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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논란’ 사설 비교해보기

등록 2013-10-21 19:48수정 2013-10-22 16:01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다음주 10월29일에는 ‘원자력 발전 비중 확대 철회’에 대한 논제가 실립니다.

[한겨레 사설] 대화록 수사에 다시 나타난 ‘정치검찰’ 그림자

검찰이 2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의혹에 대한 그간의 수사 결과를 공개한 뒤 정치공방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사초 폐기는 명백한 범법행위”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 인사들을 겨냥했고, 민주당은 “최종본을 만든 뒤 초안을 삭제하는 건 당연”하다며 검찰의 발표 시점과 태도를 문제삼았다. 정치공방보다 실체와 진실을 밝히는 게 중요하다.

걱정스러운 것은 검찰의 태도다.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과 김광수 공안2부장은 설명 과정에서 원본과 최종본 사이에 “의미 있는 차이가 있다”느니 “삭제됐다면 더 큰 문제”라고 밝힘으로써 결과적으로 새누리당 정치공세의 빌미를 제공했다.

절차와 내용 면에서 모두 문제가 있다. “(언론보도가) 오해나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설명한다고 했지만, 가장 중요한 대목, 즉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넘어가지 않은 이유가 제대로 밝혀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공개에 나선 것부터가 이상하다. <경향신문> 보도대로 대화록 원본이 노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삭제된 것인지, 국가기록원에 넘어가지 않은 것도 그의 의사에 의한 것인지를 밝히려면 참여정부 사람들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출석 의사를 밝힌 참여정부 참모들에 대한 조사를 앞둔 시점에 검찰이 그간의 수사 결과를 덜컥 공개하고 나섰으니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는 게 당연하다.

검찰이 말하는 원본과 최종본 사이의 “의미 있는 차이”가 무엇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애초 이 사건 쟁점의 하나는 노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여부였다. 국정원이 지난 6월 대화록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뒤 발언이 ‘포기’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해석이 엇갈렸다. 물론 아니라는 여론이 더 우세했다. 그럼에도 참여정부 쪽 인사들은 대화록뿐 아니라 정상회담 전 준비회의 내용 등 관련 기록 일체를 확인해 발언 배경과 진의를 명확하게 정리하고 넘어가자는 주장을 폈다. 여야가 대화록 공동열람에 합의한 것도 이런 맥락이었다. 그런데 새누리당과 일부 보수언론이 대화록의 일부 표현을 꼬투리 잡아 본말을 뒤집으려는 터에, 검찰마저 전체 맥락은 도외시한 채 부화뇌동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넘어가지 않은 경위를 밝히고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히 검찰의 역할이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다음 정부가 참고할 수 있도록 대화록을 국정원에 보관하도록 했다면 저간의 사정은 상식에 비춰 합리적으로 판단할 일이다.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검찰이 다시 편파수사로 고인을 ‘부관참시’한다는 비난을 자초한다면 ‘정치검찰’이란 불명예를 넘어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민주당과 참여정부 쪽 인사들도 “국가기록원에 대화록을 모두 넘겼다”는 애초 주장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난 이상, 중구난방 떠들 게 아니라 스스로 진상을 밝힐 정치적 책임이 있다. 그것이 고인뿐 아니라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기도 하다.

