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어릴 때부터 아이에게 꾸준히 책을 읽어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윤강중(36)씨와 아내 허순회(34)씨가 집 거실에서 아들 석훈(4)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아이랑 부모랑]
부모 목소리 두뇌발달 도움…평생 독서습관 길러
첫돌 전에는 운율위주, 두돌까진 사물그림책 좋아
부모 목소리 두뇌발달 도움…평생 독서습관 길러
첫돌 전에는 운율위주, 두돌까진 사물그림책 좋아
“그래 그래 너희 집엔 대리석 계단과 아름다운 정원 / 그래 그래 너희 집엔 비단옷과 번쩍이는 보석 / 그래 그래 너희 집엔 맛있는 음식과 공손한 하녀들 / 그러나 그러나 우리 집에는 책 읽어 주는 엄마가 있단다.”
유럽에서 옛날부터 전해 오는 전래동요다. 아이들에게는 ‘책 읽어 주는 엄마’가 세상 그 무엇보다도 자랑스럽고 소중한 존재임을 일깨워 준다. 남미영 한국독서교육개발원 원장은 “아이가 커서 책을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는 어린 시절 책에 대한 좋은 기억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책을 읽어 주던 엄마의 부드러운 목소리, 책 읽는 부모 모습, 책이 많은 가정 분위기 등이 책과의 친밀도를 높여 주는 좋은 기억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아이에게 매일 책을 읽어 주는 것이 평생 독서 습관을 길러 주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어떻게 책을 읽어 줘야 할까?
남 원장은 “책 읽어 주기는 갓난아기 때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아기가 아무 말도 못 알아듣는 것 같지만, 엄마 아빠가 책 읽어 주는 소리는 그 자체가 훌륭한 언어적 자극이 되기 때문에 아이의 두뇌 발달에 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첫돌이 될 때까지는 꽃·나무와 같은 자연이나 엄마·아기 등 가족 구성원을 노래한 동요와 동시, 자장노래 등 아름다운 낱말과 운율이 담긴 것들을 들려주는 것이 좋다. 요즘 아기에게 다양한 음성적 자극을 준다며 시디나 테이프로 동요나 자장노래 등을 들려 주는 부모가 많은데, 아기들은 기계음보다는 엄마와 아빠의 목소리를 더 좋아한다.
첫돌부터 두돌까지는 다양한 물건이나 동물 등이 등장하는 사물 그림책이 좋다. 첫돌이 지난 아기들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기 때문이다. 그림과 낱말이 들어 있는 문자교육용 책보다는 하나의 사물을 여러 각도로 표현한 책이 좋은 사물 그림책이다. 사과를 예로 든다면, 과수원 그림, 사과 먹는 그림 등 사과와 관련된 여러 장면이 들어 있는 책이다.
두돌부터 세돌까지는 아이나 어린 동물들이 등장해 아이들의 일상생활을 보여 주는 생활 동화 그림책이 좋다. 그림책 속에서 자기와 비슷하게 행동하는 주인공들을 만나면서 아이들은 색다른 기쁨을 느낀다. 세돌부터 네돌까지는 명작 동화와 같은 이야기 그림책을 좋아하며, 만 4살 전후의 아이들은 대체로 전래 동화에 푹 빠진다.
남 원장은 그림책을 읽어 줄 때 아이에게 먼저 이야기를 만들어 낼 기회를 주라고 제안한다. 그는 “그림책은 줄거리를 읽는 책이 아니라 아이가 그림 속에서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책”이라며 “몇 자 되지도 않는 글자들을 읽어 주는 데 급급하지 말고, 아이가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는 것이 그림책을 읽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책을 읽어 주기에 앞서 “이 책에는 무슨 이야기가 들어 있을까?” 하고 슬쩍 운을 떼, 아이가 ‘그림 읽기’를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 보도록 하라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글자를 모르는 아이도 마치 책을 읽는 것처럼 그림책을 넘기며 중얼거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처럼 아이들은 누구나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남 원장의 설명이다. ‘그림 읽기’가 끝나면 아이들은 대개 책에는 뭐라고 써 있는지 궁금해한다. 그림책에는 그림 말고 글자도 들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엄마·아빠가 “그래, 작가 아줌마는 뭐라고 썼나 보자” 하고 읽어 주면 된다. 책을 읽어 줄 때는 부모의 책 읽는 속도대로 책장을 빨리 넘기지 말고, 아이들이 인물들의 다양한 표정 등 그림을 충분히 음미하고 상상할 수 있도록 아이의 시선에 맞춰 천천히 읽어 줘야 한다.
책을 읽어 준 뒤에는 질문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다. 이때 중요한 것은 줄거리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를 확인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답이 하나이거나 흑백논리로 몰고 가는 질문도 좋지 않다. 답이 여러 가지로 나올 수 있는 ‘열린 질문’이 사고력을 높여 준다. 예를 들어 흥부 이야기를 읽었다면 “흥부가 좋아? 놀부가 좋아?”라는 질문보다는 “그런데 말이야, 흥부 아버지는 왜 놀부에게만 재산을 줬을까?”라는 질문이 사고력 발달에 더 도움을 준다.
아이들은 만 3~4살 무렵이 되면 책을 읽어 줄 때 질문을 많이 한다. 질문에 일일이 대답하다 보면 책 읽기에 김이 빠지는 경우도 많다. 남 원장은 “책 내용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질문이면 당장 답변을 해 주고, 책을 읽다가 생긴 의문점을 묻는 질문일 때는 ‘글쎄, 끝까지 읽어 보자. 읽다 보면 알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하고 계속 읽어 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어린아이에게 책을 읽어 줄 때 부모들이 흔히 하는 잘못 중 하나가 그림책을 글자를 가르치는 수단으로 여기는 태도다. 손가락으로 글자를 하나씩 짚어 가며 읽는 것이 한 예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아이가 그림책이 주는 즐거움을 느끼기 어려워 책과 멀어지게 된다. 남 원장은 “만 5살 이전의 아이들은 아직 문자와 같은 논리의 세계로 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며 “글자는 만 5살 이후에 가르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아이들은 만 3~4살 무렵이 되면 책을 읽어 줄 때 질문을 많이 한다. 질문에 일일이 대답하다 보면 책 읽기에 김이 빠지는 경우도 많다. 남 원장은 “책 내용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질문이면 당장 답변을 해 주고, 책을 읽다가 생긴 의문점을 묻는 질문일 때는 ‘글쎄, 끝까지 읽어 보자. 읽다 보면 알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하고 계속 읽어 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어린아이에게 책을 읽어 줄 때 부모들이 흔히 하는 잘못 중 하나가 그림책을 글자를 가르치는 수단으로 여기는 태도다. 손가락으로 글자를 하나씩 짚어 가며 읽는 것이 한 예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아이가 그림책이 주는 즐거움을 느끼기 어려워 책과 멀어지게 된다. 남 원장은 “만 5살 이전의 아이들은 아직 문자와 같은 논리의 세계로 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며 “글자는 만 5살 이후에 가르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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