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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사교육 들쑤시는 정책에 “피가 거꾸로 솟아요”

등록 2009-02-24 07:40수정 2009-02-2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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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1년평가
살림살이 나아졌나 ② 두 학부모가 말하는 교육현실






금천구 임아무개씨/중2·초5·유치원, 사교육비 100만원
올해 막내 초등학교 입학 “아르바이트 해야 하나”
특목고 학원은 엄두조차 못내 “돈이 애들 만들어”
학업성취도 공개 뒤 “이사갈 여건 안되고…” 걱정

서울에서 ‘낙후 지역’으로 꼽히는 금천구의 주부 임아무개(38)씨는 요즘 동네 마트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올해 중3, 초6이 되는 아들·딸에 이어 막내 딸까지 학교에 들어가면서 앞으로 들어갈 사교육비를 감당할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이미 100만원 가까운 돈을 다달이 사교육비로 쓰고 있지만 다른 집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형편이 안 돼서 아주 기초적인 학원도 못 보내고 있어요. 사교육을 안 시키면 그만큼 못 따라가는데 어떡하겠어요. 조금이라도 더 벌어서 밀어줘야죠.”

임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놓은 ‘공교육 강화를 통한 사교육비 절감’ 공약에 누구보다 큰 기대를 걸었다.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영어교육에 나서고 방과후학교를 활성화하면 학원비 부담도 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국제중 설립, 전국단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공개 등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을 보며 이내 기대를 접어야 했다. “발표하는 정책마다 사교육 시장을 들쑤셔 학부모들을 불안하게 하는 내용들이니 어떻게 정부를 믿겠어요. 아예 기대를 접고 열심히 학원 보내면서 키우는 수밖에 없죠.”

내년에 중·고교생이 될 첫째와 둘째 아이 진학 문제도 고민이다. 특히 이번 고려대 입시에서 특목고 출신이 특혜를 받는 것을 지켜보니 임씨는 힘이 빠진다고 했다. 형편상 한 달에 60만원이 넘는 특목고 학원에 보낼 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에 가기 전부터 한 달에 100만원 가까운 돈을 내고 영어유치원에 다닌 아이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국제중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가슴아픈 얘기지만 돈이 애를 만드는 것 같아요. 돈없는 부모들은 그냥 포기하는 수밖에 더 있겠어요?” 임씨는 “국제중이나 특목고는 고사하고 그냥 남들 하는 만큼 공부시키는 것도 버거울 뿐”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공개되면서 걱정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임씨가 살고 있는 금천구 학생들의 성적이 많이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나 학부모들의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임씨는 “이 동네 학부모들이 모이면 다들 ‘강남 같은 곳에 비해 이렇게 뒤떨어지니, 이 동네에서 계속 공부시켜서 좋은 대학 보낼 수 있겠냐’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학부모들도 그렇지만 성적 공개로 아이들이 큰 상처를 받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임씨는 “당장 이사갈 여건이 되는 것도 아니니 어쩌겠냐”고 푸념했다.


정민영 기자 minyoung@hani.co.kr

강남구 이 아무개씨/고3·고1, 사교육비 480만원
남편월급 70% 쏟아도 부족 ‘마이너스’ 통장까지
1년내내 한 달도 거르지않고 시험 “애들 잡는 거죠”
우열반 생긴뒤 어깨 축 처진 아들 보면 가슴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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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사교육비 때문에 옷 한 벌 못 사입었어요. 사교육비 절반요? 되레 한 달에 100만원 이상 더 썼네요.”

자칭 ‘표준 강남엄마’인 이아무개(49·서울 서초구 방배동)씨는 2008년을 ‘사교육을 위해 쥐어 짤 수 있는 한 다 쥐어짠 한 해’로 회고했다. 딸은 고3, 아들은 고1이었던 지난해 이씨가 사교육에 쓴 돈은 한 달 평균 480만원.

“둘 다 수학이 약하니까 수학과외는 기본이고, 언어영역도 전문 과외선생을 붙였어요. 과목당 한 명에 60만원씩이었으니 과외비만 240만원이 든 셈이죠.” 여기에 학원 종합반 수강료가 각각 100만원씩 200만원이고, 입시가 코 앞인 고3 딸에게는 불안한 마음에 사회탐구 인터넷 강의(40만원)도 끊어줬다. 남편 한 달 수입의 60~70%를 쏟아부어도 사교육비는 늘 모자랐다. “제가 부동산에서 아르바이트 해서 1년 꼬박 모은 1천만원도 전부 쏟아부었죠. 거기다가 1천만원짜리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었어요.” 이씨는 “그래도 대치동이 아닌 방배동이니까 이 정도”라고 몇 번을 강조했다.

그러나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교육은 그나마 ‘속 편한’ 것 가운데 하나다. 이씨는 아침도 못 먹고 늘 시험에 찌들어 있는 아이들을 보는 건 더더욱 견딜 수 없었단다. “중간·기말고사 2번씩에 3·6·9·11월에 보는 학력평가, 여름·겨울 방학 끝나고 개학과 동시에 치르는 학교 자체 시험이 2번, 간간히 보는 사설 모의고사까지, 모두 합하면 1년 내내 한 달도 거르지 않고 시험을 치릅니다. 애들 잡는 거죠.”

게다가 ‘수준별 수업’을 한다며 사실상 영·수 우열반이 만들어진 뒤 아들의 어깨는 더 축 늘어졌다. “영어는 ‘상’반인데, 수학은 ‘중’반에 들어갔대요. 고개를 한 자는 떨어뜨리고 다니면서 ‘자존심도 상하고 의욕이 안 생긴다’고 하는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 ‘학교 관두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더군요.”

하지만 무엇보다 이씨를 괴롭게 하는 것은 앞으로 닥칠 아들의 대학입시다. “고려대 고교등급제 논란을 보니 피가 거꾸로 솟더라구요. 출신 학교에 따라 인간을 소·돼지처럼 ‘등급화’하는 거 아닌가요?” 주요 대학의 ‘본고사 부활’ 소식도 이씨에겐 ‘사교육비 추가’와 똑같은 말로 들린단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찍었다는 이씨. 그러나 이렇게 무한경쟁과 줄세우기 교육만 판치는 현실을 보며, 이씨는 그 결정이 ‘인생에서 가장 후회스러운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사교육 들쑤시는 정책 “피가 거꾸로 솟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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