[중앙일보 사설] 대통령기록물 실종, 정쟁보다 진상 규명이 먼저다

검찰이 2일 발표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는 그동안 미궁에 빠졌던 대화록의 행방을 찾았다는 점에서 일단 다행스러운 일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화록은 국가기록원에서 폐기된 게 아니라 처음부터 이관되지 않았으며, 대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로 가져갔다 회수된 청와대전산관리시스템 ‘봉하이지원’에서 대화록 초안이 삭제된 흔적과 수정본(국정원 보관본과 같은 내용)을 찾았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가 대화록을 처음부터 이관 대상 기록물로 분류하지 않았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이제부터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누가 초안을 삭제토록 지시했는지, 이 기록물이 국가기록원 이관 목록에서 어떤 경위로 빠지게 됐는지, 누가 이 과정에 개입했는지 등의 진상을 명백히 밝혀야 하고, 모든 관련자들은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이번 사안은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으로도 실정법을 어긴 범법 행위였을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르면, 대통령기록물을 없애거나 숨기거나 빼돌리거나 잃어버려 국가기록원에 넘기지 않았을 경우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기록물은 그것이 무엇이든 사초(史草)로서 절대적 보존 가치가 있는 기록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누구든 이를 자의적으로 다룰 수 없도록 엄정하게 법집행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안이 소모적 정쟁으로 비화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벌써부터 여당은 문재인 책임론과 사초 실종에 대한 국정조사를 거론하고, 야당은 국정난맥상에 따른 국면전환용이 의심된다는 등 여야 간 정치공방으로 번져가고 있다. 여기에 진위를 알 수 없는 폭로전과 음모론까지 가세해 정쟁으로 비화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민생 현안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그러므로 정치권은 이 사안에 대해 사법부가 진상을 규명하고 사법적 판단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는 한편, 냉정하게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번 사안이 사법부를 넘어 다시 정쟁과 혼란에 갇혀 길을 잃는 일은 없어야겠다.


[논리 대 논리]
‘정쟁 끝내자’는 덴 일치…검찰 수사엔 서로 다른 잣대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으로 시작되었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방이 갈수록 새로운 논점을 만들어내면서 지루한 여야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1년 전 처음 문제가 불거졌을 때는 노무현 대통령이 엔엘엘 포기 발언을 했는지의 여부가 주요 이슈였다. 그러다가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대화록 전문을 전격 공개하면서부터 대통령기록물 공개를 둘러싼 공방으로 번졌다. 결국, 여야가 직접 대화록 원본을 확인하기로 합의하였으나 이번에는 대화록이 기록물 관리소에 없다는 황당한 상황을 맞아 검찰로 공이 넘어갔다.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중간수사 발표라는 형식으로 수사 내용이 공개된 이후에는 점차 초본과 최종본의 성격을 둘러싼 시각 차이로 논쟁점이 바뀌고 있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이렇듯 끝없이 이어지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중앙>, <한겨레> 두 신문의 사설은 더 이상 정쟁을 끝내고 실체적 진실에 근거한 진상 규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일단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정치공방을 끝내야 한다는 원칙론에는 두 신문이 모두 동의하지만 갈등의 원인과 책임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일단 <중앙> 사설은 그동안 검찰의 수사 성과를 인정하면서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으로도 실정법을 어긴 범법 행위였을 개연성이 크기 때문에’ 기록물 이관과 관련된 모든 관련자들이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한겨레>는 검찰이 ‘결과적으로 새누리당 정치 공세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전제하에 ‘절차와 내용 면에서 모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아직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넘어가지 않은 이유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공개에 나선 것부터가 이상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중앙>은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를 통해 ‘그동안 미궁에 빠졌던 대화록 행방을 찾았다는 점에서 일단 다행스러운 일이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아울러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서 폐기된 게 아니라 처음부터 이관되지 않았으며 대신 봉하이지원에서 대화록 초안이 삭제된 흔적과 수정본을 찾았다’는 검찰의 발표를 별 이견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반해 <한겨레>는 검찰이 말하는 원본과 최종본 사이의 ‘의미 있는 차이’가 무엇인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애초 제기되었던 엔엘엘 포기 발언이 없었다는 것으로 정리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일부 표현을 문제 삼으려 하는 여권의 입장에 동조하여 검찰이 ‘전체 맥락은 도외시한 채 부화뇌동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둘러싼 지난한 정쟁을 끝내고 민생 현안에 집중하는 국회의 역할과 책임을 주문하는 두 신문의 입장은 동일하지만 둘 사이에는 미묘한 시각차가 나타난다. <중앙>은 여야 모두의 잘못과 책임을 지적하면서 더 이상 정쟁을 멈추고 사법적 판단으로 해결하도록 적극 협조하고 냉정하게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누가 초안을 삭제토록 지시했는지, 어떤 경위로 국가기록원 이관 목록에서 빠지게 됐는지, 누가 이 과정에 개입했는지 등의 진상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겨레>는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넘어가지 않은 경위를 밝히고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히 검찰의 역할이지만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검찰이 다시 편파수사로 고인을 부관참시한다는 비난을 자초한다면 정치검찰이란 불명예를 넘어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임을 명심하라’고 경고하고 있다.

