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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10년마다 대토론회…정책 합의 제도화를”

등록 2015-03-15 21:52수정 2015-03-16 11:34

김신일 부총리 겸 전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백석대 대학원 연구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김신일 부총리 겸 전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백석대 대학원 연구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광복 1945, 희망 2045] 다시, 교육부터
전직 교육 장관들이 말하는 교육 해법
노무현 정부 김신일 장관
김신일(74) 백석대 대학원 석좌교수는 노무현 정부에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지냈다. 김 전 장관은 2006년 9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약 1년5개월 동안 참여정부의 마지막 교육부 장관으로 재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임기 말, 정치적 풍랑 앞에서 각종 교육정책이 좌초되는 걸 온몸으로 겪은 산증인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백석대 대학원에서 <한겨레> 기자와 만나 “교육 문제만큼은 정치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며, 국민교육대토론회를 상설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학생 포함 각계각층 토론을
상설기구선 평가·의견수렴 반영
국회·정당은 사회적 합의 존중을

특정 관점만을 주입하려고 하면
정권 따라 바꾸고 또 바꾸고 악순환
다양한 지식·관점 배울 선택권 줘야”

-저서 <서울대 김신일 교수의 교육생각>에서 “철학과 비전 없이 그때그때 목소리 큰 집단에 끌려다니거나 정권의 정치적 계산에 따라 정책을 선택하기 때문에 교육정책이 춤을 추는 것”이라고 비판하신 적이 있습니다.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시절, 실제로 그런 경험을 하셨는지요?

“제가 장관을 맡기 전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사립학교법을 개정했습니다. 사학들이 반발을 하니까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사립학교법을 재개정하기 전에는 여당과 다른 어떤 것도 논의하지 않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제가 장관이 된 뒤 (교육 쪽에서도) 여러 가지 법안을 만들어야 했는데, 여당은 사학법 재개정은 죽어도 못 한다고 하고, 야당은 당대표 엄명이라 재개정 전까지는 어쩔 수 없다고 버텼습니다. 참여정부 막바지에는 노 전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 언론과의 전쟁 등으로 대결 구도를 형성하니 교육 문제까지 다 파묻혔습니다. 보수·진보의 이해관계가 없는 교육정책인데도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는 건 무조건 안 된다’는 노골적인 얘기들이 장관인 제 귀에까지 들어왔습니다. 교육을 정치적인 논쟁으로부터 분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지난해 진보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된 뒤 보수 정부와 진보 교육감들을 위시해 교육 문제를 둘러싼 이념갈등이 표면화됐는데요. 교육 문제가 왜 이렇게 정치적인 쟁점이 된다고 보십니까?

“교육은 인간의 사유체계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고도로 정치적인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교육이 특정 이념을 위한 통치 수단으로 100년 넘게 활용됐습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 10여년간 민주화에 바탕을 두고 어느 정도 개선됐다가, (정권 교체로) 다시 복고적인 상황이 벌어지니까 마찰이 더 커진 겁니다. 교육적으로 좋으냐 안 좋으냐, 학생들의 자아실현을 위해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에 바탕을 두고 논의하고, 전문가 의견을 듣고 토론을 통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논의하기도 전에 좌파냐 우파냐 딱지부터 붙이고 무조건 반대합니다. 교육의 본질은 없어지고 정치 논쟁만 남는 게 현실입니다.

-교육정책은 왜 성공하기가 그렇게 힘든가요?

“한국 교육은 ‘사유 구조’가 아주 강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우선 교육 제공자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대학의 85%, 고교의 절반 정도가 사립학교입니다. 사립학교 설립자나 운영자들은 학교를 개인회사처럼 생각합니다.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 보면 사립학교 운영비 대부분은 등록금, 다 학부모 돈입니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도 ‘내 돈 내고 내가 보내는데 왜 교육청이 폐지하라 마라 하느냐’는 것이죠. 또 졸업생들을 채용하는 기업들은 ‘우리가 월급 주면서 데려다 쓰는 것이다. 우리는 교육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모두들 교육이 자기 거라고 생각하는데, 정부가 교육정책을 세우면 일단 불만스럽겠죠. 정부 초창기엔 정부가 힘이 있으니 듣는 척하다가 조금 지나면 말을 안 듣습니다. 교육재정을 늘리고 공립학교를 확대해 교육공공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청소년을 포함해 각계각층의 국민이 교육 문제에 관한 논의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계신데요. 교육학자나 정부 관료 이외에 일반 시민이 교육 문제 논의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까요?

“제 생각에 10년 정도 단위로 ‘국민교육대토론회’를 실시하고 토론회 운영 기구를 상설화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교육정책은 교육부가 세우고, 법은 입법부가 만들지만 그래도 국민교육대토론회가 방향성 내지 참고할 만한 토대와 기준을 세워주는 겁니다. 상설기구를 만들어 교육 전문가, 사회 각 분야 전문가, 교사, 학생, 학부모 대표 등이 모여서 10년마다 한 번씩 토론을 합니다. 여기서 30년, 50년 뒤 한국 사회의 모습을 그려보고, 거기에 걸맞은 인재상과 교육의 방향을 정합니다. 상설기구에서는 지속적으로 평가 작업과 의견 수렴 등 분석 작업을 하고, 10년 뒤 다시 대토론회를 하는 거죠. 일종의 사회적 합의니까 국회든 정당이든 충분히 존중해주고, 정권이 바뀌어도 이런 과정을 거쳐 결정된 정책은 쉽게 바꾸지 않는 거지요. 교육부 장관도 이 방향에 따라 잘할 수 있는 적임자를 임명해 임기를 보장해주는 겁니다.”

-교육의 내용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교육의 다양성을 지향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쪽으로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바꾸면 많은 부분 정치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대개 특정 관점만을 주입하려고 하면 정권이 바뀌면 또 바꾸고 또 바꾸는 정치싸움이 됩니다. 국가든 학교든 교사든 간에 가르치는 쪽에서 자기들이 옳다고 믿는 것을 주입하는 것은 교육주의입니다. 반면 학습자가 여러 가지 지식과 관점을 다양하게 학습해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학습주의입니다. 어떤 문제는 학습자들이 끝내 선택을 못 할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런 고민 속에서 여러 가지를 늘 생각하는 것, 그게 건강한 겁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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