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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요람에서 대학까지’ 공약 제대로 이행한 게 없다

등록 2015-02-24 22:08수정 2015-02-25 11:37

박근혜 정부 2년 진단 ③ 복지·교육
“돈없다”며 보육·교육공약 공수표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인 고등학교 무상교육 공약은 폐기한 겁니까?”(기자)

“교육재정이 어려워 올해 유보하고 내년엔 진행하려 합니다. 폐기한 건 아닙니다.”(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교육부 등 6개 부처 장관이 ‘2015년 국민행복 분야 업무계획’을 대통령한테 보고하기 전날인 1월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6개 부처 언론 브리핑 장면이다. 브리핑 뒤 교육부의 한 간부는 “대선 공약을 꼭 다 이행해야 하느냐”며 피로감을 내비쳤다. 박근혜 정부 2년, 교육 현장에 실망·체념이 드리워져 있다.

■ “돈 탓, 공수표…”

2012년 대선 때 “고교 무상교육 시대를 열겠다”는 구호로 상징되던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교육복지 공약이 잘 보이지 않는다. ‘돈이 없다’는 게 주된 이유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증세 없는 복지’를 호언한 만큼 공약을 이행하려는 의지가 퇴색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만 3~5살 어린이를 보살피는 누리과정의 예산 분담 공방이 대표적이다. 세수가 늘면 지방교육재정도 늘 거라는 재정 예측이 빗나가자, 정부는 시·도교육청에 1조6000억여원의 부담을 떠넘겼다. 교육감 공약인 친환경 무상급식 예산을 줄여서라도 대통령 공약부터 이행하라고 압박했다. 초등학교 무료 돌봄교실을 1~4학년 모든 희망 학생들로 확대하겠다던 공약도 뒷걸음쳤다. 저소득층·맞벌이 등의 자녀로 제한해 1~2학년 모든 희망 학생을 돌보던 지난해보다 좁혔고 한해 3000억원을 웃돌 운영비는 교육청에 떠넘겼다. 고교 무상교육 공약은 1인당 연 200만원쯤 드는 수업료 등을 정부가 지난해엔 25%를, 올해엔 절반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런데 정착 책정된 예산은 2년 연속 ‘0원’이다.

이렇듯 박 대통령의 대표적 교육 공약들이 이제는 국가 재정에 짐인 것처럼 뒷전에 밀리며 빛이 바래고 있다. 서울 초등학생 학부모 김아무개(37·여)씨는 “원하는 누구나 맘 편히 돌봄교실에 늦게까지 아이를 맡겨도 될 거라 하지 않았나요?”라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 “엇박자, 무능력…”

한 학기라도 시험의 중압감에서 벗어나게 하자는 취지로 추진된 중학교 자유학기제는 학생·학부모의 반응이 뜨겁다. 정부는 지난해 811곳(25%)에서 올해 2230곳(70%)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예산도 갑절을 늘린 520억원을 준비했다. 하지만 자율형사립고(자사고)·특수목적고 등의 선발권 행사와 입학 경쟁을 방치하는 등 자유학기제의 취지와 상충하는 정책을 고수해 효과가 반감되리란 분석이 많다. 핵심 교육 여건인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공약은 학생 수 자연감소세를 지켜보자며 팔짱을 끼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시민들은 지난해 6·4 교육감선거에서 ‘경쟁보다 협력’을 주창한 진보교육감을 대거 뽑으며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을 바라는 민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교육부는 자사고 존폐 공방으로 이들과 대립했고, 한국사 고교 교과서 국정화 논란과 더불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법외 노조’로 내몰아 교육계를 낡은 이념 갈등의 수렁에 빠뜨렸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2년 연속 출제 오류는 교육당국의 ‘무능력’을 드러낸 사상 초유의 실책이었다. 수능 영어의 절대평가 전환을 확정했으나 수능, 고교 내신, 대학별 논술 등을 아우르는 대입제도의 전반적 손질까지는 갈 길이 멀다.

■ 대학 개혁? 비리사학의 폭주!

정부는 재정 압박에도 대학 등록금 부담 경감 기조를 이어갔다. 올해 정부가 3조9000억원, 대학들이 3조1000억원을 마련해 학생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복안이다. 이렇게 마련할 7조원은 2011년 등록금 총액(14조원)의 절반에 해당하지만, 그 44%를 다시 대학에 떠넘긴 꼴이다. 정부의 고등교육재정 투입액은 2012년 9조9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0.78%다. 박 대통령이 공약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국내총생산의 1.1%에는 못 미친다.

교육부가 대학 진학 인구 격감 전망과 ‘대학 개혁’ 명분을 앞세워 입학정원 감축을 압박해 대학 사회에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대학들이 취업률 등 평가지표에서 뒤떨어지는 학과·전공의 정원부터 줄이려 하고 있어서다. 특히 비수도권 대학의 인문사회·예술계열 학생들이 일방적인 학과 통폐합, 정원 감축에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는 국립대 총장 직선제를 무력화하더니 총장 임용 제청을 잇따라 거부하고, 불법 징수하던 기성회비를 학생 부담으로 돌리려 해 반발을 사고 있다.

사립대들에는 부실 재단이 잔여 재산을 챙겨갈 길을 터주려 하고 비리 재단 복귀를 방조해온 형국이다. 개방이사제 무력화 등을 주도한 황우여 장관이 교육부를 이끌자, 사학비리의 상징적 인물인 김문기(83)씨가 상지대 총장을 자임하는 웃지 못할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사립 초·중·고의 부정(계성초 교사들 촌지 수수, 영훈국제중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들 부정입학, 동구마케팅고 재단의 공익제보 교사 파면)도, 광운대·수원대 등 사립대의 사학 비리와 이를 비판하는 교수 파면도 이 정부 들어 속출하고 있다. 무엇보다 김문기씨 퇴진과 상지대 정상화가 현 정부 사학정책의 향방을 가를 시금석으로 꼽힌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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