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교육테마 / 논술 요약문 작성 어떻게
‘주어진 글을 요약하라’는 문제는 2008학년도 논술고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유형이다. 고려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동국대, 인하대 등에서 출제됐다. 요약은 주어진 글의 핵심을 추려 짧은 분량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논술고사에서 요약하라는 문제가 종종 등장하는 이유는 주어진 글을 분석적으로 이해하고, 그것을 자신의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글을 쓰는 데 기초이기 때문이다.
※ 요약문을 통해 자료에 대한 이해력·분석력 및 어휘·문장의 정확한 사용 능력 등을 평가할 수 있다. 요약문을 쓰는 데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다음과 같다.
① 필자의 의도 파악
요약은 글 밖에서 이뤄지는 분석이 아니라, 글을 쓴 사람의 입장이 되어 원래의 글을 좀 더 간결하게 다시 쓰는 작업이다. 그러므로 글쓴이가 되었다고 가정하고, 왜 이런 글을 쓰게 되었는지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 필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요약의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다.
② 중심 내용 파악
글에는 중심 내용과 부수적인 내용이 있다. 요약문에서는 중심 내용만을 서술한다. 글의 중심 내용을 파악하는 일은 글의 주제와 각 단락별 소주제를 파악하는 일이다. 글쓴이가 ‘무엇’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가?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어떤 ‘근거’를 사용했는가? 라는 질문을 던져 봄으로써 글의 중심 내용을 추려낼 수 있다. 중심 내용은 단락의 처음 또는 끝 부분에 제시되는 경우가 많다.
③ 자신의 언어로 재구성
논술고사 문제지의 ‘유의 사항’에는 ‘제시문에 나와 있는 문장을 그대로 옮겨 쓰지 말라’는 항목이 들어 있다. 요약에서도 이 원칙이 적용된다. 제시문의 주요 문장을 단순히 짜깁기하는 방식의 요약은 바람직하지 않다. 제시문을 요약할 때는 같은 내용이라도 자신의 말로 바꿔 써야 한다. 예를 들어 ‘국경 없는 경제 시대에는 미국 기업이든 일본 기업이든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기업이 자국에 와서 경제 활동을 하도록 하는 국가가 승리한다.’ 는 문장을 줄여 쓰고자 할 때, ‘세계화된 경제 상황에서 외국 투자 유치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하다’와 같이 다른 표현으로 바꿔야 한다.
④ 글자 수 제한 준수
문제에서 요구하는 글자 수를 정확히 지키고 가감(加減)이 허용되는 범위를 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요약문은 간략하게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덜 중요한 것이나 중복되는 내용은 삭제해가며 분량이 길어지지 않도록 조절하는 정리 과정이 필요하다. 요약문의 길이는 보통 100자~300자 정도가 일반적이다. 처음부터 글자 수에 얽매이지는 말고, 자유롭게 요약한 다음 글자 수에 맞춰 군더더기 표현이나 긴 문장은 압축해 나간다.
※ 하나의 글을 요약하는 과정을 단계별로 살펴보면
①제시문 읽기 → ②단락의 요지 파악 → ③개요 작성 → ④요약문 완성 → ⑤퇴고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제시문을 읽을 때는 글의 중심 내용을 찾아내어 밑줄을 긋거나 표시를 해 가면서 읽는다. 밑줄이나 표시는 필기구의 색깔별로 달리 해도 좋다. 중심 문장은 빨간색, 중심적인 개념이나 단어나 표현은 파란색으로 나눠 표시하는 것이다. 그 후 다시 한 번 밑줄 친 부분에 유의하며 전체 글 내용을 파악한다. 여러 단락으로 이뤄진 글이라면 각 단락의 핵심 내용은 무엇인지 간략히 적어 본다. 이 때 글의 주제가 되는 주장이 담긴 단락에는 확실히 표시를 해둬야 한다. 요약문은 이 단락을 중심으로 작성한다. 주장의 근거가 담긴 단락에도 표시해 요약문 또한 ‘주장+근거’의 논증적 구조를 갖춘 글이 될 수 있도록 한다.
서너 문장 정도의 짧은 요약이라면 굳이 개요를 작성하지 않아도 되지만, 한 단락 이상으로 요약해야 할 경우 간단하게 요약문의 개요를 작성한다. 이를 바탕으로 요약문을 쓰는데, 요약문 자체로 완결된 구조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요약문만 읽어봐도 제시문의 주장과 근거가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써야 한다는 말이다.
