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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전문가 훈련 일찍 시작하는 ‘특성화고’

등록 2008-05-25 16:58

정연순의 진로교육 나침반
정연순의 진로교육 나침반
진로교육
정연순의 진로교육 나침반 /

대학 선택을 둘러싼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고민에 비하면 중학교 3학년 시기의 진로 고민은 한결 가볍게 생각된다. 아직 본격적으로 진로를 결정할 시기가 아니기에 큰 문제가 없다면 대학 입학을 준비하는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긴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입시경쟁을 무의미하게 생각하거나, 특정 분야에 대해 뚜렷한 관심을 가진 학생들이라면 고등학교 선택을 좀더 다양하게 고려할 수 있다.

흔히 교육 문제 가운데 하나로 획일성을 지적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꽤 많은 종류의 학교들이 있다. 외국어고등학교나 과학고등학교는 알아도 조리고등학교, 관광고등학교, 애니메이션고등학교를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이 학교들은 특정 분야의 인재나 전문 직업인 양성을 위해 특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특성화 고등학교’들이다. 사회적 관심이 워낙 입시 중심 교육에 쏠리다 보니, 다양한 학교들 중에서도 주목을 받는 것은 대학 진학에 명성을 떨치는 특목고들뿐이어서 여타의 선택지들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주목할 만한 교육적 성과를 보이는 특성화 고등학교들이 꽤 있다. 정보기술(IT) 분야의 명문학교로 발돋움한 선린 인터넷고등학교나 웬만한 대학 교육과정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가 대표적인 특성화 학교들이다.

실습 위주로 특성화 분야의 전문인을 양성하는 학교들이 늘고 있다. 김종수 기자
실습 위주로 특성화 분야의 전문인을 양성하는 학교들이 늘고 있다. 김종수 기자
성적과 점수보다는 능력향상을 목표로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점이 이들 학교가 일반계 학교와 차별화되는 점이다. 학생들은 관련 직업 분야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팀원들과 공동 작업으로 공모전 출품을 준비하고, 직업 관련 행사에 봉사활동을 나가면서 직업 능력을 길러간다. 노는 것 외에는 특별히 잘하는 것이 없는 줄 알았는데 고등학교 진학 뒤 실습과 활동을 통해 비로소 공부하는 재미를 알았다는 학생들이 꽤 있다고 하니, 다양한 학습 경로를 마련해 주는 일이 청소년들의 진로 개척에 얼마나 중요한 기반이 되는지 알 수 있다.

최근 직업세계의 두드러진 변화 가운데 하나는 전문화다. 과거처럼 특정 직업만이 전문직으로 대접받던 시대가 지나고 있다는 이야기다. 전통적인 전문직으로 여겨졌던 의사나 변호사도 공급이 많아지면서 예전과 같은 특별한 사회적 지위를 누구나 누리지는 못하고 있다. 반면, 비교적 진입이 쉬워 전문직이라 생각하지 않았던 요리사나 미용사 같은 직업에서도 고도의 전문성과 명성을 갖춘 상위 집단들이 생겨나고 있다.

10대 후반은 진로를 결정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기이니 직업전문학교를 선택했다고 해서 그 직업으로 평생을 살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찍이 전문가가 되는 훈련을 시작한 청소년들의 학습 경험은 이후 어떤 직업 영역에서건 자산이 될 것이다. 고등학교와 대학진학이 단선적으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경로 이외에, 전문가로 성장할 좀더 다양한 길을 선택하는 청소년과 그를 후원하는 부모들이 늘어나기를 바란다.

정연순 한국고용정보원 진로교육센터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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