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학교 건전화에 큰 도움”
법외노조화 통보 뒤 604명 가입
원천징수 안해줘 회비 자동이체
되레 교장 눈치 안보고 가입 쉬워
법외노조화 통보 뒤 604명 가입
원천징수 안해줘 회비 자동이체
되레 교장 눈치 안보고 가입 쉬워
서울 성북구의 한 중학교 교사 ㄱ(35)씨는 지난 1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가입했다. 지난달 24일 정부가 전교조에 ‘노조 아님’ 통보를 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다. 그는 “전교조가 학교를 건전하게 만드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지지는 했지만 용기가 없어 가입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법외노조화되는 상황을 보고 힘을 실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ㄴ(29)씨도 같은 이유로 지난달 24일 전교조에 가입했다.
정부가 전교조에 ‘노조 아님’ 통보를 한 지난달 24일 앞뒤로 전교조 조합원으로 새로 가입하는 현직 교사가 크게 늘고 있다. 전교조를 허물어뜨리려는 정부의 채찍이 되레 교사들을 조직적으로 뭉치게 하는 기폭제 구실을 하고 있는 셈이다.
11일 전교조의 집계를 보면, 정부가 전교조에 법외노조화 방침을 밝힌 9월23일 이후 이날 현재까지 전교조 본부가 파악한 신규 조합원만 모두 604명이다. 전교조는 시·도지부에 가입신청서를 썼으나 아직 본부에 보고되지 않은 인원까지 합하면 모두 1000명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조남규 전교조 서울지부장은 “이달 들어 신규 조합원이 하루 10명 수준에 이른다”고 말했다. 지난달 16~18일 총투표에 참여한 조합원은 5만9828명이었다.
이런 추세는 통상 9~12월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기말고사 등의 여파로 교사들의 전교조 가입이 드물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지금까지는 이 기간 신규 조합원 수가 많을 때도 100명 정도에 그쳤다.
조합원이 이처럼 크게 늘고 있는 것은 그동안 전교조가 추구한 가치에 공감하면서도 가입에는 소극적이던 교사들이 고용노동부의 조처 뒤 행동에 나섰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개인마다 생각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전교조가 정부로부터 탄압을 받아 어려운 상황이니 힘을 보태주기 위해 가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풀이했다.
법외노조화를 빌미로 교육부가 조합비 원천징수를 막은 것도 오히려 전교조 가입자 증가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고용부의 법외노조화 이후 조합원 월급 계좌에서 조합비를 원천징수하는 게 어려워짐에 따라 전교조는 조합원이 개별적으로 조합비를 은행에서 자동이체(CMS)하도록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원천징수를 할 때는 교장 등 학교 관리자가 어떤 교사가 전교조 조합원인지 금세 파악할 수 있었지만, 조합비 납부 방식이 바뀐 뒤 교사들이 신원 노출 우려 없이 편하게 전교조에 가입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한 조합원은 “특히 사립학교의 경우 교장이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경우가 많아 전교조 교사들을 눈엣가시로 여긴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가입자가 별로 없었는데 조합비 납부 방식이 자동이체로 바뀌면서 늘어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