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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차별은 폭력을 키운다 아니, 차별 자체가 폭력이다

등록 2018-08-20 20:14수정 2020-06-09 09:48

우리가 자주 혼동하는 말 중에 ‘다르다’와 ‘틀리다’가 있다. ‘다르다’는 같지 않다는 뜻이고, ‘틀리다’는 잘못되었거나 그래서 고쳐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가 차이를 놓고 차별로 몰아세운 일이 많기 때문에 이 두 단어를 자주 혼동하게 되는 것일까.

사람들은 서로 다르다. 같은 나이이고, 같은 동네에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신체적인 조건도 모두 다르다. 그런데 이런 차이를 옳고 그름으로 구별하고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는 것은 차별이다. 잘나고 못난 것으로 나누어서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강요하는 것이 차별이다.

어리다고, 가난한 집 아이라고, 장애가 있다고, 성소수자라고, 인종이 다르다고, 질병이 있다고, 부모님과 함께 살지 않는다고, 일반학교에 다니지 않는다고 차별한다. 남자애가 외모에 너무 관심이 많다고 뒤에서 수군수군, 여자애가 외모에 너무 관심이 없다고 지적. 차별받지 않기 위한 ‘눈치게임’은 이제 그만! 차이를 차별할라치면 차별받지 않을 사람이 없다.

어떤 학교에서는 시험이 단순히 학습이 얼마나 잘 됐나를 알아보는 도구가 된다고 한다. 모르는 것이 무엇이고, 아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교사와 학생이 모두 파악하게 되는 방법이 시험이라는 것이다. 이런 학교에서는 성적으로 차별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성적이라는 한 가지 차이를 놓고 품성, 다른 분야에서의 능력, 앞으로의 가능성을 들먹거리지 않을 것이고, 성적이 낮다고 무시하거나 심지어 “어디 가서 성적 이야기는 꺼내지도 말라”는 말도 듣지 않을 것이다.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사회의 모습이다.

‘김아무개라는 10대가 좋아하는 친구에게 처음으로 고백을 했다가….’ 그 다음 어떤 문장이 이어질까. 웬일인지 이런 일에는 응원하는 마음이 들어 이왕이면 ‘사귀게 되었다’로 이어지면 좋겠다 싶다. 그렇지만 무릇 고백이란 상대방의 대답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로 맺음이 되어도 자연스럽다. ‘조금 생각해볼게’라는 답을 들을 수도 있고, 아무 대답을 못 듣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단지 고백을 했다는 이유로 욕을 듣거나 주먹이 날아오거나 따돌림을 당한다면 이 상상치 못한 재앙과 같은 순간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런데 이런 일은 일어난다. 성소수자인 친구들에게 말이다.

착하고 부드러운 성격의 친구라 할지라도 그의 편견, 그가 누구를 차별하는지에 따라 평소에는 나오지도 않던 폭력성이 확 튀어나올 수도 있다. 사회의 혐오논리로 스스로의 폭력을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차별받는 사람들에 대한 폭력은, 사회적 편견을 먹고 그 덩치를 키우다가 결국은 혐오라는 이름의 끔찍한 괴물이 된다. 차별은 폭력을 키운다. 아니, 차별은 그 자체로 폭력이다. 그러니 꼭 따져볼 일이다. 내가 받은 차별은 무엇이고, 내가 하는 차별은 어떤 것일까?

문미정(여성주의 자기방어훈련 강사, <소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라>(우리학교) 지은이(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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