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1945, 희망 2045] 다시, 교육부터
교육갈등 접점 찾기 ①
1000명 설문…진보·보수 “합의 제도화”
52% “현 정부서 교육 이념갈등 심화”
교육갈등 접점 찾기 ①
1000명 설문…진보·보수 “합의 제도화”
52% “현 정부서 교육 이념갈등 심화”
아이들 교육 걱정에는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었다. 어느 쪽이든 지금의 우리 교육을 믿지 않았고, 교육정책을 둘러싼 이념 갈등이 이전보다 더 심해졌다고 여겼다. 교육문제만큼은 사회적 합의를 제도화하자는 데는 보수, 진보를 떠나 열에 아홉이 동의했다.
정치권이나 교육계가 양분돼 싸우는 문제들은 한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것도 있었다. 특목고·자사고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데 폭넓은 공감대가 있었고, 교육과정을 수시로 개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이 우세했다.
<한겨레>가 지난 8~9일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소장 한귀영) 사회조사센터에 의뢰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보니 교육정책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34.6%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51.2%는 교육 전반에 대해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11.1%는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고 해, 62.3%가 교육 불신을 드러냈다. 진보 성향 응답자의 교육 신뢰도는 29.2%로 보수(44.4%), 중도(29.6%) 성향보다 더 낮았다. <한겨레>는 광복 100주년을 맞는 2045년을 앞두고, 남은 30년 동안 교육을 바로잡는 것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이번 조사를 했다.
‘교육 불신’의 가장 큰 원인은 수시로 바뀌는 교육정책이었다. ‘교육정책이 자주 바뀌고 졸속이어서’라는 응답이 44.3%로 가장 많았다. 보수(44.1%), 중도(46.4%), 진보(45.1%) 등 이념 성향에 따른 차이도 거의 없었다. ‘정책 전반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라는 응답도 19.3%였다. 광복 이후 70년간 정부가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의 큰 틀이 흔들리는 시행착오가 반복되면서 불신이 누적된 결과다.
국민 절반 이상은 박근혜 정부 들어 교육 갈등이 심해졌다고 여겼다. ‘교육정책을 둘러싼 이념 갈등이 이전과 비교해 어떻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52.6%가 ‘심해졌다’고 답했다. ‘과거와 비슷하다’ 29.9%, ‘약해졌다’ 13.2%였다. 이념 성향별로는 보수 58.0%, 진보 55.6%, 중도 48.5%가 갈등이 심해졌다고 답해 보수층의 피로도가 다소 높았다.
교육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제도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필요하다’ 36.6%, ‘비교적 필요하다’ 50.5% 등 87.1%가 필요성을 인정했다. 여기에 보수(86.4%), 중도(88.3%), 진보(89.7%)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
정치권이 대립·갈등하고 있는 교육정책 가운데 공통분모를 찾은 것으로 볼 만한 이슈들도 있었다. 특목고·자사고 등 수월성 교육기관으로 인한 일반고 소외 현상에 대해 ‘교육격차를 야기하는 잘못된 정책’으로 보는 국민이 65.4%에 달했다. 초·중·고 교육과정 수시 개정에 대한 반대도 77.6%나 됐다. 이번 조사는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조사를 통해 이뤄졌다. 오차 한계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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