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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국가교육위원회 만들어 초중등 과정·미래교육 등 다루자”

등록 2015-04-09 20:05수정 2015-04-09 20:05

[광복 1945, 희망 2045] 다시, 교육부터
교육갈등 접점 찾기 ⑦ 김대중 정부 교육장관 이해찬 인터뷰
국민의 정부 시절 교육부 장관을 지낸 이해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면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등 교육정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국민의 정부 시절 교육부 장관을 지낸 이해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면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등 교육정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이해찬(63)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진보정부의 교육부 장관 가운데 가장 논쟁적인 인물이다. 이 의원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직후 1년2개월(1998년 3월~1999년 5월) 동안 교육부 장관으로 있으면서 한국 사회에 큰 변화와 논쟁을 수반하는 정책을 쏟아냈다.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 간다’로 대표되는 대학입시 개혁, 야간 자율학습 폐지, 교원 정년 단축 등이 그것이다. 이 의원이 마련한 입시제도를 통해 2002년 대학에 입학한 1983년생들을 흔히 ‘이해찬 1세대’라고 부른다. 보수언론은 이들에게 ‘건국 이래 최저 학력’이라는 오명을 씌우기도 했다. 이 의원은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 기자를 만나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어 초중등 교육과정과 대학입시, 미래교육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입시제도 다양화 특기적성교육
사회적 논란 많았지만
18년 지난 지금도 기조 유지

교육과정 졸속개정 추진은
정부 정치적 노선 반영 시도 탓
교육틀 초중등 최소12년 유지돼야
대교협-교육감 입시요강 합의를

국가교육위원 복수로 추천받아
국회 청문 거쳐 대통령이 임명케
법인세 감면액만 40조나 되는데
왜 무상급식 등 돈 없다고 하나

-역대 교육부 장관 중에, 학생들한테 본인의 이름을 딴 세대 호칭을 붙여준 장관은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장관 시절 그만큼 사회적 논란이 컸다는 방증이기도 한데요.

“‘이해찬 1세대’라는 건 보수언론에서 제가 추진한 대입정책을 잘못 강조해서 쓴 결과입니다. 제가 취임한 이후 입시제도를 다양화해서 학생들이 적성과 특기를 살려 대학을 갈 수 있도록 특기적성교육을 강조했습니다. 교사들도 바뀌어야 하고, 대학도 변화된 전형에 맞춰서 입시 전형을 해야 했습니다. 그동안 한번도 안 하던 노력을 하려니 어려움이 따른 거고, 반발이 있었죠. ‘이해찬 세대’라는 말도 나왔지만, 대입제도가 바뀐 덕에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은 학생도 많습니다. 18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기조가 유지되는 것만 봐도 크게 틀리지 않았다는 얘기 아닙니까. 제가 사설 입시기관 모의고사를 못 보게 하고, 대신 아이들을 가르친 교사가 문제도 내고 채점도 하도록 했습니다. 그랬더니 입시기관, 문제지 업체, 리베이트 받던 교사들이 크게 반발했습니다. 각종 이해관계로 인한 집단적 반발이었다고 봅니다.”

-교육문제를 둘러싼 이념갈등이 심하고, 교육부 장관 임기도 다른 장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데요.

“교육은 자식의 미래이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아주 절박하게 느끼는 분야예요. 게다가 학력이 제일 높은 사람들(교원) 40만명이 종사하는 유일한 분야입니다. 내부적으로 자기주장이 매우 강하고, 학부모들도 아주 민감하고, 다양한 요구가 분출되는 분야라 이슈가 생기면 장관이 책임지고 물러나게 되지요. 교육부 장관이 너무 자주 바뀌니까 안정된 정책을 추진하기가 어렵습니다. 안정적으로 오래 추진해야 제도화를 시킬 수 있는데 좋은 정책이 있어도 제도화의 어려움이 있지요.”

-실제로 교육정책이 자주 바뀌어 아쉬움을 느꼈던 적이 있으신가요?

“제가 장관으로 갔을 때 (김영삼 정부에서) 7차 교육과정을 어느 정도 만들어 놨습니다. 집행을 하기 직전에 제가 간 건데, 적성교육을 강화하는 교육과정으로 그런대로 잘 만들어 놓았더라고요. 7차 교육과정을 시행할까 아니면 다시 한번 새롭게 접근해볼까 검토하다가 그냥 이전 정부 것을 거의 그대로 시행했습니다. 교육과정은 한번 논의가 시작되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다만 1996년 만든 7차 교육과정은 1997년 아이엠에프 사태의 상황이 반영돼 있지 않았습니다. 제가 정보화 교육과 교원 정년 단축 정도만 보완해서 7차를 그대로 시행에 옮겼습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때까지만 해도 교육과정은 5년 정도 주기로 바꾸는 기조가 유지됐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 수시로 개정하게 돼 혼란이 컸습니다.”

-정부가 바뀌면 무리인 줄 알면서도 왜 자꾸 졸속 개정을 추진한다고 보십니까?

