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순의 진로교육 나침반
정연순의 진로교육 나침반 /
전문 직업인들의 일상을 소재로 삼는 이른바 전문직 드라마들이 늘어나면서 이를 통해 특정 직업에 관심을 갖는 청소년들도 늘어나고 있다. 의사, 변호사와 같은 고전적 전문직뿐 아니라 연예인 매니저, 호텔리어, 큐레이터 같은 비교적 낯설었던 직업들도 드라마를 통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드라마가 직업세계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전문직 드라마를 가장 비판하는 사람들은 바로 그 직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라고 한다. 직업의 현실을 잘 아는 사람들이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상황의 허구성을 누구보다 잘 지적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드라마는 우리에게 오락거리를 제공하거나 욕망을 대리 충족하도록 직업과 직업인을 배경으로 삼을 뿐, 직업 그 자체에 대한 심층 보도물이 아니다. 드라마라는 판타지에서 시작된 관심을 현실로 연결하자면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드라마를 통해 어떤 직업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면 그 다음 단계에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우선, 해당 직업에 대해 객관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어떤 준비와 절차를 거쳐야 종사할 수 있는 일인지, 연봉과 노동 강도는 얼마나 되는지, 앞으로의 직업 전망은 어떨지 등에 대한 정보를 꼼꼼히 알아봐야 할 것이다. 또 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생생한 경험을 통해 직업인의 삶을 접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직업 자체라기보다는 그 직업에 종사하면서 살아가는 삶이므로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사람을 만나 다양한 경험을 듣는 것이 좋다. 직접 만나기 어렵다면 인터넷 블로그나 동호회에 올라온 관련 글들을 찾아 읽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정보나 다른 이의 경험에 기반하여 결국 숙고해야 할 것은 내가 그 직업에 맞는 사람인지, 내가 원하는 것이 바로 그 직업인지이다. 그 직업을 살아갈 사람은 드라마 속 주인공이 아니라 결국 나 자신이니, 탐색과 숙고를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흥미가 반짝하고 사라질지, 진로 준비의 지속적인 동력이 될지는 다양한 탐색을 해 가는 가운데 시간을 두고 스스로를 관찰해야 할 일이다.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가 한창 주가를 날리고, ‘파티셰’라는 생소한 이름의 직업이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즈음, 어느 제빵사가 인터넷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새벽부터 시작되는 장시간 노동, 한 치의 쉴 틈도 없는 고된 노동 강도, 대기업 프랜차이즈 점에 밀려나는 동네 빵집의 처지 같은 현실이 그 글에는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파티셰’라는 부드럽고 달콤한 발음에서 흘러나오는 환상을 그야말로 확 깨는 글이었다. 하지만 파티셰의 꿈을 가지고 제빵사가 되고자 하는 청소년들이 생기는 것이 어찌 문제이겠는가. 직업 현실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동반된다면 말이다. 이제 ‘드라마 속 직업 뒤집어 보기’ 같이 대중적 영상매체를 활용한 진로교육 방법이 본격적으로 시도될 때가 되었다.
정연순 한국고용정보원 진로교육센터 부연구위원
‘파티셰’로 일하는 주인공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내 이름은 김삼순’. i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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