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ㅣ임성미의 ‘다시 고전으로’
얼마 전 출간된 <독서의 즐거움>의 저자 수전 와이즈 바우어는 “독서는 규칙적으로 달리기를 하거나 명상하거나 발성 연습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생일 축하 노래는 연습 없이도 그럭저럭 부를 수 있지만, 지역 예술 공연장에서 <아이다>의 주인공 역할을 해낼 수는 없는 것처럼 제대로 훈련하지 않고 고전이라는 양서를 읽어낼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그럼 어떻게 읽어야 유능한 고전 독자가 될까요?
수전은 16세기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의 말을 빌려 고전을 잘 읽으려면 맛보고, 삼키고, 소화하기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맛보기, 삼키기, 소화하기는 그리스 시대 3학과였던 문법·논리·수사와 유사합니다.
맛보기 단계에서는 천천히 읽으면서 내용을 이해해 가는 단계입니다. 읽다가 모르면 표시해두고 앞으로 죽 읽어나갑니다. 중요한 부분에 밑줄도 긋고, 질문도 합니다. 장이 끝나면 잠시 숨을 돌리고 등장인물이나 저자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되면 다시 앞으로 가서 확인해보고, 놓친 점이 없는지 생각해봅니다. 가장 좋은 것은 내용을 요약해보는 것입니다. 인상 깊은 부분이나 느낌을 일기처럼 쓰는 것, 또 독서 노트에 책의 중요한 부분을 발췌하여 적는 습관도 매우 좋습니다. “이해를 위한 첫걸음은 읽고 있는 책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며, 내용을 파악하는 가장 오래되고 신뢰할 만한 방식은 자신의 말로 재서술해보는 것이다”라는 수전의 말을 실천해보면 좋겠습니다.
다음은 책 삼키기 단계. 이 단계에서는 등장인물이 겪은 시련이나 장애물이 무엇이고 그것을 극복한 방법을 찾아보거나, 인물들 간의 갈등이 해결되는 과정을 추적해보고, 그것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중심 생각을 추론해봅니다. 대사나 행동에 담긴 은유적 표현과 상징, 이미지, 결말의 의미, 시점과 문체, 배경이 담고 있는 의미 등을 해석해보는 단계입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읽었다면 어린 왕자가 장미와 다툰 이유, 그리고 어린 왕자가 다시 장미 곁으로 가기로 결심한 이유를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또 여우의 말이 의미하는 것, 사막의 우물, 뱀, 별의 이미지와 상징을 풀어보는 것이고, 작가가 조종사인 ‘나’의 시점에서 시작하여 3인칭 어린 왕자를 등장시킨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봅니다.
세 번째 단계인 소화시키기는 탐구와 표현의 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생텍쥐페리는 왜 비참한 전쟁 중에 이 소설을 썼을지 깊이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이 소설을 반전소설로 보기도 합니다.) 어린 왕자와 조종사, 어린 왕자와 장미, 어린 왕자와 여우의 만남이 각각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지, 왜 ‘어린’ ‘왕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을지도 탐구의 대상입니다. 무엇보다 “사랑은 마음으로 봐야 제대로 볼 수 있어”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사랑한다는 것, 관계를 맺는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현재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들, 사랑 방식을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위에서 말한 맛보고 삼키고 소화하기만이 고전 읽기의 정통적인 방법이라고 고집할 이유는 없습니다. 때로 한 줄의 문장이 가슴을 울리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탐구자로서 고전을 읽는 독자에게 더 풍성한 사유의 즐거움이 주어진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입니다.
임성미 독서교육전문가
※ ‘다시 고전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임성미 선생님과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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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삼키기 단계’를 통해 대사나 행동에 담긴 은유적 표현과 상징, 이미지, 결말의 의미, 시점과 문체, 배경이 담고 있는 의미 등을 해석해보자.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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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미 독서교육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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