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교육을 바로 세우자!
진로 교육
특정직업 경험 ‘잡스쿨’ 진로설계 도움
“학교 15%만 직업체험’ 기업 협조 필요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체험해 보는 것이 최고다.’ 가장 좋은 진로교육법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다. 전문가들은 관심 있는 직업인의 일을 직접 체험해보는 것만큼 좋은 진로교육은 없다고 말한다.
올해 대원과학대 자동차학과에 들어간 김문수(19)씨는 고교에서 실시한 인턴십을 통해 처음으로 미래 설계를 하게 됐다. ‘아무 생각 없이’ 중학교를 졸업했고 고교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뭘 해야 하는지 모르고 지냈다. 이 태도가 바뀌기 시작한 건 1학년 때 한국와이엠시에이(YMCA) 원주고로 전학을 하면서부터다. 2학년이 되자 김씨는 학교 프로젝트 담당 조은숙 교사한테 자동차정비 분야의 직업인을 소개받았다. 그를 만나 인터뷰도 해보고 일을 체험하는 기회도 얻었다. 김씨는 약 두 달 동안의 체험 과정을 설명하며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더 떨어질 데조차 없었던 성적이 올랐고, 공부가 너무 싫어 대학을 포기했던 자신은 어느새 가고 싶은 학과 정보를 찾고 있었다.
진로교육에 관심이 많은 한국와이엠시에이 원주고는 창의적 재량 시간(1학년), <진로와 직업> 시간(2학년), 인턴십 심화 시간(3학년) 등을 이용해 단계별 진로교육을 한다. 핵심은 인턴십과 직업인 인터뷰 등의 ‘체험’이다. 교사는 자신이 아는 인맥을 활용하거나 섭외를 통해 학생과 직업인 멘토의 만남을 돕고 체험 이후 성과를 학생 스스로 정리하게 한다. 학생의 진로를 위해 학교와 사회가 어떤 구실을 해야 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인턴십으로 신화가 된 학교가 있다.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시의 메트스쿨은 맞춤학습 형태의 직업체험으로 유명하다. 1996년에 개교한 학교는 히스패닉과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이 주로 다녔다. 학습 동기 부여 자체가 어려운 이 학교 학생들이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게 된 것은 학교와 학교 밖 지역 세계가 연계해 인턴십을 한 덕분이다. 어드바이저(교사), 멘토(직업인), 학부모 그리고 다양한 연령의 친구들이 서로의 진로탐색과 체험을 돕는다.
‘먼 나라 이야기’일 수 있다. 사실 메트스쿨이나 평생교육시설고교로 특성화 관련 수업 선택이 가능한 한국와이엠시에이 원주고 사례를 모든 학교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단, 창의적 재량 시간, 노는 토요일, 방학 등을 활용해 다양한 직업 체험 사회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대안’은 찾아볼 수 있다.
