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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3차원 안경쓰니 과학 재미가 솔∼솔

등록 2006-10-08 20:36

지난달 19일 앤 스트리트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3차원 안경을 쓴 채 과학 수업을 듣고 있다. 이날 학생들은 화산이 폭발하는 모습을 실제처럼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지난달 19일 앤 스트리트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3차원 안경을 쓴 채 과학 수업을 듣고 있다. 이날 학생들은 화산이 폭발하는 모습을 실제처럼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동물 추적하며 주변 기후·생물 탐구
컴퓨터 통해 과목간 경계도 허물어
E러닝 10년 교육 혁명을 꿈꾼다

‘1980년 5월 18일 세인트 헬레나산, 당신은 마을에서 북동쪽으로 11마일 떨어진 곳으로 캠핑을 간다. 그때 갑자기 땅이 움직이면서 화산이 폭발하기 시작한다. 꽝! 꽝! 꽝!’

자막과 함께 희뿌연 영상이 컴퓨터 화면에 뜬다. 잿빛의 웅장한 산이 요동치고, 산 정상에선 슬슬 연기가 나기 시작한다. 곧 시뻘건 용암이 솟구치고, 사슴, 토끼 등 산짐승들이 요리조리 도망간다. 용암은 모든 것을 휩쓸 기세로 흘러내리고, 화면에는 꿈틀대는 땅 속의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한다.

지난달 19일 오후 미국 뉴저지 뉴아크시의 ‘앤 스트리트 초등학교(유치원~8학년)’를 찾았다. 100년이 넘은 학교답게 겉모습은 세월의 흔적이 엿보였지만,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학교 안에서는 컴퓨터를 이용한 3차원 과학 수업이 한창이다. 백인, 흑인, 히스패닉 등 스무 명 남짓한 다양한 인종의 아이들은 양쪽이 각각 빨강과 파랑으로 칠해진 우스꽝스러운 안경을 쓰고 정신없이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다. 맨 눈으로 본 영상은 초점이 빗나간 것처럼 흐릿했지만, 청홍의 3차원 안경을 쓰고 본 영상은 마치 아이 맥스 영화를 보는 듯 생생하게 다가왔다.
학생들의 질문을 들으며 정리하고 있는 과학 선생님
학생들의 질문을 들으며 정리하고 있는 과학 선생님

3차원 학습 프로그램에는 학생들이 흥미를 잃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자연 현상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여러 장치가 마련돼 있다. 3차원으로 제공되는 지구 표면의 움직임과 내부 단면도 등이 그것이다. 의젓하게 넥타이를 맨 5학년 메튜(10)는 “과학 시간이 기다려진다”며 “그냥 책으로 보면서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재밌다”고 말했다.

앤 스트리트 초등학교는 지난 2005년 “학생들의 흥미를 유지하면서 과학적 원리를 함께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린다 리차드슨 교장이 교사들과 논의를 거쳐 도입했다. 이 학교 과학 교사 샤론 카르도소는 “3차원 영상 수업을 도입한 뒤 학생들의 과학 성적이 눈에 띄게 올랐다”며 “흥미와 성적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셈”이라고 자랑했다. 실제 이 학교 8학년생들의 과학 평균 성적은 2005년 69.6점에서 올해 89.1점으로 20점이나 오르는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미국 당국은 교육정책 자료 등에서 이-러닝을 “독자적 교육 부문으로서가 아니라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끄는 핵심 도구”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물적 기반을 갖추고 인적 자원을 키우는데 적극적으로 투자한다. 일례로 컴퓨터 1대당 학생 4.8명 꼴(2002년 기준)인 것을 2010년까지 1대1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다. 컴퓨터가 없는 학생에게는 무료로 노트북 등을 대여해 주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또 2002년부터 5년동안 이러닝 분야 교사 연수에 1억9천6백만(1900억원) 달러를 쓰기로 했다. 이는 역사 분야 교사 연수 비용과 맞먹는 규모이다. 이렇게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미국은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고취는 물론 자기주도 학습 능력 및 고차원적 사고능력 배양, 이-러닝 격차 해소 등을 노리고 있다.


같은 날 오전 찾은 뉴저지주 서섹스 카운티(군)의 ‘서섹스 카운티 차터스쿨(교사·학부모·지역 인사들의 합의 아래 구체적 교육목표와 성취방법 등을 정하고 당국의 허가를 받아 운영하는 공립학교)’에서는 컴퓨터를 통해 과목 사이의 경계를 허문 채 수업을 하고 있었다.

이 학교 수학 교사인 사이어 카롤린은 이날 열 대여섯 명의 8학년(중2학년) 학생들과 함께 컴퓨터로 동물들의 움직임을 추적하며 해당 지역의 지리와 기후, 생물 등을 탐구했다. 4~6명으로 한 조를 이룬 학생들은 북극곰, 검은목 두루미, 대머리 독수리, 바다 거북 등 다양한 동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고, 이 동물들의 움직임을 통해 서식하는 곳의 환경과 지리, 기후 등을 자연스럽게 익힌다. 검은목 두루미의 이동을 쫓은 8학년 애나 플라브니키(13)는 “중국 대륙에 사는 검은목 두루미가 기후의 변화 등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그곳의 다양한 자연 환경을 함께 배울수 있어 무척 재밌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컴퓨터를 통해 교과간 경계를 허묾과 동시에 학생들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냈다. 학생들은 취향에 따라 자신에게 친숙한 동물을 고르고, 웹사이트를 통해 새로 갱신되는 자료를 스스로 찾아 보면서 자연의 다양한 이치들을 깨닫는다.

