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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우리 아이 ‘인내의 창’을 넓혀주려면

등록 2020-04-27 18:44수정 2020-07-07 11:23

최이선의 ‘부모 연습장’

놀이하면서 여러가지 각성을 경험하고, 즐겁게 흥분했다가 흥분을 가라앉혔다가 하는 경험은 아이에게 조절의 경험을 준다. 자신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되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놀이하면서 여러가지 각성을 경험하고, 즐겁게 흥분했다가 흥분을 가라앉혔다가 하는 경험은 아이에게 조절의 경험을 준다. 자신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되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Q. 코로나19로 개학도 늦어지고 집 안에서 아이들과 지내기가 참 힘듭니다. 초등학교 2학년인 저의 아이는 좀 화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화를 내고 짜증을 냅니다. 아이랑 잘 놀아보려고 보드게임을 하기도 했는데 지는 것을 싫어해서 자신이 지는 상황이 되면 보드게임을 엎어버리고 안 한다고 하고 화를 냅니다. 겨울방학 두달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버텨왔는데 이제는 4월 중순이 다 되어가니 엄마인 저도 많이 지치고 힘듭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말씀만 들어도 참 힘드실 것 같습니다. 날 때부터 엄마로 태어난 것도 아닌데 화내는 아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몰라 힘들고 계속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져서 더 힘들 것 같습니다.

먼저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의과대학 댄 시걸 박사가 처음 명명한 개념인 ‘인내의 창’에 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사람들이 이 범위 안에 있으면 일반적으로 뇌가 가장 잘 기능하고 효과적으로 자극을 처리할 수 있는 경우입니다. 압도당하거나 철회하지 않고 침착하게 생각하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며 차분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사람의 생김새나 성격이 똑같을 수는 없는 것처럼 정서적으로 인내할 수 있는 범위도 누구나 다릅니다. 사람은 서로 다른 범위의 인내의 창을 갖고 있습니다. 즉 사람이 유지할 수 있는 최적의 각성 범위가 있다는 것입니다. 단순화시켜 표현하면 사람이 참을 수 있는 어느 수준의 범위를 넘어가면 화가 나거나 공격하게 되고, 아래로는 철회되거나 얼어붙거나 공허하게 되는 범위가 있다는 것입니다. 작은 자극에도 화를 내는 것은 인내의 창이 넓지 않아서 각성이 높은 과다 각성 범위에 자주 다다르게 되고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등 여러가지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혹은 과소 각성일 때에는 불안과 우울감에 빠지기도 하고요.

하지만 어떤 사람은 인내의 창이 넓어서 스트레스가 좀 심해도 여간해서는 화를 내지 않을 수도 있고 여간해서는 마음을 닫지 않습니다. 본인이 잘 컨트롤해내고 있는 것인데요. 보통 ‘저 사람은 좀 안정적이야’ 이렇게 표현되는, 안정적인 사람의 각성 범위일 것입니다.

위에서 질문하신 아이는 아마도 기질, 환경 등의 영향으로 이 인내의 창이 최적의 각성 폭을 갖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즉 안정적인 성향은 아니라는 것이죠. 작은 일에도 화를 내고 무언가 공격적으로 처리하기도 하고, 내적으로는 자존심도 낮아서 이기고 지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입니다. 어쩌면 아이 입장에서는 배움의 단계에서 상처를 받았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글을 배우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틀렸을 경우에 지적받고 다시 제대로 발음하고 반복하여 말했어야 하거나, 실수했을 때 적절하지 않은 방법으로 혼나서 수치심을 경험했을 경우에도 게임에 지고 있는 자신을 받아들이기 어렵게 됩니다.

이러한 아이는 인내의 창을 넓혀주는 것이 필요한데요. 먼저 아이와 좋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둘만의 특별한 시간을 보낼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치료 놀이라는 것에 근거를 둔 상호작용 놀이인데요(전문적 치료는 치료 놀이 치료사라는 직업의 심리치료사에게 받으셔야 합니다). 상호작용의 특성상 여러가지 좋은 효과가 일어나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엄마가 아이랑 같이 해보는 것은 참 좋습니다.

시간은 30분 정도로 정합니다. 그리고 이기고 지는 규칙이 많은 보드게임 대신 엄마와 아이가 즐거운 놀이시간을 보냅니다. 놀이는 시작을 알리는 특별한 인사로 시작하여 호흡이 가빠질 만한 놀이도 하고 다시 호흡을 안정시킬 수 있는 활동을 하는 등 여러 범위의 각성이 일어날 수 있는 놀이와 활동들을 합니다. 엄마는 아이에게 예측 가능하도록 앞으로 즐거운 놀이를 할 건데 어느 요일 몇시쯤에 30분 동안 할 거라고 정합니다. 항상은 아니더라도 아이가 기억할 수 있도록 같이 정하고 될 수 있으면 아이와의 약속을 지킵니다. 그리고 그 시간에 놀 수 있는 것으로 신문지나 풍선이나 비눗방울 들을 가지고 옵니다. 그리고 그 시간만은 엄마가 아이에게 집중하여 마주 보고 함께합니다. 아이가 풍선을 치면서 좀 흥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잠시 멈추고 아이와 심호흡을 해도 좋습니다. 아이와 손바닥으로 풍선을 치고 놀았다면 다음은 주먹으로 칠 수도 있고요. 그다음에는 신문지를 돌돌 말아 신문지 방망이로도 풍선을 칠 수도 있습니다.

금방 흥분하는 아이라면 즐겁게 놀다가 최대치가 넘어가기 전에 잠시 멈춥니다. 그리고 앉거나 해서 그 흥분을 좀 가라앉힐 수 있는 다른 놀이를 합니다. 아이가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도록 아이 손을 잡고 심호흡을 같이 하면서 성인이 숫자를 세주는 방법을 추천해드립니다.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아이가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성인이 같이할 수 있도록 손을 마주 잡거나 하면서 함께 조절해주는 것인데요. 손을 마주 잡고 하는 쎄쎄쎄를 할 수도 있고, 엄마가 아이의 손에 로션을 발라주면서 노래를 불러줄 수도 있습니다.

이 놀이는 반복되더라도 아이는 엄마와 함께하는 특별한 경험이기에 아주 즐거워합니다. 물론 이기고 지는 것도 없고 점수 내는 것도 없습니다.

여러가지 즐겁고 흥분되거나 편안한 각성의 놀이를 30분 동안에 경험하면서 아이가 어렸을 때 했어야 할 조절의 경험들을 엄마와 함께하게 됩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아이의 조절력을 발달시킬 수 있습니다.

놀이하면서 여러가지 각성을 경험하고 즐겁게 흥분했다가 흥분을 가라앉혔다가 하는 경험은 아이에게 조절의 경험들을 가져오고 결국 조절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됩니다. 이것은 아이 혼자 가능한 것이 아니라 전문적인 치료사가 함께하거나,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부모님이 같이해주어야 할 부분입니다. 이런 방법으로 아이의 인내의 창을 넓혀주는 것입니다.

요즘은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시기입니다. 일주일에 한번은 진하게 상호작용하면서 즐겁게 놀고 아이와 추억도 쌓고 더불어 조절력도 키운다면 일거양득일 것 같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정해진 시간에만 한다면 부모님에게도 아주 큰 부담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기억하세요. 아이가 커버리고 나면 아마도 같이 시간을 보내자고 해도 아이들이 먼저 거절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에요. 감사합니다.

최이선 ㅣ 닥터맘힐링연구소 소장·교육학(상담 및 교육심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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