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로교육은 자기 이해와 목표 설정에서부터 비롯된다. 학생들이 자신에게 맞는 목표 설정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본보기를 접하게 해주는 게 필요하다. 사진 성문고등학교 제공
전공 바꾸고…이직하고…
사회적 비용 만만찮아
진로교육 잘되면 학업 성취력 ‘쑥’
사회적 비용 만만찮아
진로교육 잘되면 학업 성취력 ‘쑥’
진로교육을 바로 세우자!
① 왜 진로교육인가?
② 진로교육의 현주소
③ 진로교육의 출발, 가정
④ 학교와 사회의 역할 진로교육의 중요성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어릴 때 진로교육은 평생을 살아가는 힘을 길러주는 미래 설계다. 목표가 분명한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하는 힘도 기를 수 있다. 그래서 아이 스스로 재능을 발견하고, 진로를 탐색하고, 목표를 설정하는 일은 학교를 넘어 사회가 함께 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콘텐츠의 부족, 대입으로만 내모는 현실 등은 진로교육을 뒷전으로 밀어낸다. 이런 현실에서 올바른 진로교육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함께하는 교육>이 한국고용정보원과 함께 `진로교육을 바로 세우자’는 주제로 네 차례에 걸쳐 기획기사를 싣는다. 고등학교 교사 강아무개씨는 자녀 교육에 관한 한 남들과 다를 줄 알았다고 한다. 스스로 사회의식이 깊다고 자부했던 386세대였다. 사교육, 학벌사회, 엘리트주의를 비판하던 교사였다. 그런데 막상 내 자녀의 문제가 되니 달라졌다. “초등학교 4학년 때쯤 다른 아이들은 달리는데 내 아이만 그냥 둘 수 없다는 불안감이 밀려왔죠. 그때부터 남들 보내는 학원은 다 보냈어요. 그래도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이나 들어갈까 불안했어요.” 그런대로 아이는 잘 따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전, 중2에 올라가는 아이가 공부를 하다 문제집을 덮으며 한숨을 푹 쉬고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뭐 하려고 공부하지? 무슨 과가 어울릴까?” 순간 충격을 받았다. 강씨는 “그저 `해야 한다’며 무조건 내몰기만 하고 아이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지 않았구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우리의 `자화상’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재능에 대한 이해와 진로 목표도 없는 채로 무조건 ‘열공’만 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진로정보센터가 지난해 발표한 진로교육지표를 보면, 중학생 4441명 가운데 가장 많은 수인 1686명(38%)이 삶의 목표를 ‘돈’이라고 말했다. ‘자아실현’의 미래 설계는 없다는 뜻이다. 진로교육이 왜 필요한가 질문을 던지면 전문가들은 오히려 진로교육이 없어 일어나는 온갖 문제점을 지적한다. 자신에 대한 이해 없이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은 좋은 학교에 진학해도 자퇴, 전과, 편입을 하거나 다시 대입 시험 공부를 한다. 그만큼 시간 낭비를 하는 것이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정철영 교수(산업인력개발학 전공)는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삶에 회의적이 되기 쉽고 삶의 만족도도 낮아지게 된다고 했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사회적 비용’을 낳는다. 직업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느낀 직장인들은 뒤늦게 진로 탐색을 하면서 회사를 나가버린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이영대 연구위원은 “진로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아무 회사나 들어간 취업자들 가운데 30%가 1년 안에 회사를 나가버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진로교육을 두고 “국가의 미래가 달린 교육”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진로교육이란 자신의 특성을 고려해 적합한 일을 선택하고, 이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준비와 선택 이후에도 진출한 분야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과정까지도 포함된다. 즉 `한 사람의 인생 전반에 걸친 평생교육’이라는 뜻이다. 평생교육인만큼 진로교육은 일찍 시작하는 게 좋다. 한국고용정보원 취업콘텐츠팀 박가열 부연구위원은 진로교육 시기가 빠를수록 직업 선택에 대한 자신감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7차 교육과정에서 진로교육을 강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교육부는 생애 전반에 걸친 교육인 만큼 국민공통 기본 교육과정에서부터 진로교육을 실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구체적인 내용은 창의적 재량활동을 통해 진로 관련 교육을 권하고, 각 교과목에서 진로교육과 관련한 연계 수업을 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고교 과정에 진로 관련 단원을 추가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물론 진로교육은 공부하는 힘을 길러주는 효과도 있다. 백석중학교 허은영 교사는 열정적으로 진로교육을 하는 교사로 꼽히는데, 그는 “왜 학교에 오고,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아이들에게 학업 동기를 회복해 주는 데 가장 필요한 교육이 진로교육이었다”고 말했다. 진로 목표가 있는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노력을 하게 된다는 얘기다. 즉 진로교육은 자기 주도적 학습의 출발점인 것이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i.co.kr
“입시 공부만 하다 뒤늦게 진로고민 안타까워” 정철영 진로교육학회장
서울대학교 산업인력개발학과 정철영 교수를 만나 진로교육이 왜 필요한지 물어봤다. 그는 올해부터 진로교육학회 학회장을 맡고 있다.
