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변화의 출발점은 아이 아닌 부모

등록 2007-09-17 18:48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

엄마가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이 속상한 초등학교 2학년 남자아이가 있다. 아이는 엄마가 자신이 하는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날마다 자기의 안 좋은 점만 이야기하고 다른 친구와 비교를 한다. 이렇게 한참을 씩씩대며 억울하다는 이야기를 하던 아이는 끝내 엄마가 자기를 미워하는 것이 분명하다며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엄마도 할 말이 없는 것이 아니다. 엄마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아이가 하는 말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 먼저 못을 박는다. 아이가 말로만 한다고 하고 실천은 도통 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기는 언행일치를 늘 강조하면서 키워 왔는데 어떻게 저런 아들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푸념을 한다.

엄마는 내심 내가 자기 편을 들어주며 아이를 바꿔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아이의 잘못을 꾸짖으며 방향을 잡아주는 것은 엄마가 그동안 많이 해온 일이다. 소아정신과 의사라고 해서 별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음에 상처는 입히지 않으면서 따끔하게 혼낼 수 있는 마법의 방망이는 갖고 있지 않다.

소아정신과 의사는 이 상황에서 아이보다는 엄마에게 먼저 집중한다. 변화의 출발점을 엄마에게서 찾으려는 것이다. 아이의 모든 문제가 엄마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일 수 있다. 연구 결과 소아정신과 문제에서 양육자로서의 엄마가 원인에 기여하는 부분은 20% 미만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엄마 잘못이 아니라고 해서 엄마 책임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엄마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아이를 가장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책임을 져야 한다. 위기에 빠진 아이들은 스스로 상황을 벗어나는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 아이를 포기할 것이 아니라면 좀더 성숙한 엄마 쪽에서 해결을 위한 첫발을 디딜 수밖에 없다.

시각을 바꾸어 보자. 아이가 말만 한다고 엄마는 불평하지만 만약 말조차 안 한다면 어떻겠는가? 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하지 않고 배를 땅에 붙이고는 움직이지 않으려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긍정적으로 해보겠다고 말을 할 때는 아직 아이가 자신을 온전히 부정적으로 바라보지는 않고 있다는 증거이다.

아이가 말로라도 긍정적인 목표를 이야기한다면 그것을 그대로 긍정해주자. 인간은 누구나 말보다 실천이 어렵다. 아이뿐 아니라 엄마도 아빠도 그리고 위인전의 위인들도 마음먹은 것을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인정해 주자. 인간은 자기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때 가장 견디기 어려운 법이다. 아이는 약하다. 약하기에 우리에게 할 일이 있다. 더는 ‘말만 한다’, ‘말뿐이다’ 꾸짖지 말자. 말이라도 하니 기특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먹으니 대견하다고, 어렵지만 한발짝씩 떼보자고 격려하자. 이 격려가 스스로도 기운을 잃고 핑계 속에 부끄러운 자신을 숨기려 하는 아이에게는 햇볕이 될 수가 있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박종준 전 경호처장 긴급체포 없이 귀가…경찰, 구속영장 검토 1.

박종준 전 경호처장 긴급체포 없이 귀가…경찰, 구속영장 검토

“임시공휴일 27일 아닌 31일로” 정원오 구청장 제안에 누리꾼 갑론을박 2.

“임시공휴일 27일 아닌 31일로” 정원오 구청장 제안에 누리꾼 갑론을박

연봉 지키려는 류희림, 직원과 대치…경찰 불러 4시간만에 ‘탈출’ 3.

연봉 지키려는 류희림, 직원과 대치…경찰 불러 4시간만에 ‘탈출’

“최전방 6명 제압하면 무너진다”…윤석열 체포 ‘장기전’ 시작 4.

“최전방 6명 제압하면 무너진다”…윤석열 체포 ‘장기전’ 시작

“빨갱이 댓글 밀어내자”…윤석열 지지 2만명, 좌표 찍고 ‘여론조작’ 5.

“빨갱이 댓글 밀어내자”…윤석열 지지 2만명, 좌표 찍고 ‘여론조작’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