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의 다양한 부전공
‘천체관측’ 문과 여고생들
‘천체관측’ 문과 여고생들
학교는 전공인 공부에 도움이 되는 부전공을 하라고 요구하거나 부전공은 대학에 가서 찾으라고 말한다. 입학사정관제 때문에 마음에 없이 부전공 활동을 하는 청소년들도 있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서도 자신만의 뭔가에 ‘꽂혀’ 부전공 활동에도 열심히 몰두하는 청소년들이 있다. <아하! 한겨레> 학생수습기자 3기가 영어, 독서, 신문 만들기 등 틀에 박힌 부전공을 벗어나 새로운 분야에서 부전공 활동을 하는 학생들을 만나봤다.
창원여고 정지혜(18)양은 문과생임에도 밤하늘의 별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중3 때 부모님과 함께 김해 천문대에 갔다가 그때부터 별에 빠졌다”는 정양은 현재 창원여고 천체 관측 동아리 ‘빅뱅’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엔 ‘동틀 무렵’(이하 동틀)이라는 창원 지역 천체 관측 동아리 연합의 회장도 맡았다.
창원시 청소년복지관인 ‘늘푸른전당’의 후원을 받아 활동하는 ‘동틀’은 창원여고, 경상고, 문성고, 중앙여고 학생들이 모여 친목을 다지고 천문학 지식을 나누는 동아리 연합으로 11년 역사를 자랑한다. 정지은(창원여고·19)양과 최고은(졸업생·19)씨 역시 ‘빅뱅’과 ‘동틀’을 거쳐 간 문과 학생들로 천문학을 부전공 삼아 공부하고 있다.
이들은 ‘빅뱅’ 동아리 활동의 하나로 특별활동 시간에 함께 천체 영상을 보거나, 천문학 관련 강의를 듣고 천문대 견학을 다니는 등 이 분야의 정보를 주고받았다. 2008년엔 경남교육과학연구원에서 주최하는 경남 과학 동아리 발표 대회에서 2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부전공 활동은 세 사람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고은씨는 “특히 ‘꿈찾’이라는 관측행사를 잊지 못한다”고 했다. 꿈찾이란, 매년 초 ‘동틀’에서 여는 관측행사로, 지역 시민들과 함께 별을 관측하고 사진도 찍으며 천문학 정보를 나누는 행사다. 지혜양은 중앙동 용지호수 앞에서 공개관측한 경험을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손꼽았다. “망원경 4대를 놓고 달 관측을 하려고 했는데, 날씨가 안 좋아서 대신 망원경을 목성에 맞춰 놓았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목성을 보여주고, 간단한 설명을 해주었는데 그 많은 사람들이 제가 관측해서 잡아놓은 목성을 보고 신기해하는 걸 보니까 힘들어도 보람 있더라고요.”
흔히 이런 활동을 하다보면 전공인 공부에 지장을 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세 사람은 고개를 내저었다. 지혜양은 “전공이었으면 힘들고 부담스러운 일일 수 있었을 텐데 부전공이고 취미로 하는 일이어서 더 신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지은양은 “예전엔 ‘어? 별 떴네?’ 하고 말았다면 지금은 하늘을 보면서 별자리를 맞혀보기도 하고, 더 반짝이는 별을 보면 관찰해보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며 “언어 영역 지문에 천문학 관련 문제가 나오면 친구들은 한숨을 쉬지만 나는 반가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고은씨는 “달 관측 때나 다른 과학행사들로 인해 야간자율학습을 빠지는 경우가 있지만 자신이 한 만큼 돌아온다고 생각하고 부전공을 핑계 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신혜연(동두천외고) <아하! 한겨레> 학생수습기자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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