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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교사 늘려 학교순회 강의…‘국영수 쏠림’ 정시 확대와는 모순

등록 2019-11-07 19:14수정 2019-11-08 02:08

고교학점제 어떻게 운영될까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고교학점제 안착에 달려

대학생처럼 과목 선택
누적학점 기준 넘으면 졸업

현행 내신 상대평가 체제론
점수따기 편한 과목 몰려
절대평가로 전환 선결돼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국제고를 2025년 일제히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고교 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교진 세종시교육청 교육감, 유 부총리, 이재정 경기도교육청 교육감. 연합뉴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국제고를 2025년 일제히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고교 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교진 세종시교육청 교육감, 유 부총리, 이재정 경기도교육청 교육감. 연합뉴스

7일 교육부가 발표한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은 ‘고교학점제’의 성공적인 안착에 달려 있다. 과거 박근혜 정부 때도 같은 취지의 정책을 추진했지만, 고교 서열화 체제를 전혀 건드리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 이번 방안은 고교 서열화 해소를 전제로 삼았고,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이라는 핵심 정책수단을 내세웠다. “5년 동안 2조2천억원을 들이겠다”는 정부 의지도 표명했다. 따라서 앞으로 정부가 얼마나 내실 있게 이를 추진하느냐가 중요하다. 다만 ‘조국 사태’ 이후 정부가 추진 중인 ‘정시 비중 확대’와 고교학점제가 공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학교 현장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상충되는 정책들이 어떤 방식으로 정리될지가 관건이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이 대학생처럼 스스로 설정한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게 해 누적 학점이 기준을 충족하면 졸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교육계에서는 입시학원화한 고등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고, 학생 개개인의 고유성을 발견해 다양한 성장 경로를 보장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고교학점제에 거는 기대가 크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해 △단위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자율성 확대 △과학, 어학, 예술 등 특정 분야에 대한 심화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교과특성화학교’ 확대 △농어촌 등 소규모 학교에서도 다양한 과목을 들을 수 있게 하는 ‘교과 순회교사제’ 도입 등도 추진한다. 또 다양한 교과목이 개설되고 수업 학급 수도 늘어나는 만큼 교원 증원도 추진하기로 했다. 중학교 3학년 2학기, 고등학교 1학년 1학기는 ‘진로집중학기제’ 등으로 두고 학생의 맞춤형 진로와 학업 설계를 지원한다. 특히 ‘책임교육’ 측면에서 학업에 부적응하거나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을 위한 학습치유센터를 설치하는 등 공교육 안에서의 학업 안전망도 구축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시 비중이 확대될 경우 수능에 유리한 과목들에 ‘쏠림’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 김진훈 교사(서울 숭의여고)는 “정시 비중이 30%가량인 현재 상황에서도 윤리, 지구과학 등 대체로 쉽고 다수의 학생이 선택하는 과목이 수능 상대평가 체제에 유리한 까닭에 경제나 물리2 기피 현상이 매우 심각하다”고 전했다. ‘정시 확대’ 메시지가 고교학점제 연구 활동을 가로막기도 한다. 전주 신흥고의 최재훈 교사는 “내년부터 고교학점제의 앞선 단계인 ‘교과중점학교’로 운영될 예정이라 교사들끼리 티에프(TF)팀을 꾸려 교육과정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정부가 ‘정시 비중 확대’를 추진하자 참여 교사들 사이에서부터 ‘실제로 도입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고 전했다.

고교학점제가 ‘장밋빛’ 계획에 그치지 않으려면 선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첫째는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 전환이다. 상대평가가 유지된다면, 자신의 적성이나 흥미보다는 점수 따기 좋은 과목을 고를 수 있고 소수 학생이 듣는 과목은 등급별 평가가 불가능해 개설 자체를 못 할 수도 있다. 교육부는 이날 발표에서 2023년까지 성취평가제 내실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정확한 도입 시기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변별력 확보를 외치는 대학의 반발을 어떻게 이겨낼지도 관건이다.

교원의 전문성 강화, 지역별 격차 등도 넘어야 할 산이다. 여러 교과를 지도할 수 있는 교사의 역량이 고교학점제의 핵심 기반인데, 이를 위한 준비는 아직 부족하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원 감축’ 압박도 무시할 수 없는 위협이다. 학생과 학교 수가 많은 도시 지역과 달리 농산어촌의 경우 이런 기반은 더욱 부족해, 지역별 격차가 나타날 가능성도 크다. 정부는 조만간 종합적인 교원 대책을 마련하고, 교육 소외지역을 중심으로 인근 특목고 등과 교육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고교학점제 선도지구’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교육 전문가들은 “더 전면적이고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김성천 한국교원대학교 교수는 “학생이 교사의 수업 과정을 평가하는 등 공동체적인 통제 시스템, 지자체까지 포괄하는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짚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학급당 학생 수’가 현재 과학고는 16.5명인데 일반고는 25.2명에 이른다. ‘학급당 학생 수’의 목표치를 제시하고 이를 개선해야 제대로 된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유진 최원형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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