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역주행 사례로 꼽혔던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지하라고 업무지시를 내렸다. 또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도록 하라는 지시도 함께 했다. 이는 취임 후 두번째 업무지시로 박근혜 정부 아래서 쌓였던 적폐 청산을 본격화하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의 첫번째 업무지시는 일자리위원회 설치로, ‘민생 돌보기’ 차원이었다.
문 대통령의 국정교과서 폐지 지시는 국회에서 법을 개정하거나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대통령 결단만으로 이행이 가능한 개혁과제를 본격적으로 실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국민 동의가 폭넓게 형성돼 있고 절차가 비교적 간단한 공약사항들을 신속하게 이행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정교과서 채택은 박근혜 정부에서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은 실패한 정책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국정교과서를 폐지하려면 대통령 지시에 따라 시행령과 교육부 장관 고시를 개정하기만 하면 된다. 국민 동의가 이뤄진 이 사안을 우선적으로 실행한 건 매우 적절한 판단으로 보인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도 보수정권에서 중단했던 것을 9년 만에 복원하는 것이다. 1997년 정부 기념일 지정 이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해오다 이명박 정부 출범 뒤인 2009년부터 합창단의 합창으로 돌리면서 광주시민과 많은 국민의 반발을 샀다. 문 대통령은 대선을 이틀 앞둔 7일 광주에 들러 “대통령 자격으로 5·18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겠다”고 약속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줄곧 반대한 박승춘 보훈처장의 사표를 먼저 수리한 것도 올바른 조처였다. 문 대통령의 신속한 공약 이행으로 올해 5·18 기념식은 더욱 의미있게 치를 수 있게 됐다.
다양한 개혁과제 중에 대통령이 행정부 권한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잘 선별해 우선 추진하는 것은 정권교체의 체감도를 높일 수 있어 바람직하다. 노동·교육·복지 분야에도 비슷한 사안이 제법 많다. 이런 개혁조처들이 쌓이다 보면 국민 동력이 형성돼 국회 입법도 훨씬 원활해질 것이다. 문재인식 ‘업무지시 개혁’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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