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법외노조화’ 파장
“중3 아이들 진학지도 코앞인데…”
일선 교장 “졸업식까진 기다려야”
“중3 아이들 진학지도 코앞인데…”
일선 교장 “졸업식까진 기다려야”
‘설마’ 했다. 지난 2월부터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중3 담임을 맡은 기간제 교사 ㄱ(42)씨는 당시 정부가 전교조를 법외노조화할 방침이라는 보도를 봤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발랄한 아이들을 보며 그나마 있던 걱정도 잠시 잊었다. 3박4일 수학여행을 가 물놀이를 하고, 아이들과 함께 공원에서 야영을 하며 밤하늘에 뜬 별을 같이 보면서 기간제라는 신분을 잊을 수 있었다.
지난달 23일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고용노동부가 전교조에 규약을 시정하지 않으면 법외노조 통보를 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는 기사를 봤을 때다. “이번엔 진짜구나 싶었어요. 그때부터 마음 정리에 들어갔죠. 담임을 맡지 말걸 후회도 했고요.”
결국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화 통보로 77명의 전교조 전임자는 한달 안에 학교로 복직해야 한다. 그 여파로 전임자들을 대신해 채용된 ㄱ씨 같은 기간제 교사들은 미처 학기도 마치지 못한 채 잘릴 판이다. 교육청은 계약해지 한달 전까지 이들에게 통보만 하면 된다. 채용기간 1년을 채우지 못한 이들은 퇴직금도 받을 수 없다.
그럼에도 ㄱ씨는 고교 진학을 앞둔 학급 아이들 걱정이 앞섰다. 그가 그만둬야 하는 11월 말은 진학 걱정으로 바쁠 때다.
“11월 셋째 주에 기말고사 치고 생활기록부 작성을 끝내야 돼요. 그러면 11월25일부터 특목고·특성화고 원서 접수하고, 12월 중순엔 인문계고 원서 접수가 시작되거든요. 그동안 상담한 걸로 아이들 추천서도 써줘야 하는데….”
ㄱ교사가 다니는 학교 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법외노조화를 통보하기 일주일 전에 교육청에서 ‘기간제 교사에게 해고 한달 전에 해고 사실을 알려주라’는 업무 메일이 왔다. 적어도 2월 졸업식 때까지는 담임을 맡도록 하는 것이 교육 현장을 안정시켜야 할 교육당국의 책무다”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ㄱ교사에게 연말에 놀러가자고 아우성이다. “새로 올 담임 선생님이랑 할 활동인데 제가 어떻게 결정하겠어요. 그냥 웃으면서 ‘나중에 하자’고 말하죠.” 그는 올해 세차례나 아이들과 함께 졸업앨범 사진을 찍었지만 이제 앨범에 실릴 수가 없다. “시간이 많이 지나면 아이들이 제 얼굴도 잊어버리겠죠?” ㄱ교사가 북받쳐 오르는 무언가를 억누르려 애썼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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