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나 칼럼은 통합적 사고의 결과로 나온 글이다. 사진은 복도에 전시된 학생들의 신문활용교육 활동 결과물. 〈한겨레〉 자료사진
중학생, ‘공부하는 힘’이 열쇠다
지식간 경계 없애는 통합적 사고력 기르는 데 도움
‘칼럼’ 동영상 강의로 단락구조 분석법 배울수도
지식간 경계 없애는 통합적 사고력 기르는 데 도움
‘칼럼’ 동영상 강의로 단락구조 분석법 배울수도
1994학년도 대학입시에 ‘수능’(수학능력평가)이 도입되면서 과목 사이의 경계를 뛰어넘는 ‘통합적 사고’의 중요성이 커졌다. 실제 지난해 11월에 시행된 2010학년도 수능 시험의 언어 영역 13~15번 문항은 ‘우리나라의 17~18세기 지행(知行)론의 변화와 그 배경’에 관한 내용을 지문으로 준 뒤, 이 이론으로 언어 습득 과정을 설명한 것을 찾으라 했고, 20~23번 문항은 ‘기업결합’에 관한 지문을 준 뒤, 소비자의 구매 성향을 분석한 것을 고르라고 했다. 또 24~26번은 ‘유전학’ 관련 지문에 ‘유전체유사도-유전거리상관도’를 포함한 뒤 ‘그림’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을 직접 묻는 등 역사, 윤리, 경제, 생물 지식을 동원해야 풀 수 있도록 출제해 ‘통합적 사고’를 유도했다.
논술 시험에선 이런 특징이 특히 강하게 나타난다. “<문제 1>의 삼각형 T의 각 꼭짓점을 사회의 여러 집단으로 가정하고,제시문 (나)에 나타난 사회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제시문 (다),(라)와 <문제 1>의 삼각형 무게중심 O의 이동을 참조하여 논술하시오.” 연세대가 2008학년도 인문사회·자연계열의 논술고사 예시문항으로 발표한 문제다. 질문만 본다면 마치 자연계 논술 문제로 착각할 정도다. 제시문 (가)는 무게중심 관련 내용, (나)는 지니(Gini) 계수와 소득배분위의 추이, (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라)는 정약용의 <전론>을 담고 있는데, 사회 현상을 정치·경제·사회·문화와 같은 인문·사회 관련 지식으로 분석하는 것을 넘어서 수학과 과학 지식을 통합해 사고해야만 해결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임웅 한국교원대 교수는 “통합적 사고는 의식을 확장하는 것”이라며 “머릿속에 있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끌어내 한꺼번에 묶어 사고해야 사물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바라볼 수 있다”고 밝혔다.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보이지 않는 것을 통찰하는 통합적 사고의 힘>을 쓴 로저 마틴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학장은 “‘통합적 사고’란 대립되는 두 가지 생각 사이의 긴장을 ‘새로운 통찰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으로 삼는 사고”라고 정의한다. 서로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영역 사이의 관계를 알면 사고의 폭이 넓어져 다양한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통합적 사고는 뇌과학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장래혁 한국뇌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전전두엽(연합령)이 발달한 사람일수록 통합적 사고능력이 높아진다”며 “전전두엽은 축적한 경험과 지식을 연합하는 영역으로 사고·계획·판단·종합하는 기능을 맡는데, 정보의 총량이 많을수록 발달하기 때문에 처리 속도가 빨라진다”고 했다.
통합적 사고는 교과목의 경계를 넘나드는 통합교육으로 키울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일부 초등학교에서만 시범적으로 이뤄지고 있을 뿐, 수업이 철저하게 분과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중학교 이상에서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임 교수는 통합적 사고는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키울 수 있다며 ‘책읽기’와 ‘신문의 사설·칼럼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임 교수는 “책은 하나의 주제에 관해 다양한 지식을 묶어 놓은 것으로 긴 호흡으로 읽다 보면 여러 관점으로 지식을 구성할 수 있고, 사설과 칼럼은 한 분야의 전문가가 오랜 시간 동안 축적한 지식과 경험을 통합적으로 사고해 내놓은 결과이기 때문에 통합적 사고방식을 익힐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고등학교 1학년에 올라가는 임재석(광주 대동고)군은 “중3 때 칼럼을 읽으며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이 생겼다”고 한다. 임군은 “온라인 교육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칼럼 동영상 해설 강의를 들으면서 시사에 관한 관심을 키웠다”며 “뉴스 이해가 빨라지고, 요약에 자신이 생겼다”고 했다. 사건을 보는 시각이 다양해지고, 폭이 넓어지면서 다양한 각도로 주제에 접근해 핵심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힘이 생긴 것이다. “비문학이 재미없는 글이라 생각했는데 강의를 듣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정치·경제·사회·역사를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고등학생이 된 만큼 다양한 분야에 관한 지식을 차근히 쌓아나가고 싶습니다.” 임군의 사례는 신문 읽기의 효과가 통합적 사고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만하다.
1318클래스에서 <아하! 한겨레>의 ‘이주의 칼럼’을 동영상으로 강의하고 있는 전명금 국어과 대표강사는 “비문학 읽기가 힘들다면 일주일에 하나씩이라도 칼럼을 읽고 동영상으로 해설을 듣는 게 좋다”며 “내용 파악뿐만 아니라 문장과 단락의 구조를 분석하는 법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읽기 능력이 전반적으로 커진다”고 했다. 또 그는 “같은 주제에 관해 자신의 언어로 글을 써 보면 최근 비중이 커지고 있는 서술형 문제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정종법 기자 mizzle@hanedui.com
1318클래스에서 <아하! 한겨레>의 ‘이주의 칼럼’을 동영상으로 강의하고 있는 전명금 국어과 대표강사는 “비문학 읽기가 힘들다면 일주일에 하나씩이라도 칼럼을 읽고 동영상으로 해설을 듣는 게 좋다”며 “내용 파악뿐만 아니라 문장과 단락의 구조를 분석하는 법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읽기 능력이 전반적으로 커진다”고 했다. 또 그는 “같은 주제에 관해 자신의 언어로 글을 써 보면 최근 비중이 커지고 있는 서술형 문제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정종법 기자 mizzle@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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