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를 추모하는 집회가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일대에서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정부와 국민의힘이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 행위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하고,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하는 쪽으로 개정하도록 각 시도교육청을 지원할 방침이다. 교사에게 민원 응대 거부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교육부와 국회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국회에서 ‘교권회복 및 보호 강화를 위한 국회 공청회’를 열고 ‘교권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 방안’의 시안을 공개했다. 시안에는 △학생인권조례 개정 지원 △중대한 교권침해 행위의 학생부 기재 △아동학대 고소·고발로부터 교사 보호 △민원창구 일원화 등의 방안이 담겼다. 최종안은 이달 안으로 발표된다.
당정 시안에 따르면, 우선 교육부는 교육청이 학생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학생인권조례를 개정하도록 유도한다. 특히 교사의 학생 생활지도권과 학생 인권조례가 충돌할 경우 이를 바로잡는 방식의 개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생활지도의 범위와 방식을 담은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안’을 오는 2학기부터 적용하고, 고시와 상충되는 조례에 대해선 개정을 요청한다는 것이다. 특히 교육부는 ‘교사의 주의에도 학생이 휴대폰 등을 계속 사용하는 경우 이를 분리·보관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고시에 담는 안을 검토 중인데, 학생인권조례의 ‘사생활의 자유’ 조항과 충돌한다고 보고 있다. 해당 조항에서 ‘교직원은 학생과 교직원의 안전을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학생의 동의 없이 소지품을 검사하거나 압수해선 안 된다’고 정해서다.
교육활동 침해 행위를 한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처분도 강화되도록 했다. 우선 중대한 침해 행위를 학생부에 기재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현재 교육활동 침해를 한 학생이 받을 수 있는 징계 조처는 교내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 순인데 이 중 학급교체·전학·퇴학을 대통령령으로 ‘중대한 침해 조치’로 규정할 방침이다. 또 출석정지 이상의 조치를 받은 학생과 그 학생의 학부모는 의무적으로 특별교육 및 심리치료를 받도록 한다.
교육부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하는 방안도 내놨다. 법령과 학칙에 따른 교사의 생활지도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아동학대 범죄 신고로부터 보호하고, 교사의 생활지도에 대해 조사나 수사를 할 경우 사전에 교육청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의무화한다. 또 지금은 학교교권보호위원회 심의 전엔 교육활동 침해 학생에 대한 조치를 내릴 수 없는데, 앞으로는 침해 행동을 한 학생을 피해 교사와 즉각 분리할 수 있다.
민원은 교사 개인이 아닌 기관 대응 체제로 개선한다. 학교장 직속의 ‘민원대응팀’을 만들어 민원창구를 일원화하고, 학부모 등이 교원의 개인 휴대폰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로 민원을 제기하면 교원이 응대를 거부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준다. 교육활동과 무관한 민원도 답변 거부권을 부여한다. 아울러 ‘교육활동 침해 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에 ‘목적이 정당하지 않은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행위’나 ‘교원의 법적 의무가 아닌 일을 지속적으로 강요하는 행위’ 등의 침해 유형을 신설한다. 학부모가 이를 어기면 서면 사과와 재발방지 서약, 특별교육 이수 조치를 내리고 이 또한 이행하지 않면 과태료를 부과한다.
다만, 이런 방안이 시행되려면 법 개정이 우선돼야 한다. 대표적으로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 행위의 학생부 기재 방안과 학생·학부모에 대한 특별교육 의무화, 즉시 분리 조치 등의 경우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경우 아동학대 범죄로 보지 않고 교사에 대한 수사나 조사 시 교육청의 의견을 청취하는 방안을 추진하려면 ‘초중등교육법’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