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고 노래하고 때론 싸우고
책 속 조상님과 한판 놀다보면
국립중앙박물관이 머리에 ‘쏙’ 태화강변 반구대 마을, 언덕 위의 송국리 움집 마을, 몽촌토성의 나무 울타리, 고구려가 수나라, 당나라와 격전을 벌였던 백암성…. 또 옛날 조상들 얘기다. 제목만 봐도 하품이 나온다. <어린이 박물관>. 즐거운 역사체험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걸 보니, 체험학습 관련 책인가 보다. 근데 몇장 넘겨보니 좀 ‘땡긴다’. 무슨 왕, 무슨 제도 이런 얘기 없다. 따뜻한 집 삶의 보금자리, 쌀과 밥 농사짓는 도구들, 무기와 무사들, 마음과 영혼의 소리-신기한 얘깃거리다. 전쟁 부분을 펼치니, 실제 전쟁을 어떻게 하는지 들려준다. 전쟁날까 무섭다, 울타리를 두르자고 한다. 싸울 채비를 하고, 산성으로 모이라고 호소한다. 들판에서 말 타고 싸울 때는 성벽을 사이에 두고 싸은 방식까지 만화로 보여준다. 이쯤 되면 나도 전쟁할 수 있을 것 같다.
‘토우’라는 어려운 말 몰라도 조상들이 동물을 타고 사냥을 다녔다는 게 금방 귀에 들어온다. 고래 잡으러 떠나자고 하는데, 같이 가보고 싶다. 풍년을 담아내는 도구, 그릇을 보니, 선조들의 풍년가가 들리는 것 같다.
민속촌에 가면 전통가옥이라고 해서 기와집들만 잔뜩 있는데 저건 어떻게 만들었을까 궁금했다. 그런데 이 책에 기와집 짓는 법이 설명돼 있다. 단단한 주춧돌 위에 튼튼한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만든 뒤 그 위에 기와를 얹었다고 한다. 서까래가 왜 필요한지도 알게 됐다. 이 참에 아빨 졸라서 집 한번 지어보자고 할까 보다.
맞아, 그러고 보니 역사는 외계인의 황당무계한 얘기나 별천지 뜬구름잡는 얘기는 아니다. 우리보다 좀 더 앞서 살았던 사람들의 얘기일뿐이다. 좀 알고 보니 지금 우리가 사는 거랑 별로 달라 보이지도 않는다.
그런데 다 읽고 나니 이 책의 내용들이 새로 개관한 국립중앙박물관내 어린이박물관에 그대로 있다고 한다. 전시실의 유물들을 그대로 보여주고 소개하는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 도록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난 이미 국립중앙박물관을 다녀온 셈이네. 이번 주말에 엄마, 아빠 손잡고 꼭 가봐야지. 아마 내가 읽은 내용들을 줄줄 읊으면 놀랄 걸. ‘허, 그 놈 박사네, 박사야’. 우하하하 생각만 해도 재밌다.
그럼, 이제 부모님한테 자랑할 거리 좀 정리해볼까. 우선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논밭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농기구와 비슷한 농기구를 청동기 시대 사람들도 썼고, 오늘날 대평리 밭과 청동기 시대 대평리 밭의 모양이 별반 다르지 않아. 움집의 원리가 오늘날 지하집과 비슷하고, 방을 뜨끈뜨근하게 데워주는 보일러는 온돌의 원리를 통해 그대로 옮겨온 거야.
신대곤·이병호·박성혜 글. -웅진주니어/1만4천원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책 속 조상님과 한판 놀다보면
국립중앙박물관이 머리에 ‘쏙’ 태화강변 반구대 마을, 언덕 위의 송국리 움집 마을, 몽촌토성의 나무 울타리, 고구려가 수나라, 당나라와 격전을 벌였던 백암성…. 또 옛날 조상들 얘기다. 제목만 봐도 하품이 나온다. <어린이 박물관>. 즐거운 역사체험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걸 보니, 체험학습 관련 책인가 보다. 근데 몇장 넘겨보니 좀 ‘땡긴다’. 무슨 왕, 무슨 제도 이런 얘기 없다. 따뜻한 집 삶의 보금자리, 쌀과 밥 농사짓는 도구들, 무기와 무사들, 마음과 영혼의 소리-신기한 얘깃거리다. 전쟁 부분을 펼치니, 실제 전쟁을 어떻게 하는지 들려준다. 전쟁날까 무섭다, 울타리를 두르자고 한다. 싸울 채비를 하고, 산성으로 모이라고 호소한다. 들판에서 말 타고 싸울 때는 성벽을 사이에 두고 싸은 방식까지 만화로 보여준다. 이쯤 되면 나도 전쟁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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