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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섬 나라’ 정보 고립?천만의 말씀!

등록 2006-09-24 15:27수정 2006-09-24 21:24

마레타(가운데)를 비롯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자야관광고교 11학년 학생들이 알리무자르 교사로부터 컴퓨터 프로그램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마레타(가운데)를 비롯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자야관광고교 11학년 학생들이 알리무자르 교사로부터 컴퓨터 프로그램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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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루처럼 짙은 까만 눈을 반짝이는 여고생 마레타 트리와유니타(16)의 장래 꿈은 호텔 경영이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변두리에 자리잡은 자야관광고등학교(SMIP 자야 위스타) 11학년생(고2)이다. 호텔학이 전공인 마레타는 컴퓨터수업 시간이 즐겁기만 하다. “인터넷을 뒤져 세계 나라들의 호텔 정보를 찾아볼 수 있고 친구들한테 이메일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자카르타 도심의 교통난을 뚫고 이 학교를 찾았을 때 마레타를 비롯한 호텔학 전공 학생들은 컴퓨터실에서 샤프리잘 알리무자르(26) 교사한테서 호텔학 관련 소프트웨어인 ‘피델리오’ 사용법을 배울 참이었다. 마당이 조금 넓은 연립주택처럼 보이는 아담한 이 학교 건물 2층엔 피시 70여대가 갖춰진 컴퓨터실 2개가 자리잡았다. “교내 자체 랜망이 갖춰져 있는 등 시설이 좋은데다 피시가 모두 펜티엄4급이어서 인터넷 속도도 문제없다”는 게 알리무자르 교사의 말이다.
자카르타 공립6실업고는 제주 신창초등학교와 온라인으로 콘텐츠 교류를 하는 등 컴퓨터 활용 교육이 더욱 진전돼 있는 모습이었다.(오른쪽)
자카르타 공립6실업고는 제주 신창초등학교와 온라인으로 콘텐츠 교류를 하는 등 컴퓨터 활용 교육이 더욱 진전돼 있는 모습이었다.(오른쪽)

4년 전만 해도 이 학교에도 인터넷이 되지 않았다. 정부 지원에 학교 예산을 보탠 5천만루피아(약 500만원)를 들여 컴퓨터실, 인터넷통신망 등 시설을 갖췄다. 쿠르니아 아프리안토 교장은 “앞선 컴퓨터 시설 덕에 우리 학교 학생들은 졸업할 때면 대부분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을 딴다”고 자랑했다.

다음날 찾은 자카르타 공립6실업고(SMK 네그리 6)는 컴퓨터활용 수업 방식이 더 진전돼 있는 듯했다. ‘아펙 ICT 모델 학교’ 협력사업으로 제주 신창초등학교와 수업 콘텐츠 교류를 활발히 하는 학교로, 2개의 컴퓨터실 외에도 멀티미디어실을 따로 갖췄다. 이 학교 멀티미디어 전공 11학년생들은 매주 2~3시간씩 PPT 자료를 통해 멀티미디어룸에서 에니메이션 제작법을 공부한다. 11학년생 타리 아르타다(16)는 “스위시 맥스 프로그램으로 그림을 따로 여러 개 그린 뒤 합치는 법을 배우는 게 재미있다”며 “열심히 배워 유명한 그래픽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자카르타 한국국제학교 중등7학년(중1) 아이들이 사회 수업 시간에 멀티미디어교실에서 자신들이 만들어온 영상자료를 발표한 뒤 토론을 하고 있다.
자카르타 한국국제학교 중등7학년(중1) 아이들이 사회 수업 시간에 멀티미디어교실에서 자신들이 만들어온 영상자료를 발표한 뒤 토론을 하고 있다.
이 학교 학생 가운데 집에 피시가 있는 학생은 15% 정도다. 집에서 인터넷이 안되는 아이들은 피시방을 이용한다. ‘와르넷’이라 불리는 피시방엔 매일같이 숙제도 하고 게임도 하는 학생들로 붐빈다.

이들 학교처럼 인터넷·컴퓨터 활용수업이 이뤄지는 학교는 인도네시아에서 아직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 2004년 현재 초중고교 인터넷 보급률은 25%에 그친다. 초·중학교는 더 열악해 초등학교 10곳 중 1곳 정도만 인터넷이 가능하다. 1만8천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섬들의 나라’인 탓에 섬들을 잇는 유선 인터넷망을 까는 데 만만찮은 예산 부담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닝도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찾거나 컴퓨터 프로그램 사용법을 배우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최근 학생만도 4천만여명, 전체 2억3천만여명에 이르는 세계 4위의 이 인구 대국에 인터넷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인터넷 사용자가 급속히 늘어 2001년 198만명이던 인터넷 이용자가 2003년에는 800만명으로 뛰어올랐다. 인터넷 사용자의 39%가 학생이다. 정부도 무선 네트워크 인터넷망 확대로 불을 지피고 있다. 전국 440개 지역교육청을 유선으로 연결한 뒤 지역교육청과 각 학교는 무선 네트워크로 잇는 방식이다. 섬이 많은 나라에서 유선 네트워크 구축의 어려움을 무선으로 돌파하려는 전략이다. 초중고교 이러닝 학습자료를 늘리고 교육용 컴퓨터·인터넷 이용로 인하도 추진했다. 정부 차원의 교육포탈서비스 ‘에두카시 넷’도 개설돼 있다.

교육부 협력기획국 ICT팀 아디 누르얀토 수석비서관은 “컴퓨터 활용교육을 발전시키기 위해 지난해까지 교육부와 각 지역교육청을 연결한 데 이어 올해는 새로 5천여개 고교(전체 고교의 30%)를 연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네트워크 구축에 내년까지 3600억루피아(360억원)가 투입된다.

자카르타/글·사진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교육부 라몬 모한다스 부국장

인도네시아 교육부 기획국 조사·개발연구실 라몬 모한다스 부국장은 “학교에서 컴퓨터 접근이 어렵다는 게 인도네시아의 컴퓨터 활용교육이 풀어야 할 큰 숙제”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자카르타 도심의 교육부 기획국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인도네시아의 컴퓨터 활용교육은 이러닝 단계라기보다는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찾아보는 데 머물러 있다”며 “대학에선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을 이용해 자료를 재구성하기도 하지만, 초중고교는 인터넷이 안되는 학교가 더 많다”고 밝혔다. 정보통신부에서 1학교1컴퓨터실 정책을 펴왔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게 그의 평가다.

그는 인도네시아 이러닝(ICT 활용교육)의 어려움으로 예산, 인프라, 인력 부족을 다 꼽았다. 예산 부족으로 학부모 주머니에 기대 인터넷망을 까는 학교도 있다. 한국과 일본 등이 참여하는 ‘아펙 프로젝트’를 통한 협력에 거는 기대는 큰 듯했다. 그는 한국 교육부·학술정보교육원 및 기업 등에서 컴퓨터, 스캐너 장비 등을 지원받은 것을 강조했다. 한국 학교와의 교류도 이러닝 확대에 도움이 되고 있다. 그는 “오는 10월에도 15명의 교사들이 이러닝 연수차 한국을 방문을 예정”이라며 한국-인도네시아 학교 교류현황 자료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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