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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직업’ 위한 정보화교육 통해 미래 꿈꿔요

등록 2006-08-27 17:04수정 2006-08-27 17:15

삼육재활학교 컴퓨터실은 학교에서 가장 붐비는 곳이다. 장애·비장애 경계가 없는 사이버 공간에서, 아이들은 좀더 자유롭게 말하고, 놀고, 공부한다.
삼육재활학교 컴퓨터실은 학교에서 가장 붐비는 곳이다. 장애·비장애 경계가 없는 사이버 공간에서, 아이들은 좀더 자유롭게 말하고, 놀고, 공부한다.
경기 광주 삼육재활학교 e러닝 현장
이러닝10년 교육 혁명을 꿈꾼다.

수업이 끝난 지 한참 됐는데 아이들은 컴퓨터 앞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휠체어에 앉아 농구게임을 즐기는 아이들, 손가락 한 개를 천천히 움직여 뮤직비디오를 찾아 감상하는 아이, 입에 연필을 물고 자판을 두드려 이메일을 보내는 아이, 지체부자유 정도가 심해 옆 친구가 스타의 홈페이지를 뒤적이는 것을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는 아이도 있다. 표정만으론 알 수 없지만, 자리를 뜨지 않는 것으로 보아 친구와 함께 인터넷 세상을 구경하는 게 만족스러운 눈치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삼육재활학교는 뇌성마비, 뇌병변 등 장애가 있는 초·중·고교생 240명이 더불어 공부하는 기숙학교다. 이 학교에서 가장 붐비는 곳은 두 개의 컴퓨터실. 두 명의 컴퓨터 전공 교사가 상근하는 이 곳은 아이들이 언제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다. 아이들에게 컴퓨터는 세상으로 열린, 거의 유일한 창이다. 사이버 세상에는 장애·비장애의 경계가 없다. 말로 할 수 없는 이야기도 손으로, 발로, 입으로 자판을 두드리면 가능하다. 생각과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 무궁무진하고, 새 친구와 재미있는 놀잇감, 호기심을 해결해 줄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넘친다.

삼육재활학교의 정보화 교육은 두 가지면에서 두드러진다. 하나는 각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교과과목 수업에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점이다. 이 학교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구축한 ‘시디 타워(CD-Tower)’에는 다양한 학습 교재와 영화, 음악 등이 탑재돼 있고, 교사들은 각 교실에서 시디타워에 접속해 필요한 자료를 내려받아 수업을 진행한다.

컴퓨터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특기·적성 교육, 진로·직업 교육은 아이들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학교쪽이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이다. 컴퓨터 사용을 즐기는 아이들을 위해 컴퓨터실 문턱을 최대한 낮추되, ‘놀이’와 ‘취미’를 넘어 일정 수준의 기능을 익힐 수 있도록 북돋운다. 교내에서 워드프로세서대회, 정보검색대회를 열어 아이들에게 자기 능력을 검증하고 자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컴퓨터 활용 능력 인증제’를 실시해 아이들의 컴퓨터 활용 수준을 좀 더 객관적으로, 총체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각종 장애청소년 정보검색 대회, 워드프로세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린 장애학생 인터넷 게임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해, 게임 분야에서도 최강자임을 증명했다. 정보화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임현배 교사는 “대회 참여는 아이들의 성취욕을 높이고, 좋은 성적을 거두면 자신감을 갖기 때문에 교육적 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신학이나 사회복지학 전공을 희망하던 아이들이, 컴퓨터 관련 학과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지난 2월에 졸업한 정다운 군은 재학중 장애청소년 정보검색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는데, 나사렛대 컴퓨터공학과에 수석 입학해 주변을 또 한번 놀라게 했다. 4년 전 이 학교를 졸업한 김경준 군은 대학을 마친 뒤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후배들에게 새로운 역할 모델이 되어주었다.


가장 절실한 것은 장애인들을 위한 컴퓨터 보조기구다. 손놀림이 자유롭지 않은 아이들에게, 특수 제작된 마우스와 지지대, 글자판 등은 꼭 필요한 물건이다. 이미 많은 보조기구들이 개발됐지만, 워낙 가격이 비싸 학교쪽에서 대량 구매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임 교사는 “턱만 움직일 수 있어도 컴퓨터 사용이 가능한 보조기구들이 있는데, 입에 연필을 물고 힘겹게 글자판을 두드리는 아이들이 안쓰럽다”고 말했다.

“휠체어에 앉아 덩크슛…속 시원하죠”

농구게임 ‘프리스타일’ 참가 준비중인 정예 5인방

삼육재활학교 컴퓨터실은 여름방학에 더 북적거린다. 가을에 열리는 각종 장애청소년 인터넷 대회 출전을 앞두고, 늦은 밤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올 여름에는 5명의 학생들이 특히 바쁘다. 3∼5명이 한 조가 되어 벌이는 농구게임인 ‘프리스타일’ 대회에 참여할 김석천(고 3), 염용기(고 1), 김욱주(중 1) 군과 워드프로세서 대회를 준비중인 김세건(중 3) , 김찬솔(초등 6) 군이다.

지난해 삼육재활학교는 국내에서 처음 열린 장애청소년 게임대회 프리스타일 부문에 ‘추월금지’라는 이름으로 출전해 우승을 거뒀다.
올해 워드프로세서대회에 도전하는 김세건 군은 ‘추월금지’ 팀원으로 지난해 우승의 주역이지만, 대회 수상자는 이듬해 출전을 못하게 돼 있어 친구들의 대회 준비를 돕고 있다. “처음에는 떨려서 못할 것 같았는데, 한 번 대회에 나가보니까 재미 있었어요. 다른 대회에 또 나가보고 싶어서 올해는 워드프로세서 대회를 준비하고 있고요. 어떤 대회건 두달 전부터는 매일 밤 10시까지 연습하는데, 그러는 동안 실력이 많이 늘어요.”

농구 게임 대회 출전이 처음인 김욱주 군은 “3점슛, 덩크슛을 쏠 때 속이 시원해지고, 실제 운동장에서 할 수 없는 화려한 개인기를 펼칠 수 있으니까 뿌듯하다”고 했다. 몸은 휠체어에 있지만 마음은 코트를 달리는 3인의 전사들은, 오는 9월5일에 열리는 전국장애학생 이-스포츠 페스티벌 2연패를 목표로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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