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프랑스인 니엡스가 처음 사진 인화에 성공한 때는 1826년이다. 니엡스를 만난 다게르는 이후 은판 감광제를 발명하여 빠르고 실용적인 사진 제작법을 보급했다. 당시 사진은 조물주가 만들어낸 위대한 발명품이라는 평을 들었다. 화가들은 더 이상 회화가 발붙일 곳이 없다고 괴로워했다. 이스트먼에 의해 롤필름을 사용하는 카메라가 나오면서 빠른 속도로 사진기가 보급되기도 했다.
그 뒤 사진은 기록이 됐다. 개인의 기록은 최근 들어 놀라운 위력을 발휘한다. 에레즈 에이든과 장바티스트 미셸이 지은 <빅데이터 인문학: 진격의 서막>에는 2013년 4월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 결승점에서 벌어진 테러의 범인을 검거한 이야기가 나온다. 관중 세 명이 죽고 수백 명이 다친 끔찍한 사건에서 미국 연방수사국은 두 폭파범의 행적을 당시 현장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의 사진을 통해 밝혀낸다. 우연히 찍힌 고해상도의 용의자들 사진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미 우리의 삶이 의도치 않게 기록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다 보니 기록은 사생활 침해라는 어두운 그늘도 지니게 됐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사진에 생활의 모든 것을 담아내고 있다. 교실에서 필기 대신 칠판을 그대로 찍고, 친구들과의 일상생활도 사진으로 남겨둔다. 심지어 전혀 모르는 사람의 우스운 모습도 아무렇지도 않게 찍어둔다. 친구에게 삭제를 부탁하고 싶지만 그러는 친구가 주변에 없기 때문에 자신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진의 양면성을 보지 못한 결과다. 기록으로 남는 사진 한 장이 나중에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더욱 상처로 남을 수 있는 것은 이성친구와의 기록이다. 친밀한 사이인 까닭에 많은 기록을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에 남긴다. 후배와 사귀고 있다는 고교생에게 “혹시 나중에 다른 이성친구를 만날 때 창피할 만한 사진이 없을까”라고 물어봤다. “당연히 있다”고 대답했다. 사진의 양면성을 설명해줬다. 유통되는 사진은 기록만 남고 기록한 사람의 의도와 맥락은 남지 않는다는 걸 알려주었다. 그러니 찍을 때도 신중히, 저장할 때도 고민한 뒤에 하라고 충고하였다. 이성친구에게도 서로를 위해 그렇게 권유하라고 했다. 고교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중요한 얘기네요.” 하루에도 수십 장씩 사진을 찍고 있지만 사진의 양면성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예전엔 사진기 조작법을 가르쳐주던 정성이 있었다면, 지금은 인터넷 환경에서 사진의 속성을 설명해줄 때다.
고평석 사람과디지털연구소 객원연구원
고평석 사람과디지털연구소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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