교사가 진로교육에 관심이 있다면, 잡스쿨에 대한 정보는 쉽게 만날 수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산하 전국 고용지원센터에서 실시하는 잡스쿨은 이틀짜리 직업체험 프로그램이다. 특정 직업과 관련한 강연을 듣고 직업인의 일을 체험해보는 내용이다. 개인 차원의 체험 기회도 있다. 겨울방학이었던 1월 21일부터 26일까지 프로듀서를 꿈꾸는 청소년 12명은 ‘잡섀도잉’(job shadowing) 프로그램인 ‘2008 커리어 위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가 운영하는 잡섀도잉은 특정 직업인을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면서 그가 하는 일의 특성과 자질, 일의 어려움 등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첫 잡 섀도잉에 참여한 12명의 학생들은 한국방송(KBS) ‘텔레비전 비평 시청자 데스크’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문봉기 프로듀서를 멘토 삼아 방송 제작과정을 살펴보고 제작진과 만나면서 방송 제작 세계를 경험했다. 하자센터 조유나 일일직업체험팀장은 센터가 일반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한 직업체험을 강화하게 된 이유를 “학교에서의 진로교육이 적성과 흥미 검사에 그치는 게 안타까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센터 쪽이 지난해 말부터 커리어하자(career.haja.net) 사이트를 열고 일일직업체험, 커리어 위크 프로젝트 등의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한 배경이기도 하다. ‘학교’라는 틀 안에 갇힌 학생들에게 직업체험은 세상과의 소통로를 마련해주고 현실적인 진로설계를 하는 데 도움을 준다. 프로듀서를 꿈꾸다 이번 잡섀도잉에 참여했던 공항고등학교 서새롬(16)양은 “정말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고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기획이 좋아도 섭외가 안 돼 무너지는 일도 있다는 것, ‘작가’ 밑에 ‘새끼작가’가 있다는 것 등 직업 책을 아무리 봐도 모르던 것들을 알았다”고 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진로교육지표(2007년) 조사를 보면, 5113개 학교 가운데 15%인 778개교가 직업체험을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교사들은 한정된 몇 명에게만 체험 기회를 주는 게 안타깝다고 입을 모은다.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하는 이들은 기업 및 기관 등의 관심과 협조 부족을 호소한다. 흔히 직업체험에 대한 사회의 배려를 ‘사회공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하자센터 조유나 팀장이 들려준 직장인 멘토들의 반응은 그 수준을 넘어선다. “너무 오랫동안 한 분야의 일을 하면 일의 의미를 잊기 쉬운데 학생들을 만나면서 내 일의 의미를 반추해보고 점검하는 시간이 돼 오히려 활력을 얻은 것 같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다”고 한다. 직업체험이 기업체 등 사회가 학생에게 주는 일방적인 협조와 도움이 아니라, 서로에게 진로 및 직업 교육을 해주는 쌍방향 교육도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사회가 학생들에게 더욱 많은 직업 체험의 기회를 열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끝>김청연 기자 carax3@hani.co.kr
직업체험, 발품 파는 만큼 ‘길’ 넓어진다 하자센터·고용지원센터 문 두드려보세요
직업체험을 하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할까?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조금만 관심이 있고 부지런을 떤다면 공인된 기관의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2007년 6월부터 시작한 하자센터의 ‘일일직업체험 프로젝트’는 12월까지 총 4000여명의 청소년이 참가한 인기 프로그램이다.
자기주도적으로 진로를 설계하고 꿈을 성취하게 하자는 뜻에서 만든 이 프로젝트는 음향ㆍ사진ㆍ도예ㆍ영상ㆍ메이크업ㆍ바리스타 등 창의적인 직업들 30개 가운데서 하나를 택해 하루 동안 신나게 체험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한 달에 네 번, 하루에 2시간씩 총 8시간 동안 한 직업을 깊게 체험하는 ‘일취월짱’ 심화 프로그램도 있다. 특별활동, 방과 후 학교프로그램 등 학교나 단체의 참여도 가능하다. 학교나 단체의 적정인원은 30~100여명(각 프로젝트당 최소인원은 10명)인데, 3월부터는 단체 학생들의 이동을 부담스러워하는 학교 쪽을 배려해 학교로 직접 찾아가 체험을 돕는 ‘찾아가는 일일직업체험’도 진행할 계획이다. 자세한 정보는 커리어하자 센터(www.haja.net)에서 만날 수 있다.
전국고용지원센터(jobcenter.go.kr)에서는 이틀짜리 잡스쿨 체험을 실시하고 있다. 잡스쿨은 첫날 강의를 듣고, 둘쨋날 선택한 직업과 관련한 대학과 기업체를 방문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이다. 학급, 학교 차원에서 20~40명 단위로 단체 신청을 받아 진행한다. 직업을 정해놓고 체험단을 모집하는 것과는 달리 학교별로 체험하고자 하는 희망 직업 분야 등을 접수받은 뒤 담당자가 섭외를 해서 진행하는 형식이다.
