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부모랑]
기분 표현하는 대화 나누고
상황에 따라 맞장구쳐 줘야
과도한 칭찬은 부작용 낳아
기분 표현하는 대화 나누고
상황에 따라 맞장구쳐 줘야
과도한 칭찬은 부작용 낳아
아이에게서 “공부가 너무 힘들고 싫다”는 말을 들으면 부모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쏴붙이곤 한다.
“힘들긴 뭐가 힘들어? 남들도 다 하는데.” 이렇게 시작한 훈계는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야?”라는 말로 끝나기 일쑤다. 이런 대화에는 부모의 ‘생각’과 ‘바람’만 가득할 뿐, 아이의 ‘마음’은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이 말해보는 건 어떨까?
“그래. 우리 ○○이, 요즘 공부하기 힘든가 보구나. 사실 엄마(아빠)도 어렸을 때 참 공부하기 싫어했지. 근데 어떤 과목이 제일 힘드니?”
이런 부모의 말에는 아이의 감정이 그대로 비춰져 있다. 권수영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교수(상담학)는 “마음이 건강하고 행복한 아이로 키우려면 이렇게 부모와 아이가 감정을 나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권 교수는 아이와 감정을 잘 나누는 부모를 ‘거울부모’라고 한다. ‘거울부모’는 자녀와 ‘머리높이’가 아니라 ‘가슴높이’를 맞추고, 아이의 가슴속에 들어가 아이의 처지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아이와 공감하는 부모다. 권 교수는 “아이는 부모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는데 만일 부모가 아이의 부정적인 모습만 비출 경우 아이는 자존감을 잃게 되고, 부모와 가슴을 나누지 못한 아이는 공감 능력이 부족해져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데도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왕따’나 악성 댓글 등도 결국 이런 ‘공감 결핍증’에서 비롯된 현상이라는 것이 권 교수의 생각이다. 아이와 공감하는 부모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공감도 훈련이 필요하다
거울부모가 되려면 무엇보다 자녀의 감정을 느끼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너만 힘든 게 아니잖아!”라고 아이의 감정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녀와 제대로 공감할 수 있을 때까지 아이의 마음을 읽고 정서를 조율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대화다.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의도적으로 아이와 감정을 나누는 대화를 해야 한다. 이때 하루 일과에 대해 자꾸 캐묻기만 할 게 아니라, “아, 그랬어? 너 되게 속상했겠구나” “정말 억울했겠다”와 같은 말로 맞장구쳐 주며 아이의 느낌을 먼저 비춰 줘야 한다.
권 교수는 “처음에는 어색하겠지만, 이런 대화를 자꾸 나누다 보면 아이가 기쁜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자연스럽게 부모와 나누고 싶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감정 단어’를 많이 익혀뒀다가 적절하게 쓸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이들은 ‘짱난다(짜증난다)’는 말 한마디로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곤 하는데, 그 느낌이 외로운 것인지, 슬픈 것인지, 억울한 것인지, 화가 나는 것인지, 힘든 것인지 부모가 세밀하게 비춰 줄 필요가 있다. 또 아이가 화가 나 있는 것 같다면, ‘얄밉겠구나’, ‘약 오르겠구나’, ‘속상하겠구나’ 등 다양한 ‘감정 단어’를 구사해 아이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어 주는 것이 좋다.
■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자 대부분의 부모에게 ‘착한 아이’는 말을 잘 듣는 아이다. 착한 아이가 되려면 말대꾸를 해서는 안 되고, 부모에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서도 안 된다. 불평을 하거나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 ‘나쁜 아이’가 되고 만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 때문에 어린 남동생을 돌보고 집안 정돈도 곧잘 하는 12살짜리 여자아이를 예로 들어 보자. 부모는 “우리 딸 때문에 엄마가 마음놓고 일할 수 있다”며 딸에게 칭찬을 해주고, 딸은 속으로는 힘들다고 말하고 싶을지언정 겉으로는 부모의 칭찬과 인정을 받으려고 묵묵히 참아낸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딸은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빠지기 쉽다.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는 억누르고 부모의 요구에 순응하는 아이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권 교수는 이런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에 무감각해져 나중에 커서도 다른 이들과 감정을 나누지 못하게 되고 ‘착한 남편(아내) 콤플렉스’, ‘착한 아빠(엄마) 콤플렉스’에 시달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도 필요한 것은 공감이다. 일하는 엄마를 대신해 가정을 돌보는 아이에게 “동생 보느라 많이 힘들었지?” 하고 가슴을 맞춰 주는 것이다. 권 교수는 “‘거울부모’가 되려면 자녀의 감정을 부정하거나 통제하려 들지 말고 자녀의 기분을 존중해 줘야 한다”며 “아이가 화를 낸다면 버릇없다고 혼을 낼 것이 아니라 무엇이 자녀를 화나게 했는지 스스로 돌아볼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권수영 교수가 제안하는 ‘거울부모 되기’ 10단계
■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자 대부분의 부모에게 ‘착한 아이’는 말을 잘 듣는 아이다. 착한 아이가 되려면 말대꾸를 해서는 안 되고, 부모에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서도 안 된다. 불평을 하거나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 ‘나쁜 아이’가 되고 만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 때문에 어린 남동생을 돌보고 집안 정돈도 곧잘 하는 12살짜리 여자아이를 예로 들어 보자. 부모는 “우리 딸 때문에 엄마가 마음놓고 일할 수 있다”며 딸에게 칭찬을 해주고, 딸은 속으로는 힘들다고 말하고 싶을지언정 겉으로는 부모의 칭찬과 인정을 받으려고 묵묵히 참아낸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딸은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빠지기 쉽다.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는 억누르고 부모의 요구에 순응하는 아이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권 교수는 이런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에 무감각해져 나중에 커서도 다른 이들과 감정을 나누지 못하게 되고 ‘착한 남편(아내) 콤플렉스’, ‘착한 아빠(엄마) 콤플렉스’에 시달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도 필요한 것은 공감이다. 일하는 엄마를 대신해 가정을 돌보는 아이에게 “동생 보느라 많이 힘들었지?” 하고 가슴을 맞춰 주는 것이다. 권 교수는 “‘거울부모’가 되려면 자녀의 감정을 부정하거나 통제하려 들지 말고 자녀의 기분을 존중해 줘야 한다”며 “아이가 화를 낸다면 버릇없다고 혼을 낼 것이 아니라 무엇이 자녀를 화나게 했는지 스스로 돌아볼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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