―진로교육의 핵심은 무엇인가?
=다섯 가지로 정리를 한다. 자신의 이해, 일과 직업세계의 이해, 적절한 진로 계획 및 준비(직무 수행능력+직업 기초능력+이력서 작성 및 면접 등 취업요령 이해), 행복한 직업 생활 등이다. 기초는 자신에 대한 이해, 즉 나를 발견하는 것이다. 나를 발견하는 방법은 검사를 해보는 것도 좋지만 스스로 내 성격은 어떤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적어보는 일상적인 활동들부터 많이 해보길 권한다.
―진로교육의 목적과 목표는 무엇인가?
=자신이 택한 직업의 일이 가능하고, 의미 있고, 만족스럽도록 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이 세 가지 가운데 어느 것에도 동그라미를 치지 못하는 직업인들이 많다. 입시 위주 사회에서 종착역을 대학으로 보고 공부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물론 부모들 의식이 큰 영향을 준다. 고등학교 때 자녀가 꿈에 대해 얘기하면 버럭 화부터 낸다. 공부부터 하라는 말이다. 학생들은 주변 친구들을 통해 꿈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지만 잘못된 정보를 접하는 일이 많다.
―진로교육에서는 특히 학부모, 교사의 몫이 강조된다.
=과학고를 나와서 서울대 화학과에 다니던 여학생이 있었다. 졸업하고 뭘 할 건지 이야기를 나눴는데 커피숍을 하겠단다. 고등학교 때는 화학을 제일 잘했는데 대학에 오니 훨씬 뛰어난 아이들이 많아 아무래도 이 분야는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그에게 바리스타와 관련된 책을 선물했다. 커피 블렌딩도 화학적인 접근이니까 전공인 화학을 잘 살려서 훌륭한 바리스타가 돼보라고 해줬다. 진로교육에서 교사, 학부모는 학생의 진로를 선택하는 게 아니다. 진로 선택을 잘 하도록 최대한 도와주는 구실이다. 어떤 얘기를 하든 우선 들어줘야 한다. 그리고 종합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서 더 넓은 범위에서 이를 토대로 잘 선택하도록 도와야 한다.
―새 학기에 진로교육을 해보려는 교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입학부터 졸업까지 한 아이를 책임져준다는 생각으로 계획을 세웠으면 한다. 시카고 대학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제일 많이 나온다. 왜인가 하면 대학교 때 위인전을 많이 읽히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롤모델을 설정하게 하고 그 모델에 대한 정보 찾기 시간을 꾸준히 갖게 하면서 그 사람을 닮아가게 하는 것이다. 대학 시절 토플, 토익에 매달려야 하는 우리네 시스템과는 다르다. 소소하더라도 학생들 삶에 스며들 수 있는 실질적인 활동들이 많아야 한다. 특히 중등학교에선 자신의 진로를 고민할 시간을 많이 주어야 한다.
