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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교학사 채택, 두달간 한 사람 눈치만 봤다”

등록 2014-01-02 20:06수정 2014-01-03 10:31

수원 동우여고 역사 교사 인터뷰

“더 큰 누군가의 외압을 받는 교장의 간절한 부탁을 받고
타협 아닌 타협을 하게 돼…아이들에게 부끄러운 마음”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밖엔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교단에 설 것입니다.”

친일·독재 미화 논란을 빚고 있는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한 경기도 수원 동우여고 공기택(54) 역사 교사는 2일 오후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사 교과서 선정 과정에서 수차례 외압이 있었다. 교과서 선정을 놓고 두달가량 어느 한 사람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공 교사는 “지난 크리스마스 직전 교장 선생님께서 ‘교학사 교과서를 추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했다. 그러나 지난 26일께 또다시 교장실에 불려가 같은 요구를 간곡하게 받았다. 학교 역사 교사가 4명인데 다른 선생님들과 상의해 교학사 교과서를 3위에 올려줬다”고 말했다. 교과서 선정은 교사 등으로 꾸려진 교과협의회가 1~3순위 추천을 한 뒤, 교과선정위원회와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교장이 최종 결정한다. 그는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막기 위해 2위와 무려 10점 차가 넘는 낮은 점수를 줘 3위로 교학사 교과서를 학교운영위원회에 올렸다. ‘학교운영위가 그렇게 점수가 떨어지는 교학사 교과서를 뽑겠느냐’는 판단이었다. 교장 선생님 부탁도 들어주고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봤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3위가 선정됐다”며 허탈해했다.

경기도 수원 동우여고 공기택(54) 교사 페이스북 화면 캡쳐.
경기도 수원 동우여고 공기택(54) 교사 페이스북 화면 캡쳐.
공 교사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이냐’는 질문에 “아무런 단체에도 속해 있지 않다”고 대답했다.

앞서 공 교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우여고 국사교과서 교학사 채택 철회를 요청합니다. 동우여고 국사교과서 교학사 선택은 교사들의 뜻이 아니었음을 밝힙니다. 그나마 교단에 설 수 있을 거라 믿기에 망설이다가 이렇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글을 씁니다”란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동우여고 교학사 교과서 선택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습니다. 교과서 선정을 놓고 두달 동안 우리 학교 역사 교사들과 관리자들은 어느 한 사람의 눈치를 보아야만 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공 교사는 “더 큰 누군가의 외압을 받고 있는 학교장으로부터 몇차례의 간절한 부탁을 받았다. 끝까지 막지 못하고 타협 아닌 타협을 하게 된 국사 선생님들 네 분은 지금 아이들에게 무척 부끄러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진정한 인재를 육성하시겠다는 마음으로 학교를 설립한 게 사실이라면 학교를 설립했던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공 교사는 “교과서 선택 하나 하기 위해 누군가의 자리를 내놓아야 하는 이런 식민지 같은 현실을 온 국민이 나서서 막아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공 교사의 주장에 대해 학교 쪽은 “지금으로선 아무런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수원/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동우여고 역사 교사 공기택씨 글 전문


동우여고 국사 교과서 교학사 채택 철회를 요청합니다

저는 동우여고 국사 선생 입니다.

우선 무조건 죄송합니다.

졸업생과 재학생 특히 오늘도 국사를 가르치고 나온 1학년 학생들에게 더욱 죄송합니다.

일단 동우여고 국사교과서 교학사 선택은 교사들의 뜻이 아니었음을 밝힙니다.

이것을 뒤늦게라도 굳이 밝히는.이유는 아이들의 마음에 선생들에 대한 미움과 오해는 없어야 할 것 같아서 글을 올립니다. 그래야 그나마 교단에 설 수 있을거라 믿기에 망설이다가 이렇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글을 씁니다. 오늘도 오히려 못난 선생 안위를 걱정하는 아이들의 위로를 받으며 이 글을 씁니다.

동우여고 교학사 교과서 선택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습니다. 교과서 선정을 놓고 두달동안 우리학교 역사 교사들과 관리자들은 어느 한 사람의 눈치를 보아야만 했습니다.

분명히 더 큰 누군가의 외압을 받고 있는 학교장으로부터 몇차례의 간절한 부탁이 있었습니다. 교사들은 사립학교가 갖고 있는 인간관계적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요구대로 교학사를 올리긴 했으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3순위로 해서 학교운영위원회에 추천하여 올렸습니다. 학운위에서라도 막아주길 바랬던거죠. 결과는 학운위에서마저 3순위로 올린 교학사를 채택하게 된 것입니다. 학운위 마져도 소심한 우리 교사들의 마음을 지지해주지 못했습니다.

끝까지 막지 못하고 타협아닌 타협을 하게 된 국사 선생님들 네분은 지금 아이들에게 무척 부끄러운 마음입니다.

제발 우리의 마음이 전해져서 그 누군가의 고집이 꺾이면 좋겠습니다. 진정한 인재를 육성하시겠다는 마음으로 학교를 설립한 게 사실이라면 학교를 설립했던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재단 비리설에 이어 이런 일로 교사와 학생들에게 더 이상 아픔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나라의 노인들이 더 이상 적대세력이 아니라 존경받는 사람들로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정리하면 좋겠습니다.

교육받는 아이들이 자존감이 있어야 교육이 시작됩니다. 아이의 자존감은 교사의 자존감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교사의 자존감은 관리자의 올바른 자존감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관리자가 자존감을 가지고 학교가 운영될 때 좋은 학교가 됩니다. 우리 학교는 지난 개교기념일에 학교 발전을 위한 교사의 제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말 학교가 발전되고 좋은 교육 창의적 교육이 실현되길 원하신다면 학교장의 자존감을 세워주십시오.

교과서 선택하나 하기 위해 누군가의 자리를 내놓아야하는 이런 식민지 같은 현실을 온 국민이 나서서 막아 주십시오.

댓글과 공유하기와 좋아요가 모두 필요해요. 힘없는 우리의 힘이 어떤 것임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갑오년이 동학이 일어난 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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