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랭이로 우산을, 강아지풀로 수염도 만들어 놀았다.
붉나무와 떠나는 생태기행 또륵또륵 찌륵찌륵 여름이 한 풀 꺾이니, 어느새 가을 풀벌레 소리가 아주 가까이서 들려. 아마 논에는 벼가 많이 자랐을 거야. 풀벌레 소리는 벼과, 사초과 풀이 많이 자랐다는 걸 알려 주지. 피나 방동사니는 논에서 많이 자라고, 밭에서는 뭐니 뭐니 해도 바랭이가 많이 자라. 지금쯤 밭에는 바랭이랑 강아지풀이 우거져 있을 거야. 하늘이 찌뿌둥 비가 내릴 것 같기도 하고 아닐 것 같기도 하고 이대로 하루 종일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을 수는 없지. 정의공주 텃밭 있는 쪽으로 나가서 바랭이랑 강아지풀 가지고 놀아야지. 요즘은 텃밭이 바쁘다 바빠. 한동안 한가하고 사람도 드물더니 여기저기서 밭을 갈아엎고 있어. 여름 동안에 쑥쑥 자라 올라온 풀들을 모두 뽑아내고 김장 배추 심으려고 바쁘지. 밭에서 뽑아낸 풀 더미 사이에 방동사니, 강아지풀 따위가 보여. 방동사니는 논에만 있지 않고 이렇게 길가나 텃밭에서도 많이 자라. 방동사니로 ‘친구짱구놀이’ 하자. 나무가 방동사니를 보더니 너무 반가워해. 얼마 전 ‘느티나무 방과후’에서 이쪽으로 잠자리 잡으러 나왔다가 잠자리는 얼마 안 잡고 방동사니 가지고 하는 ‘친구짱구 놀이’에 오히려 열을 더 올렸었거든. 방동사니는 줄기가 삼각형이야. 참 신기하게도 바랭이처럼 벼과 풀은 줄기가 원통형인데 방동사니처럼 사초과 풀은 줄기가 삼각형이지. 바랭이는 원통형 줄기로 부드럽게 이쪽저쪽으로 휘어지면서 웬만해서는 줄기가 부러지지 않아. 하지만 방동사니는 튼튼하고 단단해 보이는 삼각형 줄기로 휘어지지도 않고 곧게 곧게 위로 뻗지. 그 모습이 정말 굳세 보이기도 하고 꼭 고집불통 같아 보이기도 해. 삼각형으로 된 방동사니 줄기를 끊어 친구랑 양쪽 끝을 잡고 줄기를 가르는 거야. ‘친구짱구 친구짱구’ 입으로 중얼거리면서 줄기를 갈라 ‘갈지자’가 되면 ‘짱구’, 살짝 돌려 ‘네모 모양’이 되면 ‘친구’가 되는 거지. 나무랑 단이는 친구가 되고 싶은지 조심조심 ‘친구짱구 친구짱구’ 하면서 가르는데 잘 되지 않아. “아, 왜 이렇게 친구가 안 되는 거야!” 친구가 나올 때까지 계속 해야 된다고 몇 번이나 ‘친구짱구 친구짱구’ 해. 휴, 천만다행이야. 한 번은 친구가 나왔거든.
방동사니 줄기로 ‘친구짱구 놀이’를 하는 나무와 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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