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 자연사박물관은 2억만년 전 지구에 살았던 공룡들을 가장 실감나게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온갖 공룡들이 한데 모여있는 ‘공룡공원’에서 사진을 찍는 동안, 아이들은 신이 나 어쩔 줄을 몰랐다.
테마가 있는 체험학습/서대문 자연사박물관 과학 교양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과학백과나 도감식이 아니라 공룡, 화석, 행성 등 세분화된 주제를 다룬 과학책들이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자연이나 과학교과서 달랑 하나 있던 있던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풍족하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책만으로도 부족한가 보다. 진짜 공룡을 보러 가잔다. 진짜 화석을 만져보고, 별자리를 직접 구경하고 싶단다. 10m가 넘는다는 대왕오징어는 어디 있냐고 부모를 다그친다. 인터넷을 뒤져 보니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이 나온다. 2004년 개장했고 볼 것이 가장 많으며, 교육 프로그램도 좋다는 글들이 많이 올라 있어 마음을 부추겼다. ● 거인조개, 조개 먹는 골뱅이… 신기한 연체동물 = 마침 ‘갑옷 입은 연체동물’이란 특별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들어서니 대엿살 어린이 키만한 날개오징어 실물이 우리를 반겼다. 지난해 부산 해운대에 떠밀려온 것을 시민이 발견해 여기에 기증했다고 한다. 잠수부를 잡아먹는다고 해서 식인조개라는 별명이 붙은 거인조개도 있다. 태평양 열대 산호초에서 발견됐다는데, 패각이 1.나 된다. 무게가 200kg 나가는 것도 있다고 했다. 골뱅이처럼 생긴 게 있는데 이름이 ‘큰 구슬우렁이’라고 적혀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구멍이 뚫린 작은 조개들이 널려 있다. 도슨트는 “골뱅이는 산을 분비해 조개의 패각을 약하게 한 뒤 혀이자 이빨인 치설로 갉아 구멍을 내고, 살을 녹여서 빨아 먹는다”고 했다. 뿐만 아니다. 바위 벽을 녹니는 돌맛 조개, 국화 모양의 조개, 황금뿔 조개, 노랑 날개 대합, 고깔 모양 조개 등 희귀한 조개들이 눈을 즐겁게 했다. 말린 오징어, 문어, 쭈꾸미 등 표본이 전시돼 있는 걸 보고 아이가 “애들은 뼈도 없는데 왜 조개랑 같은 종류야?”라고 묻는다. 나는 당당하게 “원래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진화를 하면서 갑옷이 안으로 들어간 거란다”라고 대답했다. ● 지구의 모든 것을 한 눈에 = 엘리베이트를 타고 3층에 가니 지구환경관이라고 적혀 있다. 자원봉사자가 나눠준 검은 안경을 쓰고 앉으니 ‘지구의 탄생’이라는 입체영화가 상영됐다. 마치 수십억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진다. 영화를 보고 나오니 ‘지구의 탄생’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전시돼 있다. 대기의 순환, 판구조론, 대륙의 이동 등이 한눈에 보인다. 태양, 지구, 수성 등 태양계 행성들도 실제 빙빙 돌아가고 있다. 천장을 올려다보니 별자리도 보인다. 여름밤이다. 박물관을 찾은 아이들은 저마다 큰 곰자리, 북두칠성 등 별자리 이름 맞추기에 여념이 없다. 이제 동굴 탐험이다. 석회동굴 단면도를 보니 종유석과 석순이 진짜처럼 달려 있다. 석회동굴과 용암동굴, 해식동굴의 생성과정도 자세하게 보여준다. 이어서 광물들이 등장했다.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과 텍타이트를 실제로 보니, 우리가 지구가 아니라 우주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원소 광물, 황화 광물, 산화광물 등 광물들도 별의별 게 다 있다. 형석, 방해석, 루비, 남정석 등 자외선이나 엑스선을 쬐면 빛을 발하는 형광광물도 신기하다. 태평양 심해저 4천~5천m 바닥에 널려 있다는 망간 단괴는 똥처럼 생겨 웃음을 자아냈다.