“정부 성격에 따라 자기들의 이해관계, 정치적 노선을 교육에 반영시키려 합니다. 교육부 장관으로 가보니, 대학이 너무 많아 사회적 문제였습니다. 1995년에 대학 설립을 허가제에서 준칙주의(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설립)로 바꾸면서 대학이 급증한 겁니다. 담당자들을 추궁했더니 결국 솔직히 털어놓더라고요. 돈 많은 사람들이 학교에 출연을 하면 면세 혜택이 있습니다. 법인을 만들어 세금은 면제받고 그걸 기업처럼 운영하면서 학교를 확장하고 학교 돈을 빼돌린 겁니다. 교육부가 허가를 엄격히 해서 그걸 못하게 막고 있었는데, 김영삼 대통령이 교육부 공무원들을 불러다 왜 육영사업을 막느냐고 질타를 했답니다. 제가 장관이 된 후에 고쳐보려고 했는데 고칠 수가 없었습니다. 이미 입학한 학생들이 있는데 학교 문을 닫을 수가 있겠습니까.”

“교육과정으로 보면, 특히 사회 과목 같은 경우 정부가 정치적으로 개입하려는 경향이 심합니다. 역사, 사회, 국어, 이런 과목이 특히 그렇습니다. 사실 7차 교육과정 만들어 놓은 걸 보니까, 국어와 사회 같은 과목에서 정치적인 색깔이 비교적 덜했습니다. 5·16을 쿠데타라고 처음으로 인정한 교육과정이 7차 교육과정이었습니다. 최근 몇년간 한국사 교과서 가지고 정부가 자꾸 국정화를 하자는 것도 그런 걸 빼려는 것 아닙니까. 정부가 개입을 못하도록 하려고 교육과정을 5년마다 바꾸게 한 건데요, 사실 교육과정 개정 주기로 5년도 짧습니다. 한 학생이 한 가지 교육과정으로 초중등을 이어 가려면 한 교육과정이 최소 12년은 유지돼야 합니다.”

-2012년 민주통합당 대표 시절에 국가교육위원회를 설립해 정책을 만들게 하고,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는 시행하는 체계로 이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셨습니다.

“초중등 교육과정을 일관성 있게 관철하려면 국가교육위원회가 꼭 필요합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초중등 학생들에 대한 교육의 대강을 만들고, 실행은 교육부가 맡아서 하면 됩니다. 어느 정부가 들어와도 변하지 않도록 국가교육위원회 구성을 신중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육계에서 복수로 추천을 받아서 대통령이 지명을 하고 국회 청문회를 거쳐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면 됩니다. 또 대통령 임기와 국가교육위원장 임기가 엇갈리도록 해야 합니다. 교육부 장관 시절 영국의 국가교육위원장을 만난 적이 있는데, 일흔 넘은 분이 20년째 위원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영국은 내각제라 정부가 자주 바뀌는데 국가교육위원장을 종신제로 둬 정부 맘대로 손을 못 대게 한 겁니다.”

-교육과정 이외에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어떤 걸 중점적으로 논의해야 할까요?

“우리나라 고교 교육은 입시제도를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당연히 공급자인 고교와 수요자인 대학이 협의를 많이 해야 하는데, 대학교육협의회와 교육감 간에 논의구조가 없습니다. 대학은 대학대로 입시요강을 만들고 고교는 거기에 맞춰가는 시스템입니다.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해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에 입시요강 협의가 있어야 합니다. 국가교육위원회에는 초중등 교육과정과 대입 요강 이외에 미래 수요를 점검하는 부문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이 사회에 나오려면 20년 가까이 걸립니다. 그런데 미래 사회 예측이 안 되니까,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와 학교에서 배출하는 인재가 다릅니다. 독일은 다음 세대에 맞는 가치관, 지식, 적성이 뭔지 매년 조사를 하고 그걸 교육과정에 반영합니다.”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든다면 위원장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교육 전문성일까요, 정치적 영향력일까요?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교육학회 등으로부터 추천받은 교육 전문가가 되는 게 맞다고 봅니다. 다만 국가교육위원회가 만든 안을 집행하는 교육부 장관은 ‘조직 관리·운영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꼭 교육학자가 아니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교육부 장관을 할 때, 교육 전문성은 좀 없었지만 이미 3선 국회의원에 당 정책위의장을 했고 인수위 총괄 간사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예산 확보 같은 것부터 다른 부처보다 쉬웠습니다. 제가 교육부에 가보니 세출 예산은 정해져 있는데, 세입이 고정돼 있지 않았어요. 특히 아이엠에프 사태 직후라 세입이 크게 줄어 도저히 교육부를 끌어갈 수가 없었어요. 대통령한테 말씀드려 교육부 총액을 정해달라, 총액 내에서 알아서 쓰겠다고 해서 교육부가 자체 예산 편성권을 확보했습니다. 또 당시에 교육세 폐지 논의가 한창이었는데 제가 강력하게 막았습니다.”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한 지속가능한 교육정책만큼이나 안정적인 교육재정 확보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우리나라처럼 부존자원이 없는 나라한테 교육은 투자입니다. 인적자원을 강화해서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종의 선행투자라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만 투자고, 경제성장을 사회간접자본으로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참 전근대적인 발상입니다. 도로 보세요, 과잉 아닙니까? 우리가 더 많이 투자해야 하는 건 연구개발(R&D) 분야, 인적자원, 소프트웨어입니다. 유럽 국가들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때부터 아동수당을 주기 시작했는데, 우리는 여태 무상급식 가지고 싸우는 게 말이 안 됩니다. 맨날 교육에 투자할 돈이 없다고 하는데요, 법인세 감면만 40조원입니다. 왜 돈이 없습니까.”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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