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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핀란드 비상사태에도 ‘학교 개혁 합의안’ 꾸준히 추진

등록 2015-04-05 22:00수정 2015-04-06 13:28

핀란드가 2000년대 들어 갑작스럽게 세계의 교육 강국으로 부상한 것은 1960년대에 공교육 개혁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 40년 동안 일관된 교육정책을 추진해온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국가교육청)는 1963년부터 종합학교(인문계고와 실업계고를 통합해 모든 고등학생을 하나의 트랙으로 교육하는 것)를 중심으로 하는 공교육 개혁을 학교 현장에 구현한 집행기구다. 심의·의결기구 성격으로 논의되고 있는 한국의 국가교육위원회와는 성격이 다르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핀란드가 2000년대 들어 갑작스럽게 세계의 교육 강국으로 부상한 것은 1960년대에 공교육 개혁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 40년 동안 일관된 교육정책을 추진해온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국가교육청)는 1963년부터 종합학교(인문계고와 실업계고를 통합해 모든 고등학생을 하나의 트랙으로 교육하는 것)를 중심으로 하는 공교육 개혁을 학교 현장에 구현한 집행기구다. 심의·의결기구 성격으로 논의되고 있는 한국의 국가교육위원회와는 성격이 다르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광복 1945, 희망 2045] 다시, 교육부터
외국의 교육협의체들
한국만큼 교육정책을 둘러싼 이념적·정치적 갈등이 심각한 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다. 헌법에 교육이 지켜야 할 가치 가운데 하나로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한 나라도 한국이 유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행사를 정치적 중립 위반으로 형사처벌하는 등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조변석개하는 한국의 교육 현실에서 이는 절실한 헌법적 가치임은 부인할 수 없다.

핀란드, 미국, 일본 등 교육정책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국가들이 운영하고 있는 교육 관련 협의체들은 이런 한국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63년 사회적 합의한 교육정책
혼란기 1970년대에도 흔들림 없어

미, 주 교육위가 주 교육감 견제
일, 중앙교육심의회 위원에
기업 대표·교육감 등 참여 다양
독·영, 전문가 집단 독립기관화

(※ 클릭하시면 확대됩니다.)
■ 핀란드, 1960년대에 교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 이뤄

1980년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실시하는 국제수준 학업성취도 평가(PISA)에서 평균 정도의 성적을 내던 핀란드는 2000년대 갑작스럽게 세계 1위로 올라섰다. 그 배경에는 1963년 사회적으로 합의된 ‘종합학교개혁’이 30~40년 동안 흔들림없이 추진된 교육정책의 역사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20년 가까이(1973~1991년) 핀란드 국가교육청(국가교육위원회)의 수장을 맡았던 에르키 아호가 쓴 <핀란드 교육개혁 보고서>를 보면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임시 비상정부를 구성할 정도로 정치적 혼란이 극심했던 1970년대에도 1963년에 출발한 ‘종합학교개혁’은 일관되게 추진됐다. 사회민주당과 중도당에서 각각 장관을 1명씩 배출해 2명의 장관으로 교육부를 운영하면서 교육정책 결정 자체를 양당의 합의에 기반하도록 구조화한 것이 비결이다.

이후 교육부 운영체제는 바뀌었지만 중요 국면에서 정당이 갈등을 부추기지 않고 오히려 사회 전반의 합의 문화를 주도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핀란드에 국가교육위원회로 번역되는 기구가 있지만, 그 역할이 한국이 모색하고 있는 사회적 합의기구로서의 ‘국가교육위원회’와 역할이 판이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핀란드 헬싱키 행동과학대학에서 1년 동안 연구교수로 있었던 장수명 한국교원대 교수는 “핀란드는 합의제 민주주의의 토대 위에 정치세력들이 교육의 기본 가치나 기본 철학에 합의한 상태에서 구체적인 교육정책의 개발과 집행을 일종의 전문가 집단인 국가교육위원회에 맡긴 것이었다. 우리는 국가교육위원회에서 기본 철학이나 기본 가치에 대한 합의부터 이뤄야 한다는 점에서 참고해야 할 부분이 다르다”고 했다.

■ 미국, 주교육감 견제하는 주교육위원까지 선거로 뽑아

미국은 1980년에야 연방정부의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교육부가 생길 정도로 교육정책 결정과 집행권이 주정부에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의 교육정책 결정 과정에 견줄 수 있는 곳은 연방정부가 아니라 주정부라는 게 미국 사례를 연구한 학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미국 주정부의 경우 주정부를 견제하는 주의회와 별도로 주교육감을 견제하기 위해 설치된 주교육위원회를 국가교육위원회의 모델로 보는 견해가 많다. 허종렬 서울교대 교수는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로 치면 행정부를 견제하는 국회가 있고, 교육부를 견제하는 교육위원회가 별도로 있다. 캘리포니아주 등 17개 주는 주교육위원회 위원을 주민 직선으로 뽑기도 한다. 그만큼 주민의 의견을 수렴한 견제와 감시가 철저한 것”이라고 했다.

