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서 취임 후 두번째 업무지시로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기하고, 제37주년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것을 지시했다. 업무지시 전자결재를 위해 전자카드로 컴퓨터 인증을 받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지하라고 교육부에 지시하면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정책이 1년7개월 만에 공식 중단됐다. 교육부가 고시를 수정하면, 국정 역사교과서는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도 못한 채 폐기되는 운명을 맞게 된다.
교육부는 이날 “새 정부 공약과 12일 대통령 지시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중등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지하기로 했다”며 “지난해 12월27일 중등 역사교과서를 국검정 혼용제로 전환한 발행체제를 검정제로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중고교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 구분 수정 고시’를 개정하기 위한 행정예고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탄핵되자 ‘2017학년도부터 학교 현장에 국정 역사교과서를 적용하겠다’던 기존 방침을 바꿔, ‘2018학년도부터 국·검정을 함께 쓰되, 2017년에는 연구학교에서만 국정 역사교과서를 사용한다’로 방침을 바꿨다. 교육부는 이날 문 대통령의 업무지시로 또다시 고시를 개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국정 역사교과서 발행에 쓴 예비비 44억원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10월 국정교과서 발행에 필요한 비용을 국회 승인이 필요없는 예비비에서 끌어다 썼다. 방은희 한국사국정화저지네트워크 사무국장은 “국회가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해 쓰이지 않는 교과서를 만드는 데 들인 국민 혈세 44억원의 용처를 밝혀야 한다. 국정화 추진 경위의 불법성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계는 일제히 환영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환영 논평을 내고 “역사교육이 정치적 논리에 이용되지 않아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이 이제서야 신임 대통령의 입을 통해 세상에 공표된 것”이라며 “(이제 역사교과서 집필의 기준이 되는) 2015 개정교육과정을 바꾸는 데 모든 역량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우 전국역사교사모임 대표도 “국정교과서 폐기는 시작이다. 현 교육과정에 아직 문제가 남아 있는 만큼 2015 교육과정을 손봐서 역사교육이 제자리를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식 제창곡으로 지정한 데 대해서도 관련 단체들은 환영 입장을 냈다. 이기봉 5·18기념재단 사무처장은 “5·18을 상징하는 노래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지 않겠다는 것은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거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의 이 노래 제창 방침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5·18과 민주화를 상징하는 이 노래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정부가 주관하는 공식행사로 치러진 1997년부터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까지 사람들이 다 함께 부르는 방식으로 불렸다. 하지만 정부는 2009년 5·18기념식 때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본행사에서 제외하고 식전행사에서 합창단이 부르게 했고, 2011년부터는 본행사에 포함시켰지만 합창 형태로 바꾸었다.
김미향 기자, 광주/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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