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4월 서울 프란치스코교육회관 앞에서 이화여고 ‘주먹도끼’ 학생들이 스스로 기금을 마련해 건립한 소녀상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최화진 기자
‘위안부’ 문제 알리는 청소년들
“방학 때마다 답사를 가는데 우연히 수요집회에 참석하게 됐다. 이후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직접 소녀상을 세우자는 아이디어를 함께 냈다.”
서울 이화여고 역사동아리 ‘주먹도끼’의 부원 2학년 권영서양의 말이다. 지난해 학생들은 ‘고등학생 소녀상 건립위원회’를 꾸렸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와 ‘대한민국 고등학생이 함께 만드는 평화의 소녀상’ 건립이 목적이었다.
이화여고 ‘주먹도끼’ 학생들
4200만원 기금 모아 소녀상 건립 충청남도 청소년특별회의는
또래에게 역사 사실 제대로 알리고
피해 할머니께 편지쓰기 활동도 기금 마련을 위해 배지와 손수건을 만들어 팔기로 했다. 교내 만화동아리 회장에게 배지 디자인을 부탁했다. 평화를 상징하는 보라색을 바탕으로 못다 핀 꽃과 나비 모양을 형상화한 배지가 완성됐다. 이 배지를 수요집회나 거리 홍보활동을 펼칠 때, 페이스북(www.facebook.com/고등학생이-만드는-평화의-소녀상)을 통해 개당 2000원에 판매했다.
하지만 소녀상을 만들기에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동아리 부원들은 학생회의 협조를 구해 다른 학교와 연대를 추진했다. 직접 제안서를 만들어 서울지역 350여개 고등학교에 편지를 두 번 보냈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진실을 알리고 활동에 함께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1년 동안 54개 학교 1만7038명의 학생이 배지 구매나 일반 기부에 참여했다.
최근 한-일 외교장관의 ‘12·28 합의’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법적 책임이 명시되지 않았다. 공식적 사과와 보상이 아닌 배상을 해달라”며 합의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실 학생들 중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이들이 많다. 용어 자체를 잘못 사용하거나 일부 언론이 쓴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여 왜곡된 시각을 갖는 경우가 있다. 이 와중에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바로 알리고 소녀상 건립에 앞장서는 사례도 있다.
주먹도끼 학생들이 또래 학생과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마련한 기금은 총 4200여만원이었다. 이 기금으로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 앞에 소녀상을 세우고 ‘고등학생이 함께 만드는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열었다. 남은 기금은 다른 전범 피해자를 돕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나비기금’에 기부했다.
1학년 신채은양은 “사람들 앞에서 소리치면서 물건을 파는 게 처음이라 뻘쭘했지만 사람들이 우리 활동을 공감하고 배지를 사줘서 힘이 났다”며 “학생들에게 위안부 문제를 설명하거나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반 설문조사 등을 벌일 때 생각보다 모르는 애들이 많아서 놀랐다”고 했다.
이들은 교내에서 ‘이화 서포터즈’를 모집해 온라인 수요시위도 벌였다. 학교에 있는 시간이라 직접 수요시위에 참석하지는 못하지만 마음으로라도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활동이다. ‘2015년 5월20일 1179회 수요집회, 이화여고 역사동아리 주먹도끼가 함께하겠습니다’라는 문구의 팻말을 들고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는 식이다. 현재 전교생 1200명 중 300여명이 서포터즈 활동에 참여했다.
2005년 출범한 여성가족부 청소년특별회의(이하 청특)는 청소년정책에 대해 청소년과 전문가들이 모여 의견을 제안하는 회의체다. 올해 전국의 청소년들이 정한 정책 의제는 ‘청소년의 역사 이해, 미래를 향한 발걸음’이었다. 이 가운데 충청남도 청특 학생들은 위안부 역사 바로 알기 교육, 플래시몹을 통한 역사 홍보활동을 했다.
