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힘내, 불행이 행복으로 바뀔테니…

등록 2006-11-19 19:55

내가 읽은 한 권의 책/하늘음표

우리는 거의 매일 교통사고에 대한 소식을 듣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휴지조각처럼 찌그러진 승용차를 보여주면서 아무렇지 않게 어떤 사람의 죽음을 이야기한다. 뉴스를 보는 우리도 그저 남의 일이겠거니 무심히 지나친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그 어떤 징조도 없이 끔찍한 교통사고가 나고, 내 옆에 늘 있어야 할 가족이 죽음을 맞는다면? 그리고 끔찍하게 나 혼자만 동그마니 살아남는다면? 아마 그런 일은 상상조차 하기 싫을 것이다.

<하늘음표>(홍종의 글, 낮은산)는 그렇게 혼자 남은 아이 들이의 이야기다. 들이는 사고의 충격으로 말을 잃고 마음의 빗장을 단단히 걸어 잠근다. 밤마다 악몽으로 흥건하게 땀에 젖는다. 어린 나이로 견디기 힘든 상처를 안고 들이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계시는 외가로 향한다. 가는 도중 외삼촌의 뒷모습을 보면서 엄마를 떠올린다. 엄마를 닮은 두툼한 귓불을 하마터면 만질 뻔 했다. 들이는 엄마의 이메일 주소를 알아내어 엄마에게 이메일을 보낸다. 어디선가 엄마가 이메일함을 열고 읽어볼 것 같아서다.

외가에도 곳곳에 아픔이 있다. 엄마의 흔적이 할머니 할아버지의 마음을 휘젓고, 들이의 마음도 휘젓는다. 그러나 들이는 할아버지가 만든 솟대오리를 통해 조금씩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시작한다.

솟대는 우리 조상들이 풍년을 바라는 마음으로, 마을 어귀에 높이 세운 장대다. 그 장대 끝에 오리의 형상을 만들어 두고, 우리 조상들은 홍수를 막아줄 것을 기원했고, 액땜을 기원하기도 했다. 오리는 높은 장대 끝에 앉아서 하늘을 우러러보며 사람들의 마음을 하늘에 전한다고 한다.

솟대오리는 소나무, 참나무, 오리나무 등을 깎아 만드는데 그 가운데 소나무 혹뿔이 으뜸이다. 이 혹뿔은 소나무 가지에 난 상처가 기형적으로 변해 생긴 것이다. 곧 소나무로서는 아픈 상처다. 그 아픈 상처가 예쁜 솟대오리로 거듭나고, 사람들의 소원을 하늘에 전달하는 아름다운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픔, 상처! 이 세상 만물 중에 크고 작은 상처가 없는 것이 어디 있으랴? 미물은 미물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또 어린이면 어린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그러나 그 상처를 어떻게 아물게 하느냐가 참으로 중요하다. 소나무의 혹뿔이 하늘음표가 되어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듯, 들이의 상처는 흉터로 남아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흉터는 상처를 견딘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훈장 같은 거니까 앞으로 어떤 끔찍한 어려움도 견딜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행복과 불행은 늘 우리 곁에 있다. 말하자면 종이의 양면과 같아서 조금만 바람이 불면 휘까닥 뒤집혀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도 두렵지 않다. 아픔을 견디다 보면 어느덧 불행이 곧 행복으로 바뀔 테니까.

원유순/동화 작가 darium@hanmail.net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