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요즘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베이비모니터가 인기가 높다. 베이비모니터는 웹캠과 센서에 연결된 모니터로 아이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부모에게 알려준다. 부모들은 아이 곁을 지키지 않아도 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방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할 수 있고, 기저귀를 갈아야 할 때도 알 수 있다. 부모의 육아부담을 덜어주니 찾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이 편리한 도구를 마냥 믿고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경고가 나왔다. 최근 영국 국가사이버보안센터는 인터넷으로 연결된 베이비모니터가 보안에 매우 취약하여 해커가 침입해 아기의 모습을 엿보거나 음성이나 영상을 빼돌릴 수 있다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또 기기를 원격으로 조종해서 아이 주변의 여러 장치를 마음대로 바꿔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다고 한다.
다른 전문가들은 이런 제품의 보안 취약성이 더 큰 문제로 연결될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한다.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보안이 소홀히 취급될 수 있어 해커들이 노릴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스마트 기기가 해킹의 매개체가 되어 사생활을 위협하고, 네트워크와 생활 안전을 위태롭게 할 뿐 아니라 대규모 사이버 공격으로 사회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영국 국가사이버보안센터는 베이비모니터를 포함한 사물인터넷 기기 제조업체에 대해 기기의 안전을 보장하도록 하는 새로운 지침도 함께 발표했다. 그 지침은 제조업체가 일괄적인 초기설정 암호를 만들지 않아야 하며, 정부 당국에 보안 취약성을 공개해야 하고,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고, 민감한 데이터는 암호화하라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집안의 설치된 웹캠을 통한 사생활 노출이 문제되고 있다. 정부 대책은 보이지 않고, 사용자들의 인식도 낮은 수준이다. 우리가 누리는 디지털 시대의 편리함은 사생활과 개인 정보의 노출이라는 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은 것이다.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암호를 자주 변경하고, 필요하지 않을 때는 연결을 꺼두는 습관이 몸에 배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모니터링’이 아니라 체온과 눈빛을 나누는 ‘돌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다.
이재포 협동조합 소요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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