길남규(아산고 3)군은 평소 역사와 청소년 관련 활동에 관심이 있어 참여했다. 광복절을 기념해 독립기념관 앞에서 ‘대한민국 만세 플래시몹’을 하고 직접 정한 구호도 외쳤다. 마무리는 단재 신채호 선생이 했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란 말이었다.
“처음엔 사람들이 ‘쟤네 뭐야’ 하는 반응을 보였지만 ‘역사를 바로 알리기 위해서’라는 취지를 설명하자 응원해줘서 보람을 느꼈다.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이나 근현대사를 알리기 위한 퀴즈도 진행했다. 이를 위해 사전에 책이나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아 공부하며 준비했다.”
길군과 청특 학생들은 소속 학교 친구들에게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진실을 알리고 피해 할머니께 편지 쓰는 활동도 독려했다. 길군은 “위안부를 일본에서 쓰는 ‘종군’위안부 명칭으로 잘못 부르거나 실제 피해 내용을 잘 모르는 친구들도 있었다”며 “설명을 하자 관심을 보이며 앞으로 문제를 분명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뤄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관련 활동을 벌여온 학생들은 최근 한-일 외교장관의 합의를 두고도 불만스런 목소리를 냈다. 길군은 “모든 걸 다 떠나서 피해 당사자들이 진정성 있는 사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할머니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합의를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준(천안 쌍용고 3)군은 “정부는 아베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과했다고 주장하지만 할머니한테 직접 사과해야 진정한 사과”라며 “개인적으로는 재단 설립도 돈으로 해결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한테 직접 배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만든 자료들도 활용해봄 직하다. 지난해 교육부와 여성가족부는 초·중·고 학생들을 위해 ‘일본군 위안부 바로 알기’ 교재를 만들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e-역사관’(www.hermuseum.go.kr)과 ‘동북아역사넷’(contents.nahf.or.kr) 등에서 내려받을 수 있고, 시·도교육청 및 주요 도서관 등에선 책자로 볼 수 있다. 학생용과 교사용 별도로 만들어진 교재는 학생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알 수 있도록 전쟁과 여성 인권, 평화 문제 등의 측면에서 각각 접근했다. 총 10개의 소주제로 만든 동영상 교재는 수업시간에도 활용할 수 있다.
주먹도끼 학생들은 앞으로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자매결연을 한 일본 야마나시 에이와여고 학생들과 화상채팅을 하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알릴 계획이다. 지난해 말 한차례 채팅을 통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위안부 문제를 궁금해하는 일본 학생들에게 본인들의 활동도 설명했다. 권양은 “이 활동을 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아는 계기가 생겼고, 일부 부원들은 이 주제로 전교생 소논문 쓰기 활동에 참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선조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우리 역사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는 건 당연하다. 이를 올바로 알아야 우리가 앞으로 비슷한 문제에 부딪혔을 때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 잘못한 걸 알았으면 그걸 바로 잡는 게 인지상정이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
4200만원 기금 모아 소녀상 건립 충청남도 청소년특별회의는
또래에게 역사 사실 제대로 알리고
피해 할머니께 편지쓰기 활동도 기금 마련을 위해 배지와 손수건을 만들어 팔기로 했다. 교내 만화동아리 회장에게 배지 디자인을 부탁했다. 평화를 상징하는 보라색을 바탕으로 못다 핀 꽃과 나비 모양을 형상화한 배지가 완성됐다. 이 배지를 수요집회나 거리 홍보활동을 펼칠 때, 페이스북(www.facebook.com/고등학생이-만드는-평화의-소녀상)을 통해 개당 2000원에 판매했다.
2. 지난해 여름 충청남도 청소년특별회의 학생들은 독립기념관 앞에서 본인들의 활동과 역사 정책 주제를 홍보하는 활동을 벌였다.
충남 청소년특별회의 제공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 판매한 손수건과 배지.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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