의 <다시, 책으로>에서 본 내용입니다. 문학연구가 내털리 필립스는 스탠퍼드대학교 신경과학자들과 함께 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했습니다. 독자가 소설을 읽는 방식에 따라 뇌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알아본 것이지요.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먼저 소설을 집중해서 읽게 하느냐, 재미있게 읽게 하느냐에 따라 뇌의 활성화되는 영역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느낌과 행동에 관련된 독자의 뇌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그러니까 소설에서 촉감에 관한 표현을 읽을 때는 촉각을 담당하는 영역이 활성화되고, 등장인물들이 뛰는 장면을 읽을 때는 운동 뉴런이 활성화된다는 것입니다.
소설과 뇌의 관계를 알아본 이런 연구들은 독서가 공감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공감은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어가 타인을 이해하고 그의 관점으로 바라볼 줄 아는 힘을 말합니다. 책을 읽을 때 공감하려면 주의를 집중하여 감정 이입을 통해 타인의 느낌과 상상, 생각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성장소설의 고전으로 알려진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을 때 우리는 어떻게 공감을 키우는 독서를 할 수 있을까요?
1906년에 출간한,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로 알려진 이 작품의 주인공 열세살 한스는 마을 사람들의 기대와 촉망을 받던 영재입니다. 하지만 한스는 명문고등학교에 입학한 지 4년 만에 신경쇠약에 걸려 마을로 돌아옵니다. 한스는 새롭게 뭔가를 해보려 애쓰지만 자주 패배감과 우울증에 시달렸고, 결국 강물에 몸을 던지고 맙니다. 사실 독자들은 소설을 읽으면서 한스가 죽을 것 같다는 암시를 자주 발견하게 됩니다. 엄마가 일찍 죽고 아빠와 둘이 살아온 내향적인 한스, 숲속을 돌아다니고 낚시를 좋아하던 순진한 한스가 영재로 촉망받으면서 영재학교에 떠밀려 들어갈 때부터 한스 내면의 불안함을 감지하게 되지요.
결국 작가의 질문은 “천진했던 한 소년을 죽게 만든 것은 무엇인가?”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찾으려면 한스를 그 지경에 이르게 한 것들, 다시 말해 죽을 만큼 괴로웠던 한스의 내면으로 들어가려면 한스가 만났던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고, 그들을 만났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지 헤아려 보아야 할 것입니다. 절친했던 친구가 퇴학당해 학교를 떠났을 때, 고향으로 돌아와 냉소적인 마을 사람들을 만났을 때, 첫사랑 엠마가 떠났을 때 한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다음으로 한스와 관계를 맺은 사람들의 마음속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선생님들과 목사님은 어떤 마음으로 한스에게 공부를 가르친 것일까요? 아내를 잃고 홀로 한스를 키운 평범한 사업가 한스 아버지의 마음 풍경은 어떠했을까요?
이렇게 인물들의 내면으로 ‘옮겨 가기’를 하다 보면 왜 작가가 제목을 <수레바퀴 아래서>로 했는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스가 수레바퀴 아래에 깔리지 않고 살아가려면 어떻게 했어야 할까요? 이 질문에 대해 교육자는, 마을 사람들은, 성직자는, 부모는, 그의 친구들은, 그리고 한스 자신은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요? 공감하며 읽는다는 것은 독자인 내 마음과 책 속 인물들의 마음을 이어보는 일이고, 그들을 내 마음의 식탁에 초대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과 같습니다.
임성미 ㅣ 독서교육전문가, <담요와 책만 있다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