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미국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금은 ‘멋진 거래의 시대’다. 수많은 사람이 온갖 종류의 상품과 서비스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서점 아마존에서는 마우스 몇 번 누르는 것만으로 3600만권이 넘는 책을 찾을 수 있다. 오프라인 서점 중 가장 규모가 큰 뉴욕의 반스앤노블 서점이 보유하고 있는 책의 140배다. 디지털과 인터넷은 상품 유통 구조를 바꾸고, 소비생활은 편해졌다. 물건이 넘쳐나고 유통수단이 발달하니, 자연스럽게 중고 시장도 커졌다. 2013년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가전, 가구, 자동차 등 중고시장 규모가 6조원이 넘는다. 온라인 중고 장터의 개인간의 거래를 포함하면 전체 규모가 10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매년 높은 성장세다.
이런 성장의 중심에는 디지털 속성에 맞게 새로운 스타일의 소비생활을 주도하는 세대가 있다. 부모들은 “유행에 민감하고 싫증나면 가차 없이 팔아버린다”, “매우 계산이 빠르다”, “인터넷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거래를 성사시킨다”며 놀란다. 물자가 귀하고, 한번 구입하면 사용 빈도가 낮더라도 도중에 양도하거나 버리는 일이 드물었던 아날로그 세대와 다른 모습이다.
중고 거래는 두 종류로 구분된다. 하나는 자기만을 위한 거래다. 요스테인 고르데르의 <지구, 2084>에 따르면 “지구 미래에 대한 책임보다 유전자 (생존) 본능에 더 충실한 경박한” 모습이다. 유행을 따르는 것은 이 경우다. 다른 하나는 나와 남을 동시에 고려하는 거래다. 미국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은 “(지금처럼) 분배를 하고도 재화가 남는다면 서로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 거래가 가능하다”고 했다. 아끼고 나누는 거래다.
200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디자인 대회가 열렸을 때 호텔 방이 부족해 자신들의 아파트를 참가자들에게 숙소로 제공한 경험에서 만든 웹사이트 에어비앤비도 출발은 후자였다. 예전 표현을 빌리자면 ‘아나바다’인 셈이다. 풍부한 물자와 편리한 거래를 되돌릴 순 없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넘쳐나는 물자와 거래 환경에 익사하지 않고 그에 맞는 지혜로운 소비와 거래 방법이 요구된다. 디지털의 편리한 수단을 이용해 아끼고 나누는, 나와 남을 모두 고려하는 거래다.
고평석 사람과디지털연구소 객원연구원
고평석 사람과디지털연구소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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