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헌책에서 ‘보물’을 찾아볼까

등록 2007-05-06 16:20

책방 골목 입구에서 아이가 책을 살펴보고 있다.
책방 골목 입구에서 아이가 책을 살펴보고 있다.
테마별로 떠나는 체험학습 / 부산 보수동 책방 골목

중간고사를 끝내고 난 아이들의 입에서 ‘아, 시원한 바다가 보고 싶다’는 말이 나왔다. 여름이라면 절대 엄두도 못 낼 일이었지만, 아직은 봄이라 한산함과 여유가 있을 것 같은 부산의 해운대 바다를 목표로 아이들과 밤 기차를 탔다.

연을 내리고 나서 아이들과 함께 찾아 간 곳은 보수동 책방골목. 6·25 전쟁 때 피난 온 손정린씨 부부가 각종 헌책을 수집해서 노점을 시작한 것이 현재 보수동 책방 골목의 시작이라고 한다. 보수동 책방 골목을 들어서면서 아이들에게 과제를 내줬다.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책방은 어디인지, 재미있는 서점 간판은 어떤 것인지 알아보기.’ 각종 헌책들이 제 키보다 더 높이 쌓여있는 헌책방들이 줄지어 150m나 늘어서있는 골목으로 들어선 아이들은 간판을 하나하나 읽어가며 재미있는 탐험을 시작했다.

‘단골서점’ ‘반달서점’ ‘온달서점’ ‘우리글방’ ‘월드서점’ 등 아이들이 손으로 가리키는 서점들의 간판들을 보니 가게 안을 가득 메운 헌책만큼이나 다양한 각각의 이야기들이 숨어 있을 것만 같았다. “엄마, 여기가 제일 오래된 책방 같아.” 아이가 가리킨 서점은 골목이 끝나는 지점에 자리한 작은 서점이었는데 가게 앞에는 낡은 이젤이 펼쳐져 있었고 그 위에는 정감 있는 손 글씨로 ‘古書店, 고서, 문학 관련, 한국학 관련, 종교 관련 , 예술, 한방, 역술…. 마음껏 들어오셔서 구경하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고(古)서점이니까 정말 제일 오래된 서점이겠구나. 하하하.” 마음껏 들어와서 구경하라는 말에 편안한 마음으로 가게로 들어서니 헌 책방의 주인장이기에는 좀 젋어뵈는 이가 반갑게 눈인사를 한다. “아저씨, 여기가 책방 골목 중에서 제일 오래된 곳이에요?’ 큰아이의 질문에 “제일 오래된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역사는 좀 되지”하며 털털하게 웃는 이는 바로 고서점의 주인장인 양수성씨다. 어려서부터 늘 주변에 책이 있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고서점의 주인이 되었다는 양씨는 “왜 헌 책방은 책을 가로로 쌓아두냐”는 물음에 “책이 많은데 세로로 진열하는 것보다는 가로로 진열하는 게 공간을 절약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며 “그렇지만 주인들마다 책을 쌓아두는 기준이 있어서 어떤 책이 어디 있는지 잘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어떤 책이 값이 나가는 책이냐”는 물음에 그는 “여기 이렇게 작가의 친필 사인이 들어 있는 책들이 바로 귀한 책이지”라며 부산 출신 문인인 이주홍님의 친필 사인이 들어 있는 <서유기>라는 책을 꺼내 보여주기도 했다. 또 아주 오래 전 한 고객이 헌책을 구입했는데 책갈피마다 500원짜리 지폐가 2000장이나 들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자, 아이들은 깜짝 놀라며 그 뒷이야기를 궁금해했다. 그 고객은 그 돈으로 그동안 사고 싶었던 책들을 몽땅 샀다고 하자, 아이들은 “어휴, 또 책이요?”하며 아쉬워했다. 그렇게 종종 헌책을 잘 넘겨보면 거기에는 오래된 연애편지부터 일기·사진·광고지·메모지 등을 찾을 수 있고, 그것은 헌책에서만 찾을 수 있는 재미라고 했다. 양씨는 현재 보수동 책방 골목 이야기를 담은 사이트(http://www.bosubook.com/)에서 운영 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다.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들에 밀려 불황을 타계하기 위해 헌 책 외에 새책도 많이 취급하면서 옛 명성도 많이 퇴색한 듯 하지만 전통을 살리기 위해 몇 년 전부터 헌 책방 사진전과 보수동 책방골목 축제 등을 열면서 보수동책방 골목을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한다.

헌 책방을 다 돌고 나니 슬슬 배가 고파졌다. 헌 책방 거리 맞은 편 깡통 시장에서 일본 할머니가 판다는 유명한 오뎅 집에 들려 잡채오뎅, 오징어오뎅, 매운고추오뎅도 먹어보고 국제시장에 줄줄이 늘어선 노점에서 인심 좋고 푸짐한 충무김밥도 먹고 24주년이 되어서 마침 세일을 하는 ‘b&c’라는 빵집에서는 유명한 샐러드 빵과 시원한 팥빙수도 먹어보았다. 돌아오는 길, 기차 안에서 오늘 헌 책방에서 고른 동화책을 꼭 끌어안고 잠이 든 아이를 보면서 아이가 커서도 추억과 함께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보수동 책방 골목이 오래오래 우리 곁에서 함께 하기를 바라보았다.

글·사진 홍준희/나들이 칼럼리스트 madlin69@naver.com


고서점 http://www.oldbookshop.co.kr/

국제시장상가번영회 051-245- 7389

자갈치 시장 http://www.jagalchimarket.org

부산 근대 역사관 http://museum.busan.kr/modern

그리운 땅, 그리운 사람 - 평양 사진전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