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ㅣ우리 아이 마음 키우기
2학기 가을, 매년 공식적으로 담임교사에 대한 학부모 만족도 조사, 학생 만족도 조사를 한다. 그중 학생들의 피드백을 늘 눈여겨본다. 아이들의 피드백은 살아 있다. 그들이 인터넷 만족도 조사에서 적어낸 피드백을 읽다 보면 나 자신이 보인다. 학부모들이 적어준 피드백보다 훨씬 더 생생하고 가슴에 와닿는다. 내가 아이들의 시선에 어떻게 보이는지 명확해진다. 신기한 건, 누가 어떤 피드백을 했는지 익명으로 표시되지만 내용만 봐도 그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것이다.
“우리 영철이가 이것 때문에 힘들었구나.”
“우리 영순이가 이런 부분에 억울한 감정이 있었네.”
“아, 철수는 이런 말을 듣는 것이 힘든 일이었구나.”
아이들의 담임에 대한 설문 및 평가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아직 초등학생밖에 안 된 아이들이 어떤 기준으로 담임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느냐는 관점이다. 그저 아이들의 인기투표 정도 수준일 거라 염려한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다. 초등 3~4학년이면 이미 10살이다. 10년간 살아온 인격체로서 타인에 대한 자신의 감정, 느낌 및 판단에 나름 합리적 이유가 다 있다. 그것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교사로서 많은 도움을 받는다. 또 남은 기간 우리 반 아이들과 어떻게 관계 맺음을 해야 할지 방향을 잡는 데 유용한 기준점이 된다.
보통 아이들이 담임의 칭찬에 목말라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담임도 아이들의 칭찬을 들으면 하루가 기쁘다. 특히 아이들의 직관적 시선으로 표현되는 피드백은 칼날처럼 날카롭기까지 하다. 지금까지 아이들에게서 받은 피드백 중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은 이런 내용이었다.
“우리 선생님은 많이 웃겨요.”
내용상 웃기는 선생님이 되었지만, 그 순간 하늘로 날아갈 듯 기뻤다. 우리 선생님은 공부를 잘 가르친다든지, 친절하다든지, 우리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든지 등등 모두 좋은 피드백에 속한다. 하지만 정말 교사로서 기뻤던 순간은 ‘웃기는 선생님’이란 피드백을 들었을 때였다. 적어도 우리 반 아이들이 학교에 와서 매일 한 번이라도 웃고 집에 갔다면 그것으로 훌륭한 일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개학이 연기되었다. 연기되었어도 새 학기는 새 학기다. 상황이 안정되면 아이들은 새 학년으로 등교할 것이다. 새 학기를 시작하고 돌아온 첫날 보통 엄마들은 이렇게 물어본다. “담임선생님 누구시니? 어때? 좋아?”
앞으로는 이렇게 아이들에게 물어봐 주면 좋겠다. “너희 담임선생님 웃기니?”
좀 웃기는 편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앞으로 1년 동안 안심해도 된다.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웃을 수만 있다면 자녀의 자존감은 보장받은 거나 다름없다. 담임교사인 나도 새 학기 준비하면서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
“올해 우리 반에 웃기는 애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김선호 ㅣ 서울 유석초등학교 교사, <초등 자존감의 힘> 저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