김청연 기자
② 진로교육의 현주소
③ 진로교육의 출발, 가정
④ 학교와 사회의 역할 진로교육의 중요성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어릴 때 진로교육은 평생을 살아가는 힘을 길러주는 미래 설계다. 목표가 분명한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하는 힘도 기를 수 있다. 그래서 아이 스스로 재능을 발견하고, 진로를 탐색하고, 목표를 설정하는 일은 학교를 넘어 사회가 함께 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콘텐츠의 부족, 대입으로만 내모는 현실 등은 진로교육을 뒷전으로 밀어낸다. 이런 현실에서 올바른 진로교육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함께하는 교육>이 한국고용정보원과 함께 `진로교육을 바로 세우자’는 주제로 네 차례에 걸쳐 기획기사를 싣는다. 고등학교 교사 강아무개씨는 자녀 교육에 관한 한 남들과 다를 줄 알았다고 한다. 스스로 사회의식이 깊다고 자부했던 386세대였다. 사교육, 학벌사회, 엘리트주의를 비판하던 교사였다. 그런데 막상 내 자녀의 문제가 되니 달라졌다. “초등학교 4학년 때쯤 다른 아이들은 달리는데 내 아이만 그냥 둘 수 없다는 불안감이 밀려왔죠. 그때부터 남들 보내는 학원은 다 보냈어요. 그래도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이나 들어갈까 불안했어요.” 그런대로 아이는 잘 따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전, 중2에 올라가는 아이가 공부를 하다 문제집을 덮으며 한숨을 푹 쉬고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뭐 하려고 공부하지? 무슨 과가 어울릴까?” 순간 충격을 받았다. 강씨는 “그저 `해야 한다’며 무조건 내몰기만 하고 아이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지 않았구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우리의 `자화상’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재능에 대한 이해와 진로 목표도 없는 채로 무조건 ‘열공’만 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진로정보센터가 지난해 발표한 진로교육지표를 보면, 중학생 4441명 가운데 가장 많은 수인 1686명(38%)이 삶의 목표를 ‘돈’이라고 말했다. ‘자아실현’의 미래 설계는 없다는 뜻이다. 진로교육이 왜 필요한가 질문을 던지면 전문가들은 오히려 진로교육이 없어 일어나는 온갖 문제점을 지적한다. 자신에 대한 이해 없이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은 좋은 학교에 진학해도 자퇴, 전과, 편입을 하거나 다시 대입 시험 공부를 한다. 그만큼 시간 낭비를 하는 것이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정철영 교수(산업인력개발학 전공)는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삶에 회의적이 되기 쉽고 삶의 만족도도 낮아지게 된다고 했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사회적 비용’을 낳는다. 직업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느낀 직장인들은 뒤늦게 진로 탐색을 하면서 회사를 나가버린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이영대 연구위원은 “진로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아무 회사나 들어간 취업자들 가운데 30%가 1년 안에 회사를 나가버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진로교육을 두고 “국가의 미래가 달린 교육”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진로교육이란 자신의 특성을 고려해 적합한 일을 선택하고, 이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준비와 선택 이후에도 진출한 분야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과정까지도 포함된다. 즉 `한 사람의 인생 전반에 걸친 평생교육’이라는 뜻이다. 평생교육인만큼 진로교육은 일찍 시작하는 게 좋다. 한국고용정보원 취업콘텐츠팀 박가열 부연구위원은 진로교육 시기가 빠를수록 직업 선택에 대한 자신감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7차 교육과정에서 진로교육을 강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교육부는 생애 전반에 걸친 교육인 만큼 국민공통 기본 교육과정에서부터 진로교육을 실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구체적인 내용은 창의적 재량활동을 통해 진로 관련 교육을 권하고, 각 교과목에서 진로교육과 관련한 연계 수업을 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고교 과정에 진로 관련 단원을 추가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물론 진로교육은 공부하는 힘을 길러주는 효과도 있다. 백석중학교 허은영 교사는 열정적으로 진로교육을 하는 교사로 꼽히는데, 그는 “왜 학교에 오고,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아이들에게 학업 동기를 회복해 주는 데 가장 필요한 교육이 진로교육이었다”고 말했다. 진로 목표가 있는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노력을 하게 된다는 얘기다. 즉 진로교육은 자기 주도적 학습의 출발점인 것이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i.co.kr
“입시 공부만 하다 뒤늦게 진로고민 안타까워” 정철영 진로교육학회장

정철영 진로교육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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