오랜 공방과 논란 끝에 검찰로 넘어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문제가 더 이상 국론을 분열시키고 민심을 어지럽히는 시대적 악재로 남아 우리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성에는 모두 공감한다. 두 신문이 보이고 있는 시각차를 넘어 이번 대화록 공방이 반목과 질시의 논쟁을 접고 더 생산적인 논의를 시작하는 차원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추천 도서]



기록관리론: 증거와 기억의 과학
한국기록관리학회 지음, 아세아문화사 펴냄
2013년

모든 기록은 개인과 조직의 활동 결과이기 때문에 기록에 포함되어 있는 생산자의 의도와 의미, 그리고 이에 대한 배경 정보를 읽을 수 있는 유용한 텍스트이다. 이 책은 기록관리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핵심적 주제 영역들인 기록과 사회, 기록의 선별과 평가, 전자기록관리를 비롯하여 대통령기록관을 포함한 공공기록관리 체제와 기관 등에 대해 잘 설명해 놓고 있어서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현시점에 일독을 권하고 싶다.

50년 금단의 선을 걸어서 넘다: 2007 남북정상회담 취재기
남북정상회담 공동취재단 지음, 호미 펴냄
2009년

2007년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현장에 동행했던 공동취재단 기자들에 의해 쓰인 책으로 회담이 성사되기까지의 이면을 비롯하여 2박 3일간의 평양 체류 기간에 만난 북한 사람들의 얘기도 함께 담겨 있다. 모든 역사는 결국 기록의 산물이란 점에서 당시 기자들의 눈으로 기록한 회담의 전말과 분위기도 오늘의 쟁점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텍스트가 될 것이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대통령기록물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은 대통령기록물의 보호·보존 및 활용 등 기록물의 효율적 관리와 대통령기록관의 설치·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기 위해 법률 제8395호로 제정되어, 2007년 4월27일 공포되었다. 이 법 제정 이전에는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현행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중 일부에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필요한 사항이 규정되어 있었으나, 국가 기록물인 대통령기록물의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관리를 위해 별도로 입법을 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은 대통령기록물을 국가 소유로 규정하고 있어 그동안 사각지대에 있던 대통령기록물을 체계적으로 보존·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한편, 군사·외교·통일에 관한 비밀기록으로 공개될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기록물이나 대통령의 정치적 견해나 입장을 표현한 기록으로 공개될 경우 정치적 혼란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기록물 등은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보호기간을 둘 수 있게 했다. 보호기간 중에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하려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의결을 받거나, 관할 고등법원장이 해당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중요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발부한 영장이 제시될 경우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기록물은 기밀의 정도에 따라 3가지로 분류되는데 ‘일반기록물’은 아무런 제약 없이 일반인의 열람이 가능한 등급이며, ‘비밀기록물’은 차기 대통령, 국무총리, 각 부처 장관 등 비밀취급인가권자의 열람이 가능하다. 그리고 ‘지정기록물’은 해당 기록물을 생산한 대통령만 최대 30년간 열람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이를 열람하기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나 고등법원장이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가능하게 되어 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열람을 둘러싼 논란과 공방은 본래 이 법의 제정 취지에 얼마나 부합되는 일인지의 여부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그런 만큼 정치적인 목적이나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적용되어서는 곤란하다. 특히 국가 안보와 직결된 군사·외교·통일과 관련한 자료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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