3층 구경을 마치니 옆에 ‘공룡공원’이 쉬었다 가라고 손짓한다. 브라키오사우루스, 알로사우르스, 스테코사우르스 등 쥐라기 공룡들이 실제처럼 만들어져 있다. 공룡알 속에 만들어진 벤치에서 사진 한번 찰칵! 아이들이 소리치며 뛰어놀자 우리 아이도 덩달아 신났다. ● 자연과 인간 사이좋게 지내야죠 = 2층은 생명진화관이다. 안으로 들어서니 생명 진화의 역사가 죽 펼쳐져 있다. 스트로마톨라이트, 두족류, 원시 어류, 고사리, 해백합 등 화석으로만 남은 생물들을 보니 지구가 오래됐다는 게 실감이 난다.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리는 실러캔스는 어류가 육상생물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고 도슨트가 설명했다. 지느러미가 발처럼 커지고 딱딱하다는 것이다. 공룡의 진화 코너는 전적으로 아이에게 맡겼다. 보고 싶은만큼 보라고. 한 20여분을 기다리니 다 봤단다. 그래서 얼마나 잘 봤는지 질문 하나를 던졌다. “파키케팔로사우르스는 박치기를 잘한다고 했지. 어떻게 그걸 알 수 있을까?” 아니나 다를까 모른다. “그건 바로 머리뼈의 두께가 20cm나 될 정도로 두텁다는 걸 보고 알아낸 거야. 엄마도 이제 공룡박사지. 어흠.” 다음 코너는 고래의 진화. 처음에는 뭍에서 살았는데 물로 들어가면서 팔다리가 짧아지고 유선형 몸매를 갖게 됐단다. 그런데 육상에서 바다로 내려갔는데 왜 진화지? 설명은 이렇다. 육상에서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그리고 물에는 먹이가 많으니까 바다로 갔다는 얘기다. 곤충 코너 역시 아이의 눈을 강렬하게 잡아당겼다. 집에서 키우는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를 찾느라 정신이 없다. 지구 동물의 75%가 곤충이라고 했더니, 자기도 아는 것이 있다고 한다. “다리가 3쌍 있는 게 곤충이야. 그래서 거미는 곤충이 아냐.” 1층은 인간과 자연관인데, 인간의 자연파괴가 생물들에게 어떤 타격을 주고 있는지, 도시 주변에는 어떤 생태계가 실제로 형성돼 있는지, 수도 서울의 젖줄인 한강 상·중·하류에는 어떤 생물들이 실제로 살고 있는지 등을 잘 보여줬다. ● 관람학습지 쓰다 보니 과학 공부 절로! = 박물관에 들어가기 전에 관람학습지(3천원)를 사서 들어가면 과학 공부가 절로 된다. 박물관의 주요 코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담겨 있고, 그에 대한 퀴즈도 딸려 있어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새로운 과학공부를 체험할 수 있다. 관람학습지는 현장에서도 도움이 되지만, 나중에 학교 공부와 연관해서 수시로 떠들쳐 보면 활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곳에서 운영하는 박물관교실도 내용이 알차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학기중에는 하루 2번, 방학중에는 하루 3번 진행되는데, 다른 과학교실과 달리 대학원에 재학중이 석·박사들이 강의를 하기 때문에 질적으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강료는 한 강좌(1시간30분)당 1만원. 2학기 박물관교실은 10월에 시작된다. ●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안내 -개장 시간: 3월~10월 오전 9시~오후 6시, 11월~2월 오전 9시~오후 5시. -입장료: 어린이 1천원, 청소년 2천원, 어른 3천원. -도슨트 설명: 오후 2~4시 -홈페이지 및 연락처: namu.sdm.go.kr, (02)330-8899. 글·사진 윤현주/나들이 칼럼니스트 whyr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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