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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아이 자신감 키우려면 감정 배려 충분히”

등록 2008-06-30 18:21

지난 6월25일 서울 섬유센터에서 열린 ‘좋은 부모, 성공하는 아이를 위한 기너트 교육법’ 초청강연에서 앨리스 기너트 박사가 학부모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다.  도서출판 양철북 제공
지난 6월25일 서울 섬유센터에서 열린 ‘좋은 부모, 성공하는 아이를 위한 기너트 교육법’ 초청강연에서 앨리스 기너트 박사가 학부모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다. 도서출판 양철북 제공
[아이랑 부모랑] 기너트 박사가 전하는 ‘사랑의 기술’

기너트 박사가 말하는 ‘아이를 망치는 교육법’

부모들은 종종 아이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하려는 성급한 마음에 아이의 감정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기도 한다. 기너트 박사는 이런 부모의 조급함이 아이를 망칠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그는 <부모와 아이 사이>에서 ‘아이를 망치는 잘못된 교육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 위협= “한 번만 더 그랬단 봐라”와 같은 식의 위협은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모의 경고는 아이의 자율성에 위협이 된다. 아이는 경고를 받고 나면 오히려 더욱 부모의 지시에 반감을 갖거나 금지를 위반하고 싶어하게 될 가능성도 크다. 그보다는 아이의 잘못된 행동이 가져온 결과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 조건을 붙여 보상하기= 부모들은 종종 아이에게 대가를 제시하고 어떤 행동을 하게 하려 한다.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부모가 조건을 붙여 보상을 거는 말은 부모가 아이를 온전히 신뢰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드러낸다. 바른 행동을 하면 부모가 보상을 줄 것이라는 마음에 의도적으로 아이가 못된 행동을 하게 될 수도 있다.

■ 아이의 거짓말을 유도하는 질문= 이미 내용을 알고 있으면서 아이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은 아이의 ‘자기방어적 거짓말’을 유도할 수 있다. 방이 지저분한 것을 보면서 “오늘 방 청소는 했니”라고 묻는 것보다는 “아직 방 청소를 안 했더라”라고 말하는 것이 아이가 불필요한 거짓말을 하지 않게 하는 방법이다. 정민영 기자


외로움·실망 감지…적절 대처를
‘무능력한 아이’ 느낌 받으면 좌절
소통 잘 이뤄지면 ‘통제’도 효과적

〈부모와 아이 사이〉
〈부모와 아이 사이〉
“아이의 성공을 바란다면 아이가 부모에게 충분히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1965년 출판된 이래 15가지 언어로 번역돼 전세계적으로 500만 권 이상이 팔린 육아 도서의 고전 <부모와 아이 사이>의 저자 앨리스 기너트 박사가 한국을 찾았다.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와 한국심리상담연구소, 청소년폭력예방재단, 도서출판 양철북 공동 주최로 지난달 25일 서울 섬유센터 이벤트홀에서 열린 ‘좋은 부모, 성공하는 아이를 위한 기너트 교육법’ 강연회에서 기너트 박사는 아이가 자라면서 마주치게 되는 가장 큰 좌절 중 하나는 부모가 자신을 무능력한 아이로 여긴다는 생각이 들 때 생겨나는 무력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의 자신감과 적극성을 키워주려면 아이가 느끼는 외로움, 실망, 상처 등의 감정을 부모가 감지하고 충분히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연 내내 부모가 아이와의 관계에서 맞닥뜨리는 감정의 문제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사랑의 기술’에 대해 설명했다.

■ 분노를 숨기지 말기=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가 화를 내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이가 잘못했을 때 아이의 감정을 불필요하게 상하지 않게 하면서 부모의 언짢음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기너트 박사는 아이를 비난하기보다 아이의 행동 때문에 부모가 느낀 기분이 어떤지 설명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딸이 어질러놓은 방을 보고 직접적으로 딸의 행동을 지적하는 것보다 방바닥에 널려 있는 옷가지와 책이 엄마의 감정을 어떻게 만드는지 말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는 부모가 자신의 분노를 굳이 숨기려 하기보다는 아이의 인성과 존엄성을 공격하지 않으면서 적절히 드러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무리한 요구에는 ‘상상속의 허락’으로= 아이는 종종 부모가 들어줄 수 없는 요구를 한다. 부모가 “안 돼”라고 말해야 할 때 아이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는 방법은 아이의 상상에 부모가 공 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기너트 박사는 말한다. 예컨대,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한다면? “그래. 폭풍이라도 불어서 학교가 쉬었으면 좋겠지. 오늘이 월요일이 아니고 토요일이면 얼마나 좋겠니”라고 말해주다가 “지금은 어쩔 수 없으니까 얼른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가자”라고 말해주면 어떨까? 아이는 자신이 가질 수 있는 환상에 공감해 주는 부모를 보면서 자신이 충분히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럴 경우 아이가 부모의 의견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은 분명하다고 기너트 박사는 조언했다.

이 밖에 아이에 대한 칭찬과 비판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아이의 선택과 발언권은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등에 대한 강의를 두 시간 넘게 진행한 기너트 박사는 아이의 감정에 대한 배려가 아이를 무조건적으로 감싸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아이를 필요에 따라 통제하는 것은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그것도 아이와 부모 사이에 감정의 커뮤니케이션이 원만히 이루어질 때 효과적”이라며 “부모가 생각과 태도를 바꿔야 아이도 변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민영 기자 minyoung@hani.co.kr


“일일이 개입 말고 자립기반 만들어주라”

강연이 끝난 뒤 만난 기너트 박사는 “한국 학부모들의 열성적인 교육열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열정적인 부모들을 보게 되어 인상적이었다”며 “경쟁이 심한 나라에서 아이를 성공시키려는 부모의 절박한 심정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무엇보다 부모가 해야 할 첫번째 일은 아이가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모가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개입하면 할수록 아이는 책임감을 배우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의 학부모들은 아이에 대한 집착이 다소 지나친 것 같아요.”

기너트 박사는 한국의 부모들에게 모든 신경을 아이에게만 집중하는 것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될 수 있는 대로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는 자율적인 공간을 크게 열어 주고, 그에 대한 책임도 자신이 지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모는 조급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특히 한국처럼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학력경쟁이 심한 나라에서는요.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아이는 부모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는 특히 요즘 아이들은 지속적으로 경쟁적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만큼 부모는 더더욱 아이의 심리적 안정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가 학교에서 얼마나 잘하는지는 ‘아이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부모는 아이가 잘하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도록 해 주면 됩니다. 그래야 부모도, 아이도 행복해질 것입니다.”

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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