제시문과 요약문을 나란히 놓고 읽게 될 경우 요약문의 부족한 부분을 빠트릴 수 있다. 제시문 내용을 머릿속에 담고 있는 상태에서 요약문을 읽게 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요약문의 부족한 부분을 이해하며 읽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요약문을 완성한 뒤에는 반드시 제시문을 덮은 상태에서 요약문만을 따로 읽어봐야 한다. 앞뒤 문장의 연결이 자연스러운지, 주장이 잘 드러나도록 구성됐는지, 사용한 어휘가 적절한지 꼼꼼히 점검해 볼 일이다.
※ 요약할 때 학생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요약문 안에 자신의 견해를 포함시키는 것이다. 아래 글을 요약한다고 가정해 보자.
근래에 과학 기술을 비난하는 소리가 일부에서 들려오기도 한다. 주된 이유인즉 과학 기술이 대량 살상 무기를 생산하는 주범 노릇을 해왔고, 생태계 파괴나 환경오염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 기술, 또는 그 연구 활동 자체에는 도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과학 기술이 원자 폭탄을 위시한 대량 살상 무기를 생산하는 데에 악용되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전쟁 당사국 또는 전쟁을 준비하는 국가의 주권자들의 의사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또, 과학 기술이 생태계 파괴나 환경오염에 깊이 개입되어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것은 각국의 산업 발달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파생된 현상일 뿐이다.
-서울대 1994학년도 논술고사 1차 실험평가 제시문 일부
※ 요약문의 마지막 부분에 ‘그러므로 이러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과학 기술 자체에 대한 인식이 변해야 한다.’와 같은 문장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이는 제시문에 나와 있지 않은 수험생의 견해로, 요약문에는 불필요한 문장이다.
요약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문제로 제시되기도 하지만, 다른 형태의 문제에서 부수적으로 개입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두 제시문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라’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각 제시문의 핵심 내용을 정리하는 과정이 앞서야 한다. 특정 제시문의 주장을 평가하기 위해 그 제시문 내용을 짧게 보여줘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는 ‘필자’의 입장이 되어 ‘요약’하는 과정과는 약간 다른 방식이 적용된다. ‘독자’의 입장에서 제시문 내용을 분석적으로 압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의 필자는 ○○○ 관점에서 (다)에 나타난 현상을 파악하고 있다’와 같이 서술한다. ‘요지를 파악하라’는 문제 또한 이런 방식으로 쓰면 된다.
제대로 요약하고, 그것을 다양한 문제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평상시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 하나의 제시문을 주어진 분량대로 한 번만 요약하는 것보다는 100자, 200자, 300자 등 각기 다른 분량으로 요약해보면 글의 분량에 따라 넣을 부분과 뺄 부분이 달라진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서울대 2008학년도 예시문항에서는 7000자 정도 분량의 글을 300자 내외로 요약하라는 문제가 출제됐다. 이처럼 긴 글을 요약할 경우에도 방법은 똑같다. 전체 글의 주장이 무엇인지를 파악한 뒤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주요 논거를 찾아 제한 분량에 맞게 정리해주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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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문을 점검 유의사항
① 글의 내용을 단순히 베끼거나 나열하지 않았는가?
② 내용 중 불필요한 부분을 포함시키지 않았는가?
③ 제시문의 주장이 명료하게 드러났는가?
④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적절히 제시되었는가?
⑤ 주어진 글에 없는 내용이 포함되지는 않았는가?
⑥ 여러 문장이 상관없는 내용으로 무리하게 연결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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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문제 사례
- 다음 제시문을 300(±30자)로 요약하시오. [서울대 2008 예시]
- 제시문 (가)를 400자 내외로 요약하시오. [고려대 2008 모의]
- 아래의 세 <제시문>의 논지를 각각 요약하시오.(500~600자 정도) [성균관대 2008 모의]
- <다>의 필자가 말하고자 한 것을 요약하시오. (100±10자) [숙명여대 2008 모의]
- 자료들 속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이야기 구조의 특성을 요약하여 설명하되, 제시문 중 하나를 택일하여 사회-인간-놀이 사이의 유사한 특성에 주목하는 논지를 전개하도록 하며, 나머지 두 제시문은 논지를 보강하는 예시 자료료 활용하라.(750~800자) [동국대 2008 모의]
- 제시문 (가), (나), (다), (라), (마), (바)에는 서로 대립되는 두 견해가 존재한다. 이 두 견해를 찾아 요약해보시오.(200±20자) [인하대 2008 모의]
김수연/한겨레 우리말논술아카데미 강사, 에플논구술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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