캐롤린 교사는 “학생들이 과학에 되도록 많이 노출되게 하려 했다”며 “즐기다 보면 실력도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집에서도 부모님과 함께 할 수 있는 장점 등이 있다”고 말했다.

바다 거북을 좋아한다는 푸른 눈의 레이첼 제벌(13·8학년)은 “처음엔 좀 혼란스러웠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내가 직접 찾아보고 경험해 볼 수 있는 수업 방식이 무척 맘에 든다”고 말했다.

뉴욕·뉴저지/글·사진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뉴욕4구역 기술지도 담당 베이더

뉴욕시교육청 제4구역 기술지도 담당자인 테레사 베이더는 “학습에 필요한 컴퓨터용 콘텐츠 개발은 꽤 많이 이뤄진 상태”라며 “문제는 교사들이 수업에 이를 얼마나 활용하느냐”라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뉴욕 맨하탄 뉴욕시교육청에서 만난 그는 “우리 지역은 사용되는 언어만 108개에 이르는, 미국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이민자와 그 자녀들이 많은 지역”이라며 “영어를 제2 언어로 사용하는 학생들에게 인터넷은 자료가 보관되고, 수시로 찾아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효과적인 학습 환경을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학, 과학, 지리 등 다양한 과목을 하나로 묶어 함께 가르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닝은 큰 장점을 가진다”고 말했다.

관내 110여 개 학교에서 활용하는 다양한 교육 콘텐츠 개발을 담당하는 그는 “학생들이 이미 인터넷에 익숙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바람직하게 이용하게 하느냐”라며 “학생들의 흥미를 유지하면서 교육적 내용까지 담아낼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을 위해 고민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지구촌을 모든 교실에’라는 주제로 각 학교에서 학년별 인터넷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최현준 기자

뉴욕 애스토리아 지역 84공립학교

인터넷 찾아 스스로 만든 공동자료

교사-학생 지식 공동체 꾸며가요

스웨덴에 이어 정보화지수 세계 2위를 달리는 미국(한국 3위, 한국전산원 참조)은 그 위상에 걸맞게 학교에서 컴퓨터를 활용한 교육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교사는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기보다 학생 스스로 정보를 찾고 재구성할 수 있도록 돕는데 주력하고, 학생들은 학년을 막론하고 익숙하게 컴퓨터를 이용한다. 지난달 18일 찾은 뉴욕 아스토리아 지역 제84 공립학교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난달 18일 뉴욕 아스토리아 지역 84공립학교의 한 교실에서 2학년 학생들이 노트북을 쳐다보며 수업을 듣고 있다.
지난달 18일 뉴욕 아스토리아 지역 84공립학교의 한 교실에서 2학년 학생들이 노트북을 쳐다보며 수업을 듣고 있다.

이날 만난 이 학교 컴퓨터 교사 낸시 쇼는 먼저 꿀벌에 대한 정보가 다양하게 담긴 두둑한 책자부터 건넸다. 이 학교 2학년 학생들이 만든 이 책자에는 꿀벌의 일생을 비롯해 꿀을 만드는 과정, 여왕벌의 산란, 의사소통 행위, 심지어 벌 해부도까지 벌에 대한 참으로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었다. 쇼 교사는 “학교의 모든 학생이 2학년 때 ‘하니비(꿀벌) 프로젝트’라 불리는 과정에 참여한다”며 “공동의 결과물이긴 하지만 학생들 스스로 컴퓨터를 이용해 자료를 찾고,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컴퓨터 활용 교육에 익숙해진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컴퓨터 활용 교육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3학년이 되면 자신이 사는 지역에 대한 지도를 직접 그리면서 지리 개념을 익히게 되는데, 이때 중요하게 이용되는 것도 바로 인터넷이다. 4학년 알렉산드라(9)는 “맵퀘스트나 어스 구글 등 지리 사이트를 통해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정확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나만의 지도를 갖게 돼서 좋았다”고 말했다. 3학년 때는 지도 제작과 함께 날씨 정보를 읽는 것도 함께 배우게 되는데 이때도 인터넷이 중요하게 쓰인다.

5학년 때는 인터넷을 통해 다른 지역이나 다른 나라 학생들과 친구가 되고, 그 지역에 대해 이해하는 기회를 갖는다. 학생들은 요금이 싼 인터넷 전화 등을 통해 중국 등 세계 곳곳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나중에 그 결과를 정리해 발표한다. 지리적 조건이 사회의 경제와 문화 등에 미치는 영향을 배우게 되는 6학년 때는 ‘지식 공동체’라는 블로그를 통해 학생과 교사, 혹은 학생과 학생간에 질문과 답변이 공개적으로 오가며 스스로, 또 함께하는 교육이 이뤄진다.

이 학교 존 버퍼(41) 교장은 “학년별로 각각 다른 프로젝트가 진행되지만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이 핵심 수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학생들은 재밌으면서도 많은 자료를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인터넷 수업을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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