서울시립수서청소년수련관(youtra.or.kr)에서는 진로체험 프로그램 ‘꿈을 향한 도전! 파티쉐’와 ‘레디~액션! 나도 방송인’이 4월부터 열린다. 둘째, 넷째 토요일 총 8회에 걸쳐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각각 방송국 탐방 및 영상편집 기술 배우기, 공익광고 제작활동 그리고 제과제빵, 과자점 탐방 등으로 구성된다. 3월3일부터 선착순 접수를 받고 있다.
김청연 기자
특정 직업에 대해 막연한 꿈만 갖고 있던 학생들은 체험을 통해 그 업무의 현실적인 과정과 어려움 등을 알고 훗날 직업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능력과 자세를 배워간다. 하자센터 제공
교사가 진로교육에 관심이 있다면, 잡스쿨에 대한 정보는 쉽게 만날 수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산하 전국 고용지원센터에서 실시하는 잡스쿨은 이틀짜리 직업체험 프로그램이다. 특정 직업과 관련한 강연을 듣고 직업인의 일을 체험해보는 내용이다. 개인 차원의 체험 기회도 있다. 겨울방학이었던 1월 21일부터 26일까지 프로듀서를 꿈꾸는 청소년 12명은 ‘잡섀도잉’(job shadowing) 프로그램인 ‘2008 커리어 위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가 운영하는 잡섀도잉은 특정 직업인을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면서 그가 하는 일의 특성과 자질, 일의 어려움 등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첫 잡 섀도잉에 참여한 12명의 학생들은 한국방송(KBS) ‘텔레비전 비평 시청자 데스크’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문봉기 프로듀서를 멘토 삼아 방송 제작과정을 살펴보고 제작진과 만나면서 방송 제작 세계를 경험했다. 하자센터 조유나 일일직업체험팀장은 센터가 일반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한 직업체험을 강화하게 된 이유를 “학교에서의 진로교육이 적성과 흥미 검사에 그치는 게 안타까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센터 쪽이 지난해 말부터 커리어하자(career.haja.net) 사이트를 열고 일일직업체험, 커리어 위크 프로젝트 등의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한 배경이기도 하다. ‘학교’라는 틀 안에 갇힌 학생들에게 직업체험은 세상과의 소통로를 마련해주고 현실적인 진로설계를 하는 데 도움을 준다. 프로듀서를 꿈꾸다 이번 잡섀도잉에 참여했던 공항고등학교 서새롬(16)양은 “정말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고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기획이 좋아도 섭외가 안 돼 무너지는 일도 있다는 것, ‘작가’ 밑에 ‘새끼작가’가 있다는 것 등 직업 책을 아무리 봐도 모르던 것들을 알았다”고 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진로교육지표(2007년) 조사를 보면, 5113개 학교 가운데 15%인 778개교가 직업체험을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교사들은 한정된 몇 명에게만 체험 기회를 주는 게 안타깝다고 입을 모은다.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하는 이들은 기업 및 기관 등의 관심과 협조 부족을 호소한다. 흔히 직업체험에 대한 사회의 배려를 ‘사회공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하자센터 조유나 팀장이 들려준 직장인 멘토들의 반응은 그 수준을 넘어선다. “너무 오랫동안 한 분야의 일을 하면 일의 의미를 잊기 쉬운데 학생들을 만나면서 내 일의 의미를 반추해보고 점검하는 시간이 돼 오히려 활력을 얻은 것 같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다”고 한다. 직업체험이 기업체 등 사회가 학생에게 주는 일방적인 협조와 도움이 아니라, 서로에게 진로 및 직업 교육을 해주는 쌍방향 교육도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사회가 학생들에게 더욱 많은 직업 체험의 기회를 열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끝>김청연 기자 carax3@hani.co.kr
직업체험, 발품 파는 만큼 ‘길’ 넓어진다 하자센터·고용지원센터 문 두드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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