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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자녀 적성 뒷전 공부… 공부… 닦달하지 않나요?

등록 2008-01-06 16:54

방학은 진로 선택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기에 적당한 시기다. 사진은 한 학생이 전문가한테 적성검사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장면. 장철규 기자 <A href="mailto:chang21@hani.co.kr">chang21@hani.co.kr</A>
방학은 진로 선택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기에 적당한 시기다. 사진은 한 학생이 전문가한테 적성검사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장면.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이주의 교육테마/

한자표기는 비록 다르지만 ‘성적(成績)’과 ‘적성(適性)’은 재미있게도 우리말 발음이 같다. 그런데 어떤 음을 우선하느냐에 따라 교육의 모습은 크게 달라진다. 둘의 관계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응은 대개 이렇다. “성적을 먼저 올리고 그 성적에 맞추어 진로지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요?”라거나 “자기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나요. 적성이야 일단 대학 가서 적응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라는 반응이 그것이다. 성적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성적은 적성의 여러 구성요소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적성이란 성격적 특징과 보유한 능력을 합해 부르는 말이고, 성적은 보유능력 중 학업적 성취능력만을 일컫기 때문이다.

학업성취능력은 어느 정도 타고난 소질로 보는 견해가 많다. 학습능력면에서 원래 100 정도의 능력이 있는 아이가 현재 80 정도의 성적을 보인다면 교육을 통해 100까지 올릴 수 있고, 생활습관이 망가지면 60 정도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 꼴찌 하던 아이가 전교 1등을 했다는 소식은 100의 능력이 있던 아이가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50 정도의 성적을 보여주다가 특정한 계기를 통해 100까지 전력을 다하게 되었다는 얘기로 해석하는 게 옳다. 그런데 대부분의 엄마들은 50 정도의 능력을 가진 아이가 어떤 특별한 비법 덕분에 능력 자체가 100으로 향상됐다고 믿는다. 수석 합격자들이 교과서로 공부했고, 과외 한번 안 했다고 말하는 건 거짓말이 아니라 그들의 학업성취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과외와 학원을 열심히 보내도 복지부동인 아이의 성적 때문에 고민하는 학부모를 열 받게 만드는 말 중의 하나인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적성검사에 도움 주는 웹사이트
적성검사에 도움 주는 웹사이트
그럼 타고난 학업성취능력이 인생을 규정짓는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느냐고 항변할 수 있다. 그래서 ‘성적’ 한 가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성적을 포함하는 종합적인 ‘적성’과 그에 따른 진로 선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은행예금 한 가지보다 종합자산관리가 중요하다는 금융전문가들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A라는 사람은 은행에 2억, B라는 사람은 은행에 5억을 가지고 있다. 얼핏 보면 B라는 사람이 훨씬 더 나은 것처럼 보이지만 종합자산 측면으로 살펴보니 A는 은행에 2억, 증권상품에 3억, 보험상품에 2억씩 총 7억을 보유하고 있고, B라는 사람은 은행에 5억, 증권상품에 1억 등 총 6억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 여전히 B가 A보다 낫다고 할 수 있겠는가?

프리미어리그의 박지성 선수에게 “축구에 들이는 노력의 반만이라도 공부해봐라. 서울대 가지”라고 말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피겨요정 김연아,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에게 “운동에 들이는 정성의 반만이라도 공부해봐라. 이번 중간고사 1등 할거다”라고 말하는 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엄마들이 미래의 박지성, 김연아가 될지도 모르는 자신의 자녀에게 ‘당장 이번 중간고사의 1점 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참으로 모순된 일이다. 성적이라는 작은 부분으로 적성이란 큰 틀을 깨고 있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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