반상진 전북대 교수는 “우리는 국가 단위에서 대통령과 장관이 교육정책을 다 입안하고 집행하는데 그걸 견제할 장치가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바뀌는 것도 이러한 견제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 주교육감의 의사결정과 정책 집행을 주교육위원회가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처럼 우리도 국가교육위원회가 교육부에 대해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교육부의 보고서 정도로 교육정책이 마련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의 경우 교육정책 결정 과정이 입법 절차와 동일하며, 교육정책을 법안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충분히 거치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상진 교수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는 교육정책은 법률적으로 사전에 검증이 되는 시스템이다. 우리나라처럼 법률에 위반되는 정책도 교육부가 자의적인 행정 판단으로 추진하는 일이 미국엔 없다”고 했다.

■ 일본, 기업 대표부터 초등 교장까지 다양한 구성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 교육부 장관에 해당하는 문부과학대신의 자문기구로 두고 있는 중앙교육심의회(중교심)가 국가교육위원회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중교심은 의원내각제 국가인 일본이 교육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김용 청주교대 교수는 “내각이 바뀔 때마다 문부과학대신이 교체되는 의원내각제 국가인 일본은 우리보다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구조다. 이 때문에 중교심을 별도로 두고 중요한 교육정책은 반드시 중교심 자문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문부과학대신이 중교심 결정과 다른 방향으로 정책을 집행하는 게 어려울 정도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했다.

30명 정도로 꾸려지는 중교심 위원은 기업 대표나 지자체장, 교육감, 대학 총장, 초등학교 교장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이들이 참여해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다. 2012년의 경우 회장은 신일본제철 회장, 부회장은 일본학술진흥회 이사장이 맡았다. 김용 교수는 “교육 전문가들의 전문성을 적절히 살리면서 사회 각계의 다양한 요구를 수렴할 수 있는 위원회 구성 방식은 교육정책기구의 구성 방식으로 참고할 만하다”고 했다.

다만 위상이 문부과학대신의 자문기구에 그치는 한계 탓에 아베 신조 총리 정부에서는 정권의 입맛에 맞는 위원을 선임해 ‘투명위원회’ ‘어용위원회’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는 점은 한국의 국가교육위원회에 어떤 법적 위상을 부여할지를 논의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 독일과 영국, 전문가 집단 독립기관화해 안정성 확보

2012년 국제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한국이 수학(1위)과 읽기(1~2위) 분야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국 가운데 최상위권에 들 때, 독일은 중하위권(수학 6~10위, 읽기 9~15위)에 머물렀다. 독일은 이처럼 국제 비교 평가에서 낮은 성과를 내는 원인이 주 단위로 이뤄지는 분권화한 교육행정에 있다고 보고 이를 연방 단위로 연결해 국가 차원의 교육정책을 자문할 수 있는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국가교육위원회를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대표들이 주축이 된 정치인 그룹과 교육학자·교사를 비롯해 다양한 교육계 인사로 구성된 전문가 그룹으로 이원화하려는 독일의 방식(pssyyt.tistory.com, 박성숙의 ‘독일교육 리포트’)은 참고할 만하다. 장수명 교수는 “한국교육개발원, 직업능력개발원, 교육과정평가원 등 한국에도 교육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기관들이 있지만, 이들이 독자적인 정책안을 내지 못한 채 교육부에 사실상 종속돼 있다.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 때 전문위원회를 설치하고, 이런 전문 연구기관들과의 관계 설정이나, 나아가 구조 개편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영국도 교육과 관련한 특정 역할을 수행하는 독립적인 전문가 집단을 통해 정책 집행의 전문성과 안정성을 확보한다. 대학 정책의 경우, 대학에 정부 예산을 배분하는 기관(HEFCE), 전국 대학 감사·평가 기관(QAA), 대학 연구능력 평가 기관(RAE) 등이 모두 따로 있다. 교육부의 교육정책 수행 결과를 대학 평가나 재정지원 사업에 연계하는 등 자의적인 정책 집행이 이뤄지는 한국과 달리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제이기도 하다. 반상진 교수는 “행정 권력이 막강한 한국의 정치사회적 조건 때문에 정치적 중립성과 교육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국가교육위원회와 같은 제3의 섹터가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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