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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남에게 가르칠수록 모르는 것 배운다

등록 2010-01-31 15:33

강의식 학습법은 자신의 이해도를 점검하고, 알고 있던 내용도 체계화·구조화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사진은 고두형군이 문제를 풀며 설명하고 있는 모습.
강의식 학습법은 자신의 이해도를 점검하고, 알고 있던 내용도 체계화·구조화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사진은 고두형군이 문제를 풀며 설명하고 있는 모습.
중학생, ‘공부하는 힘’이 열쇠다
개념 100% 이해못하면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
가르치려고 노력하다보면 부족한 점 보충 가능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막히네요.” 고두형(서울동성중2)군이 수학문제의 풀이 과정을 설명하다 막히자 멋쩍게 웃으며 말한다.

‘공신’(공부의 신)들 가운데 스스로 선생님이 돼 가르치는 방법으로 큰 효과를 봤다는 아이들이 있다. 실제로 그럴까?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되는 고군에게 가장 최근에 공부했던 내용 가운데 자신 있는 부분을 강의식으로 설명해달라고 부탁했다. 고군은 중3 수학을 예습하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한 문제를 골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곧 “어? 왜 안 풀리지? 어제는 잘 풀었던 문제인데?”라며 의아해했다. 고군은 해답을 보고 이해한 뒤 다시 설명했다. 그런데 한참을 설명하다가 또 멈추며 “이 부분은 제가 풀 때는 그냥 공식에 대입했는데, 이렇게 설명해선 안 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이 부분을 잘 이해 못했나봐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며 난감해했다. 혼자 풀 때와 달리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에서 막힌 것이다.

이런 현상은 뇌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장래혁 한국뇌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배울 때와 가르칠 때 뇌가 다르게 반응한다”며 “배울 때는 수동적으로 지식을 입력받기 때문에 깊이 있게 사고하기보다는 기억하려는 쪽에 집중하고, 가르칠 땐 자신이 아는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100%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더는 설명을 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공식을 적용했다’고 설명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장 연구원은 “전달을 하기 위해선 새로운 정보를 정리해서 이미 있던 정보와 연결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부족함을 느끼면 자각(perception)이 일어난다”며 “자각이 일어나면 자신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고군은 혼자 공부할 땐 공식을 단순하게 적용해 풀어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닥치자 ‘공식을 쓴 이유까지 설명해야 한다’는 자각이 일어나면서 말문이 막혔던 것이다.

‘가르치며 공부하는’ 방식은 자신에게 ‘아직도 이해가 부족하다’란 자각을 끊임없이 일으키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장 연구원은 “자각에 민감한 아이들은 부족한 부분을 학습으로 메우려 한다”며 “해당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사고력·이해력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고군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는데, 설명하다 막히자 책을 찾아 공식을 정리하고 해답의 풀이를 이용해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충하기 시작했다. ‘자각’에 반응하고 극복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자신감이 생기자 다시 설명하기 시작했고 막히지 않고 끝까지 잘 마쳤다. 고군은 “힘들긴 했지만 이렇게 하니까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게 되고, 내용도 확실하게 이해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털어놨다. 완벽한 개념 이해가 뒷받침돼야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민정 교사(장위중·수학)도 학교 수업에서 아이들에게 문제를 내준 뒤 칠판에 풀고 설명까지 하도록 지도하고 있었는데, “이해한 만큼만 말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의 학습 이해 정도를 파악하기에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하지만 ‘가르치는 학습법’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수업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이해한 내용을 연결해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평소에 인강(인터넷 강의)의 효율적 활용법을 고민해왔다는 1318클래스 임지현 과학과 대표강사는 인강 선생님의 강의를 따라 해 볼 것을 권한다. “따라 하려면 핵심 사항들을 정리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개념 정리·내용 이해·암기가 된다”며 “설명하다 막히는 부분은 이해를 못한 것이니까 강의를 반복해서 봐야 한다”고 했다. 또 임씨는 자신의 언어로 내용을 정리할 수 있다면 100% 이해한 것이라고 했는데, “이해한 것을 상대방의 수준에 맞춰 이해하기 쉽게 말할 수 있다면 이미 지식이 구조화·체계화해 장기기억으로 전환됐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데서 혼자 강의식으로 공부하는 것이 어색할 수 있다. 그런 경우엔 또래 아이들을 묶어 모둠을 만들어주면 된다. 김 교사는 아이들을 묶어 모둠학습을 하도록 지도하고 있는데, “보통 모둠을 만들어 놓으면 그 가운데 한두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결국 아이가 설명하는 방식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또래와도 어울리는 걸 힘들어한다면 부모가 학생 역할을 맡아서 질문도 하고, 격려로 용기를 북돋워주는 것이 좋다.

글·사진 정종법 기자 mizzle@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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