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공직선거법 개정에 앞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학생들이 선거권 연령 만18세 하향 패스트트랙 본회의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서울시교육청이 오는 3~4월 실시할 예정인 모의선거 교육과 관련해, 실제 투표권을 갖게 된 ‘학생 유권자’뿐 아니라 초중고교 모든 학생들의 모의투표를 금지하기로 했다. 애초 올해 새롭게 투표권을 가지게 된 ‘학생 유권자’가 포함돼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던 입장에서 더 나아가 초등학생의 모의투표까지 막아선 모양새다.
선관위는 6일 전체회의를 열고 “선거권이 없는 학생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교원이 교육청의 계획 하에 모의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행위양태에 따라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행위”라며 “공직선거법에 위반될 수 있어 불가하다”고 밝혔다. 여기서 ’모의투표’는 실제 정당·입후보 예정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
선거교육, 그 중에서도 지식암기형 교육이 아닌 직접 선거를 체험해볼 수 있는 모의선거 교육은 민주시민교육의 핵심으로 꼽힌다. 모의선거 교육은 그동안은 와이엠시에이(YMCA)와 사단법인 징검다리교육공동체 등 외부단체 주관으로만 열렸다. 올해 서울시교육청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최초로 초등학교 10곳, 중학교 11곳, 고등학교 19곳 등 40곳을 선정해, 각 학교에 50만원씩을 지원해 3~4월에 모의선거를 실시할 예정이었다.
선관위는 애초 “사업 주체가 과거에 했던 교육과 달리 서울시교육청이라는 ‘관’이기 때문에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가 지난달 22일에는 “(실제 투표권을 가진) 학생 유권자가 모의선거 교육에 참여할 경우 현행 법을 위반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재차 제동을 걸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86조 1항 3조는 “(공무원 등이) 정당 또는 후보자에 대한 선거권자의 지지도를 조사하거나 이를 발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모의선거 교육에 만 18살 학생들이 참여할 경우, 교사가 선거권자의 지지 의사를 조사하게 되므로 이 조항에 걸릴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이러한 선관위의 판단을 존중해 서울시교육청은 ‘학생 유권자’를 제외하고 모의선거 교육을 진행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었는데, 선관위가 이번에는 ‘학생 유권자’뿐만 아니라 초·중·고 모든 학생들이 모의선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길을 막아버렸다. 서울시교육청은 이같은 결정을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가 “매우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선관위가 밝힌 ‘불가 사유’도 의문을 낳는다. 선관위는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는데 서울시교육청 모의선거 교육 기획안을 보면 모의선거 결과는 실제 투표일일 4월15일 다음날인 16일에 공개된다. 실제로 투표권이 있는 ‘학생 유권자’가 아닌 초등학생이 모의선거를 치른다고 해서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날 선관위는 모의선거 교육 불가 방침을 밝히면서 “교육기관과 협의해 선거제도·선거절차, 선거 관련 법규 교육을 적극 실시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