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웃기는 선생님

등록 2020-03-02 18:28수정 2020-03-03 02:37

연재ㅣ우리 아이 마음 키우기

2학기 가을, 매년 공식적으로 담임교사에 대한 학부모 만족도 조사, 학생 만족도 조사를 한다. 그중 학생들의 피드백을 늘 눈여겨본다. 아이들의 피드백은 살아 있다. 그들이 인터넷 만족도 조사에서 적어낸 피드백을 읽다 보면 나 자신이 보인다. 학부모들이 적어준 피드백보다 훨씬 더 생생하고 가슴에 와닿는다. 내가 아이들의 시선에 어떻게 보이는지 명확해진다. 신기한 건, 누가 어떤 피드백을 했는지 익명으로 표시되지만 내용만 봐도 그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것이다.

“우리 영철이가 이것 때문에 힘들었구나.”

“우리 영순이가 이런 부분에 억울한 감정이 있었네.”

“아, 철수는 이런 말을 듣는 것이 힘든 일이었구나.”

아이들의 담임에 대한 설문 및 평가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아직 초등학생밖에 안 된 아이들이 어떤 기준으로 담임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느냐는 관점이다. 그저 아이들의 인기투표 정도 수준일 거라 염려한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다. 초등 3~4학년이면 이미 10살이다. 10년간 살아온 인격체로서 타인에 대한 자신의 감정, 느낌 및 판단에 나름 합리적 이유가 다 있다. 그것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교사로서 많은 도움을 받는다. 또 남은 기간 우리 반 아이들과 어떻게 관계 맺음을 해야 할지 방향을 잡는 데 유용한 기준점이 된다.

보통 아이들이 담임의 칭찬에 목말라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담임도 아이들의 칭찬을 들으면 하루가 기쁘다. 특히 아이들의 직관적 시선으로 표현되는 피드백은 칼날처럼 날카롭기까지 하다. 지금까지 아이들에게서 받은 피드백 중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은 이런 내용이었다.

“우리 선생님은 많이 웃겨요.”

내용상 웃기는 선생님이 되었지만, 그 순간 하늘로 날아갈 듯 기뻤다. 우리 선생님은 공부를 잘 가르친다든지, 친절하다든지, 우리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든지 등등 모두 좋은 피드백에 속한다. 하지만 정말 교사로서 기뻤던 순간은 ‘웃기는 선생님’이란 피드백을 들었을 때였다. 적어도 우리 반 아이들이 학교에 와서 매일 한 번이라도 웃고 집에 갔다면 그것으로 훌륭한 일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개학이 연기되었다. 연기되었어도 새 학기는 새 학기다. 상황이 안정되면 아이들은 새 학년으로 등교할 것이다. 새 학기를 시작하고 돌아온 첫날 보통 엄마들은 이렇게 물어본다. “담임선생님 누구시니? 어때? 좋아?”

앞으로는 이렇게 아이들에게 물어봐 주면 좋겠다. “너희 담임선생님 웃기니?”

좀 웃기는 편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앞으로 1년 동안 안심해도 된다.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웃을 수만 있다면 자녀의 자존감은 보장받은 거나 다름없다. 담임교사인 나도 새 학기 준비하면서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

“올해 우리 반에 웃기는 애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김선호 ㅣ 서울 유석초등학교 교사, <초등 자존감의 힘> 저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