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진도를 미리 나가지 않으면 남보다 뒤처진다고 생각해 선행학습을 한다. 사진은 학원에서 수업을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학생들. <한겨레> 자료사진
[중학생, ‘공부하는 힘’이 열쇠다]
전체교과 미리 학습땐 흥미 떨어질수도
배울 내용 읽어보고 용어 알아두면 도움
전체교과 미리 학습땐 흥미 떨어질수도
배울 내용 읽어보고 용어 알아두면 도움
“학원에서 국어·수학·사회·과학을 미리 공부했어요. 그런데 잘 외워지지도 않고, 문제도 안 풀려서 혼자 공부하기로 했어요.” 올해 중1이 되는 최민재(서울 용곡중)양의 말이다. 고윤서(전남 영흥중2)양은 “방학 때 혼자서 책을 보고 국·수·사·과를 미리 공부한 뒤 모르는 개념은 인터넷 검색으로 보충했어요”라고 말한다. 정현종(수원 망포중2)군도 “인강으로 영어와 수학의 개념 정도는 미리 훑어봤어요”라고 했다. 아이들은 방학 동안 자기만의 방식으로 새학기에 배울 내용을 미리 공부하고 있었다. 적게는 1학기 중간고사, 많게는 한 학년 또는 그 이상 범위까지 공부한 아이들도 있었다. “그냥 남이 하니까”, “남보다 뒤처질까 불안해서”등 선행학습을 하는 이유는 제각각이었지만 결국 좋은 성적을 얻는 것이 최종 목적이란 점은 같았다.
하지만 교육계에선 “선행학습은 오히려 학습에 방해가 된다”며 우려한다. 김종백 홍익대 교육심리학과 교수는 “경쟁적으로 성적만 올리겠다며 교과 내용 전체를 미리 공부하면, 정규 수업시간엔 이미 학습한 내용을 반복하게 돼 흥미가 없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어서 김 교수는 “선행학습은 거의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서 하는데, 아이들은 다른 사람에 의해 소화한 내용을 습득하고선 자신이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게 돼 진단·점검의 기회마저 놓친다”고 지적했다. 김민정 교사(장위중·수학)는 “배우고 온 내용이라서 흥미가 없으니 건성건성 듣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개념을 설명할 땐 지루해하며 딴짓을 하거나 ‘나는 다 알고 있으니 어려운 문제를 풀어달라’는 주문을 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선행학습보단 예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수업 전에 짧게 하는 예습이 선행학습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며 “예습을 하면 과거의 지식을 불러와 새로 배울 지식과 연결해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새로 배울 내용과 관련된 지식을 미리 진단·점검하는 것이 예습의 핵심이란 뜻이다. <공부방법을 알면 성적이 보인다>를 쓴 신붕섭 나사렛대 교수도 예습을 전쟁에 빗대 설명하면서 이 점을 강조했다. 신 교수는 “예습은 정찰에 비유할 수 있다”며 “교과서라는 영토를 내 것으로 만들기(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찰부대를 파견해, 주요 사항에 대한 사전정보(배경지식)를 충분하게 습득(예습)한 뒤에 지상전(학교 수업)에 돌입해야 한다”고 했다. 사전정보 없이 치르는 전쟁은 아군의 피해만 키우고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 수업 역시 다음에 학습할 내용에 대한 배경지식을 갖추지 못한 채로 듣는다면 노력은 배로 들지만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떻게 예습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예습은 자신의 학습 일정에 맞춰 필요한 학습량을 예상하고 미리 준비하는 과정으로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요구한다. 남에 의해 지식을 주입받는 데 익숙한 아이들이 스스로 진단·점검해야 하는 예습을 어려워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뜻밖에 예습법은 간단하다. 현장 교사들은 수업을 듣기 전에 배울 내용을 미리 훑어보고 간단히 필요한 내용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서성희 교사(중랑중·영어)는 “각 단원의 주제와 관련된 단어와 표현들을 찾아서 나만의 단어장·표현장을 만들어 수업 때 활용하면 내용을 이해하고 기억하는 데 효과적”이라며 “3과씩 묶어서 만들면 중간·기말 시험을 대비할 때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김민정 교사 역시 “다음 수업에 배울 단원의 용어를 익히고 배울 내용을 미리 한 번쯤 읽고 오면 된다”며 “개념을 이해했다면 이해 정도에 따라 예제에서 연습문제까지 미리 풀어보라”고 했다. 정군은 “수학은 익힘책을 풀어보고, 영어는 교과서 지문을 외우고 필요 단어를 외우는데, 과목별로 30분 정도 걸린다”며 “이 정도만 해도 수업 이해가 잘되는 편”이라고 했다. 김윤영 1318클래스 과학과 대표강사는 “학교에서 배울 내용에 해당하는 부분을 인강(인터넷강의)으로, 개념만 이해한다는 편한 마음으로 듣는다면 학교 수업을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금 더 예습 시간을 낼 수 있다면 ‘훑어보기’와 ‘질문하기’ 방법을 쓰면 도움이 된다. 신 교수는 예습법으로 ‘훑어보기’를 권하는데, “배울 내용을 훑어보며 소주제를 파악하고, 그림이나 도표가 뜻하는 것을 살펴본 뒤, 요약·정리한 부분을 읽어보라”고 했다. 단원의 소제목을 질문으로 만들어보라고도 했는데, “예를 들어 ‘환경오염’이란 소제목을 ‘환경오염의 원인은 무엇인가?’ 또는 ‘환경오염의 실태는 어떠한가?’로 바꾸면 앞으로 공부할 내용이 궁금해지고, 주의집중이 잘된다”며 “학습해야 할 것을 분명하게 알 수 있어 집중을 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종법 기자 mizzle@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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